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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Aug 01. 2016

07. 자신의 한계를 뼈저리게 인식하라!

<리딩으로 리드하라>

                         

나는 자질과 능력이 남들보다 못한 사람이다.
때문에 전심전력을 다해 독서하지 않으면 털끝만 한 효과도 얻기 힘들다.
-일두 정여창(1450~1504, 조선 전기의 문신)-


천재들의 인문고전 독서 태도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독서하다가 죽어버려라!’ 정도가 될 수 있겠다. 그렇다면 그들은 왜 그토록 무서운 각오로 책을 읽었던 걸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나는 그 이유를 천재들의 평범함에서 찾고 싶다. 천재들은 자신이 평범한 두뇌의 소유자라는 사실을 잘 알았다. 이는 다음 고백과 일화들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세종은 『성리대전』을 읽고 집현전 응교(왕명 제찬과 역사 편찬을 담당하던 벼슬) 김돈에게 고백했다. “짐이 한 번 읽어보았는데 책의 의미를 쉽게 탐구할 수 없었다. 그대는 유념하고 읽어서 짐의 질문에 대비하라.” 세종은 신하에게 일종의 독서과외를 부탁한 것이다. 만일 세종이 태어날 때부터 천재였다면 굳이 신하에게 이런 부탁을 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한 번 읽고서 그 모든 뜻을 통달했을 테니까. 이렇게 보면 그의 백독백습도 이해가 된다. 평범한 두뇌를 가졌기에, 그 정도로 미친 듯이 독서해야 비로소 그 의미를 터득할 수 있었던 것이다.

퇴계 이황은 젊어서 인문고전 독서에 힘썼는데 그 방법을 알지 못해서 괴로워하다가 마침내 병까지 얻었고, 몇 년 동안 책을 손에 잡을 엄두조차 내지 못했던 적이 있다.

우암 송시열은 『맹자』 「호연지기」 장을 읽다가 자신의 무능력과 한계를 절감했다. 그는 후일 당시의 경험을 이렇게 표현했다. “도무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 보면 볼수록 더욱 단단해지는 나무토막 같았다. (…) 짜증이 났고 식은땀까지 났다.” 결국 그는 「호연지기」 장을 무려 500번 넘게 읽는 방법을 택했지만 끝내 깨달을 수 없었다고 한다.

고봉 기대승은 청년 시절 이렇게 고백한 바 있다. “나는 어려서부터 가훈을 받아서 공부했다. 지금쯤은 어떤 성취를 이루어야 하는데 나의 기질이 범상하여 어릴 때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어리석으니 한스럽다.”

일두 정여창은 『소학』 한 권을 30년 동안 읽은 것으로 유명한데, 그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나는 자질과 능력이 남들보다 못한 사람이다. 때문에 전심전력을 다해 독서하지 않으면 털끝만 한 효과도 얻기 힘들다.”

담헌 홍대용은 이렇게 말했다. “처음 인문고전을 접할 때 누구인들 힘들고 괴롭지 않겠는가. 하지만 그것을 극복하려 하지 않고 구차하게 편안한 독서만 하려고 한다면 자신의 능력을 내던지는 결과 밖에 얻지 못할 것이다.”

중세 아라비아의 천재 학자 아비센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이상학』을 이해하고 싶은 나머지 마흔 번 넘게 읽었다고 한다. 그러나 결국 그 의미를 아는 데 실패했다고 전한다.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아이작 뉴턴은 기본적인 서양고전인 유클리드의 『기하학 원론』과 데카르트의 『방법서설』을 읽다가 심히 어렵다는 느낌을 받았다. 결국 그는 마음 자세부터 고쳐먹었고 온 정성을 다해 독서했다. 하지만 그래도 쉽지 않아서 수시로 처음으로 돌아가야 했다.

마하트마 간디


마하트마 간디가 자서전에서 한 고백은 충격적이다. "어느 날의 일이다. 친구가 제러미 벤담의 『공리주의』를 읽어주었다. 나는 매우 당황했다. 무슨 소리인지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친구가 책의 내용을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팔을 휘휘 저으면서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미안하다. 내 능력으로는 그 책을 전혀 이해할 수 없을 것 같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존 스튜어트 밀이 인문고전 독서를 매우 힘겨워했다.

천재들은 인문고전을 대하고서 자신이 평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이를 극복하고자 했다. 그리고 그 노력은 앞에서 언급한 남다른 독서 태도, ‘독서하다가 죽어버려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천재들의 남다른 독서 태도는 어떻게 구체화되었던 걸까. ‘반복독서-필사-사색’이었다. 다음 화에서 하나씩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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