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더굿북 Jun 12. 2018

05. 죽음의 계곡 국립공원

<슬픈 날엔 샴페인을>



살아생전에 가보기 쉽지 않은 극적이고 영적인 장소다. 캘리포니아 주의 동남쪽에 있으며 네바다 주와도 경계가 닿아 있는 총 13,500평방킬로미터의 땅이다. 한국의 경상남도보다 조금 작은 면적으로 미국에서 가장 건조한 곳이다. 1929년에는 단 한 방울의 비도 내리지 않았다. 1913년 7월에는 섭씨 57도로 최고 기온을 기록했는데 당시 서반구에서는 최고의 기온이었다. 배드워터 베이슨(Badwater Basin)은 해발 마이너스 86미터로 서반구에서 두 번째로 낮은 지점이다. 죽음의 계곡 내에는 해발 3천 미터가 훨씬 넘는 텔레스코프 픽(Telescope Peak)이라는 봉우리가 있는데 그 위에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 사는 나무인 브리스톨콘(Bristlecone) 소나무들이 살고 있다. 최고령 소나무의 나이는 4,600살이다. 그곳에서부터 11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는 북미 대륙에서 맥킨리(McKinley) 봉 다음으로 가장 높은 해발 4,421미터의 휘트니 산이 있다.
  
1848년 캘리포니아의 시에라 산맥에서 금광이 발견된 이래 수많은 사람들이 일확천금을 꿈꾸며 캘리포니아를 향해 말을 달렸다. 시에라 산맥의 금광에 도달하기 위해 당시에는 죽음의 계곡이라고 불리지 않았던, 그 계곡을 피해 남쪽인 로스앤젤레스로 내려갔다가 다시 북쪽으로 올라가야만했다. 어느 한 그룹이 직선 코스를 택했다. 3주 정도의 시간을 벌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동쪽에서 서쪽으로 100킬로미터가 넘어가는 횡단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잔인했다. 계곡 어디에서도 물 한 방울이 나오지 않았고 바람은 뜨거웠고 땅은 메말라 있었다. 자비라고는 눈곱만큼도 보이지 않았다. 말과 소들이 쓰러져 죽어나갔고 이어서 사람들까지 쓰러지기 시작했다. 천신만고 끝에 그곳을 빠져나온 사람들은 뒤를 돌아보며 이렇게 말했다. “안녕, 죽음의 계곡이여…….”



무시무시한 이름과는 달리 죽음의 계곡에도 다양한 생명체들이 존재한다. 천 가지 이상의 식물들과(그중 50가지는 전 세계에서 이곳에서만 서식한다) 300종류의 새, 51가지의 포유류 동물, 36가지의 파충류, 그리고 약간의 양서류와 물고기가 산다. 송사리같이 작은 물고기들이 겨울에 비가 오면 한시적으로 고인 물에서 살다가 날이 뜨거워지고 물이 말라가면 땅 밑으로 깊이 파고 들어가서 알을 품은 채 죽는다. 다시 겨울이 오고 비가 와서 웅덩이에 물이 고이면 여름 내내 땅 밑 깊은 곳에 묻혀 있던 알이 비로소 부화되어 다시 짧은 생을 살아간다.
  
이곳을 찾기에 가장 좋은 계절은 1월과 2월이다. 평균기온이 낮 최고 22도, 최저 8도로 쾌적하며 강수량이 평균 1.3센티미터쯤이어서 일 년 중에 가장 비가 많이 오는 달이기도 하다. 이때는 온 계곡에 꽃이 만발해 경치가 매우 아름답다. 고고학자들의 말에 따르면 이곳에서는 최소 9천 년 전부터 사람들이 살았다고 한다. 팀비샤 쇼숀(Timbisha Shoshone) 원주민들은 1천 년 전부터 지금까지 이곳에서 살아왔다. 누구의 생각이었는지 모르지만 유감스럽게도 죽음의 계곡 안에는 골프장이 하나 있다. 18홀을 갖춘 해발 마이너스 65미터에 있는 퍼니스 크릭(Furnace Creek) 골프장으로 세계에서 가장 낮은 지점에 위치해 있다. 해발이 높은 곳에서는 공이 더 멀리 나가지만 해발 고도가 낮은 이곳에서는 잘 날아가지 않는다. 게다가 그린이 작고 읽기가 매우 어렵다. 왜냐하면 지형이 매우 낮아서 어느 쪽으로 경사가 있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여름에는 퍼팅하기가 더 어려운데, 뜨거운 태양빛에 그린이 타지 않도록 풀을 길게 자라게 두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름에는 여름규칙이 적용되는데 즉, 퍼팅할 때 깃발을 뽑지 않아도 되고 내 공이 상대방의 길을 막고 있지 않는 한, 볼 마크를 안 해도 된다. 50도가 넘는 매우 건조한 곳이기 때문에 움직임과 에너지를 최대한 절약하기 위해서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08. 새벽에 단 1분이라도 독서하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