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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Aug 01. 2016

07. 잠깐의 완벽한 자유

<여행의 이유>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떠난다. 팍팍한 일상을 탈출해 자유를 누리기 위해서다. 그런데 과연 여행지에서 나만의 자유를 누릴 수 있을까? 다 잊기 위해 떠나왔는데 다 잊을 수 있을까?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면 잊었던 고민과 번뇌는 금방 모습을 드러낸다. 잠깐이나마 이런 잊음을 즐기기 위해 마약처럼 계속 여행을 다니는 게 아닐까? 난 여행을 떠난다. 완벽한 자유를 만날지도 모르니까.

ⓒ김경우 제주 협재


협재

결혼 첫해 제주도에서 여름휴가를 보내기로 했다. 아내는 임신 5개월, 한참 힘들 때였다. 캠핑 장비를 준비해서 협재에 텐트를 쳤다. 지척에 비양도가 떠 있고 파란색 바다와 산호빛 백사장은 눈부셨다. 산들산들 바닷바람이 피부를 스쳤다. 찰랑거리는 바닷물, 발가락 사이를 흐르는 고운 모래가 간지러웠다.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하는 이 순간, 천국이 따로 없었다. 금방 할 일이 없어졌다. 느긋하게 휴가를 즐기지 못하고 뭔가 할 거리를 찾아야 했다. 1박 2일 일정으로 마라도를 다녀오기로 했다. 하룻밤 정도는 괜찮을 것 같아 텐트는 그대로 두고 카메라와 지갑 등 귀중품만 챙겼다.



ⓒ류진창 마라도


마라도

모슬포에서 마라도를 가는 여객선이 하루에 한 편 있었다. 가파도를 잠깐 들렀다가 마라도에 도착했다. 마라도는 우리나라 최남단에 있는 섬으로 모슬포에서 남쪽으로 11킬로미터 해상에 있다. 면적 0.3제곱 킬로미터, 해안선 길이 4.2킬로미터, 최고점 39미터이며 100여 명의 주민이 산다. 2000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

우리 내외, 동네 주민, 관광객, 낚시꾼 등 다 해서 열댓 명이 마라도에 상륙했다. 하루에 배가 한 편밖에 없어 마라도를 방문하는 사람은 무조건 일박을 해야 했다. 여관이 한 개 있어 하루 묵는 것으로 방을 잡았다. 식사도 제공된다 하니 한시름 놓았다. 섬 중앙에 마라분교가, 옆에 조그마한 저수지도 있었다. 마라도교회, 마라도등대, 국토최남단비 등을 구경하며 섬을 한 바퀴 도는 데 채 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섬 어느 곳에도 그늘을 드리우는 나무 한 그루가 없었다. 여름 섬은 시원할 거라 생각했는데 정반대였다. 찌는 듯 날씨가 더웠고 한두 시간 지나자 빨리 섬을 탈출하고 싶은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바다에서 해가 뜨고 바다로 해가지는 모습을 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이 마라도라 했다. 환상적인 일몰을 구경했다. 밤에는 무수히 많은 별들도 구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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