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눈에서 빛을 발견하다.

<오늘 하루가 작은 일생>

by 더굿북
%E9%87%89%EB%9A%AE%EC%9C%B4%E7%A7%BB%EF%BF%BD.jpg?type=w1200&type=w1200



날마다 진찰실에서 내원객의 이야기를 듣는다. 즐겁고 활기찬 이야기를 들을 일은 일단 없고, 밝고 발랄한 표정을 볼 일도 거의 없다. 그래도 차분히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어느 순간 그 사람의 눈에 밝고 아름다운 빛이 켜지는 순간이 있다.

그 순간이란 실로 다양해서, 흥미 있는 것에 대해서 말할 때일 수도 있고 소중한 사람이나 키우는 애완동물에 대해 이야기할 때일 수도 있다. 여행 중에 신기한 경험을 했다거나 직접 한 요리가 맛있었다고 말할 때일 수도 있다.

생활이 아무리 괴롭고 힘들다 해도, 하루하루가 아무리 우울하다 해도, 그런 이야기를 하는 동안에는 한순간이나마 눈에 빛이 들어와 반짝이는 것이다.

그럴 때마다 나는 ‘아, 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하고 진심으로 감동하게 된다.

나이나 표정과 관계없이 이 눈의 빛남이야말로 사람의 진정한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곱게 화장을 하고 예쁜 표정을 지어도, 온갖 아름답고 휘황한 말을 갖다 붙여도, 거기에 그 사람의 마음이 없고 진실이 없다면 눈이 빛나는 일은 없다.



서로를 마주 보는 두 연인의 눈을 생각해 보자. 흔히 연애는 사람을 아름답게 만든다고들 하는데, 그것은 이해득실을 따지지 않고 정신없이 빠져들 상대가 있는 그 시간이 아름답기 때문일 것이다. 스포츠나 라이브 연주, 연극 관람의 즐거움은 무엇보다 그 자리에서 퍼포먼스를 하는 선수나 아티스트의 빛나는 눈을 보는 데 있다. 그들의 빛나는 눈빛이 보는 이에게 기쁨과 에너지를 더해주기 때문이다.

아무리 힘든 생활이라고 해도 그 속에는 눈을 빛낼 수 있는 요소가 있다. 그걸 깨닫지 못하거나, 혹은 그런 건 사는 데 아무 소용이 없다고 무시하면서 살아가다 보면 언젠가는 마음의 활기도 사라지고, 그러는 사이 일상의 색도 바래고 만다.

스스로는 자기 얼굴 표정을 볼 수 없다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아름답게 빛나는 눈을 볼 때마다 나는 본인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생각하곤 한다. 반짝이는 눈빛은 그 사람 인생의 방향을 보여주는 지표다. 어떤 사람에게서 발견한 한순간의 빛나는 눈빛을 단초 삼아 그의 생활과 마음이 활기를 되찾도록 돕는 것이 나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아름다워지려면 나날의 삶 속에서 자신의 눈이 빛나는 순간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화장으로 더는 가릴 수 없는 늙음이 다가온다. 나이를 초월하여 빛나려면 결과가 아니라 과정, 즉 하고 있는 것에 집중하고 즐길 수 있는 무언가를 생활에 도입하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는 것 같다. 눈이 빛나는 순간을 조금씩 늘려가는 것, 그것은 또한 마음의 활기를 유지하고 되찾는 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다.

강의나 연설, 가깝게는 면접이나 상품 설명 등에서 다양한 주장이나 선전을 들을 때, 나는 이야기하는 사람의 눈이 빛나는지를 본다. 눈이 빛나는 정도, 거기에 진실이 있기 때문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02. 왜 거울에서 나는 불안을 보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