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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Jun 11. 2018

10. 징둥에는 세 종류의 칼이 있다. (마지막 회)

<징둥닷컴 이야기>




징둥에는 세 종류의 칼이 있다. 

첫 번째 칼은가격을 도려내기 위한 용도다
고객을 위해 상품 가격을 더욱 저렴하게 도려낼 것이다.

두 번째 칼은원가를 도려내기 위한 용도다
징둥은 전통 소매유통업체의 거추장스럽고 효율이 낮은 공급체인을 없앰으로써 원가를 낮췄다. 기업 내부의 원가관리도 매우 엄격했다. 징둥의 돈은 100분의 1단위로 세세하게 계산된다. 일례로 원래 창고작업은 그래버(grabber, 데이터수집기)와 내역서를 들고 진행한다. 내역서란 주문상세정보를 종이에 인쇄한 것을 말하는데, 초창기에는 A4 사이즈에 인쇄했지만 이제는 크기를 반으로 줄여 사용한다. 이렇게 해서 대략 43%의 원가를 절감했다. 나중엔 아예 내역서 자체를 출력하지 않고 페이퍼리스를 실현하면서 전체 1억 위안을 절감했다.

세 번째의 칼은사상을 겨냥한 것이다.
소비자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 모든 사상에 가차 없이 칼을 댈 것이다. 류창둥의 기본철학은, 회사의 비용과 이익이 아닌‘사용자 경험’을 시작점으로 삼고, 혹시 도중에 문제가 불거지면 관리자가 내부절차를 개선하게끔 압박하겠다는 것이다. 소비자가 원하면 무조건 해결해야 한다는 의미다. 원가 상승이 문제라면, 그 고민은 관리자의 몫이자 의무라는 것이 류창둥의 생각이다.



2012년에 화베이와 둥베이지역의 택배원 간 옥신각신 말다툼이 벌어진 적이 있다. 화베이지역의 화물차가 규정대로 라벨을 붙이지 않아서 둥베이지역으로 제품이 배송된 일이 문제의 시발점이었다. 둥베이지역에서는 규정대로 화베이지역으로 물건을 되돌려 보냈다. 류창둥은 조회에서“설왕설래하며 우리끼리 싸우는 동안 단 한 번이라도 소비자 권익을 생각해본 적이 있느냐!”고 호통을 쳤다. 둥베이지역 책임자는 즉각 직위해제를 당했다. 배송부 차량관리팀 이사였던 위안웨이(原巍)는 사태를 수습하라는 지시를 받고 그날 오후 바로 선양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2013년 5월까지 줄곧 둥베이지역 배송담당 이사를 역임했다.

사용자경험을 철저히 시행하기 위해, 징둥은 100여만 위안 상당의 벤츠 대형 트랙터 한 대를 구입했다. 일반차 가격의 4배에 이르는 고가 차량이지만 안정적이며 사고 발생률이 낮다. 베이징에서 네이멍구(內蒙古)로 향하는 도로에는 석탄운반 차량이 많이 다닌다. 그런데 붉은 바탕에 흰색의‘JD’로고가 선명히 새겨진 벤츠 트랙터가 화물을 싣고 도로를 질주하면 눈에 확 띌 수밖에 없다. 일부 네티즌은 신기했던지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올리기도 했다.

연구개발부서에서는 기존의 사용자경험을 업그레이드하고 보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 위해 다양한 연구를 진행했다. 2010년에 연구개발부서는 셀프픽업점에서 고객 대상 리서치와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사용자경험 관련 초벌자료를 수집했다. 최대 규모의 셀프픽업점은 인펑빌딩 1층에 위치해 있다. 이곳에는 직접 노트북으로 주문서를 작성하는 사람들도 있다. 상품팀장은 조용히 고객들 뒤에 서서 징둥 온라인쇼핑몰을 어떻게 이용하는지 지켜봤다. 어디에서 키보드를 멈추며, 어디에서 조작오류가 나는지 등 고객의 반응과 후속행동 등을 면밀히 관찰했다.

2011년 초 연구개발부는 3개의‘사용자 경험실’을 만들었다. 각각 인터뷰룸, 테스트룸, 관찰룸이다. 인터뷰룸은 포커스그룹(focus group, 시장조사를 위해 각 계층을 대표하도록 뽑은 소수의 사람들로 이뤄진 그룹)의 인터뷰 때 사용된다. 진행자의 주도로 6~8명의 고객이 둘러앉아 토론을 진행한다. 테스트룸은 거실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놓았다.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실제 징둥에서 쇼핑할 때와 동일하게 행동하게끔 유도하고 고객들의 동작을 테스트하는 공간이다. 또한 컴퓨터와 스웨덴 TOBII 사가 제조한 아이트래커(eye tracker)를 통해 마우스조작과 안구이동데이터를 수집하기도 한다. 관찰룸에는 단면투시유리를 설치하여 상품팀장이 고객의 컴퓨터 조작 및 이용절차를 유리창을 통해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도록 했다.

사용자경험실을 설치함으로써 2012년 사이트 개편을 위한 기본 골격을 마련할 수 있었다. 2011년 하반기에 이미 프론트 페이지 개편작업을 시작했는데, 고객에게 종합쇼핑몰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한편 더욱 많은 여성 고객을 유인하기 위해 미적인 감각을 살려 사이트 외관도 세련되게 변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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