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스 프롬 파리>
미아는 테르트르 광장의 캐리커처 화가들을 관찰하다 호감이 가는 남자를 발견했다. 리넨 바지에 흰색 셔츠, 트위드 재킷을 입은 미남이었다. 미아는 그 잘생긴 화가 앞 접이의자에 앉아 가능한 한 사실적으로 그려달라고 주문했다.
“‘단 하나의 변함없는 사랑은 자만이다’, 사샤 기트리가 한 말이죠.” 캐리커처 화가가 탁한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 맞는 말이었어요.”
“남자 운이 없나 봐요?”
“왜 그런 질문을 하죠?”
“혼자 다니고, 헤어숍에서 나왔으니까요. 흔히 이런 말을 하죠. ‘새 술은 새 부대에.”
말문이 막힌 미아는 화가를 빤히 쳐다봤다.
“늘 이렇게 인용문으로 당신 생각을 표현하나요?”
“초상화를 그린 지 이십오 년이 되다 보니 눈빛에서 많은 걸 읽을 수 있게 되었지요. 당신 눈은 아름답고 매력 있어요. 약간만 꾸미면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얘기는 충분히 했으니까 내 연필이 모델에게 성실하길 원하면 움직이지 마세요.”
미아는 자세를 바로 했다.
“파리에서 휴가 중이에요?” 화가가 목탄 연필을 깎으면서 물었다.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해요. 며칠 친구 집에서 지낼 거예요. 이 동네에서 레스토랑을 하는 친구죠.”
“누군지 알 것 같아요. 몽마르트르는 작은 동네죠.”
“라 클라마다.”
“아, 프로방스 아가씨! 용감한 여자죠. 요리는 창의적이고 그렇게 비싸지도 않아요. 몇몇 레스토랑과 달리 관광객들에게 호객 행위 같은 것도 일절 없고. 이따금 점심 먹으러 가는데 아주 꿋꿋해요.”
미아는 화가의 손을 관찰하다 반지를 봤다.
“아내 말고 다른 여자를 원한 적 있었나요?”
“아마도, 한눈팔았던 적은 있죠. 아니, 오히려 아내를 얼마나 사랑했는지는 아는 남자라고 해두죠.”
“이제는 같이 안 살아요?”
“늘 함께 살죠.”
“근데 왜 과거형이죠?”
“말은 그만. 입을 그리는 중이에요.”
미아는 화가가 그림을 그리도록 입을 꼭 다물었다. 예상보다 시간이 좀 오래 걸렸다. 화가는 그림을 완성하자 미아에게 이젤 앞으로 와서 결과물을 보게 했다. 미아는 낯선 얼굴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이 얼굴이 정말 나랑 닮았어요?”
“오늘은 그렇습니다.” 캐리커처 화가가 말했다. “곧 이 그림처럼 미소 짓길 바랍니다.”
화가는 호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미아의 사진을 찍고 그림과 비교했다.
“정말 수고했어요.” 미아는 칭찬했다. “사진이 있으면 초상화를 그려줄 수 있나요?”
“가능하죠, 사진이 선명하면.”
“내 친구 다이지의 사진을 가져올게요. 자기 초상화를 갖게 되면 좋아할 거예요, 틀림없이. 데생 솜씨가 훌륭하네요.”
캐리커처 화가는 몸을 숙이고 이젤에 기대놓은 데생 상자 중 하나에서 도화지 한 장을 꺼내 미아에게 내밀었다.
“매력적인 여자죠. 레스토랑 경영하는 친구 말입니다.” 화가가 말했다. “아침마다 이 앞을 지나가거든요. 이건 선물입니다.”
미아는 화가가 그린 다이지의 얼굴을 살펴봤다. 캐리커처가 아니라 진짜 초상화였다. 복사한 것처럼 다이지의 표정이 섬세하게 묘사되어 있었다.
“대신 내 초상화는 여기 두고 갈게요.” 미아는 이렇게 말하고 화가와 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