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어려움 속에도 앞을 향해 뚜벅뚜벅

<오늘 하루가 작은 일생>

by 더굿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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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구치현 시모노세키에 평일에는 자영업을 하고 주말에만 재즈클럽을 여는 분이 있다. 뮤지션이기도 한 그분은 몇 년 전 뉴욕에서 동료들과 두 장의 CD를 제작했고, 한쪽 청력을 잃어 불안한 가운데에서도 음악을 계속해 최근 자신만의 앨범을 내기도 했다.

평소 잘 알고 지내지는 않았지만 예의 바르고 인생을 즐기는 분이라는 인상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분이 내가 10년쯤 전에 낸 곡을 마음에 들어 해 가게에서 즐겨 듣는다는 걸 페이스북을 통해 우연히 알게 됐다.

그런데 어느 날 그분이 갑자기 입원을 했다. 현기증과 구토, 이명으로 서 있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검사를 했더니 청력이 제로. 청력을 완전히 잃은 것이었다. 청력을 잃는다는 건 일상생활을 해나가는 데 있어 크나큰 손실이다. 더구나 소리와 관련된 일에 종사하며 그걸 즐겨온 사람에게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타격이었을 것이다. 그가 겪을 고통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얼마가 지난 뒤, 그분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보았다. “귀는 들리지 않게 되었지만 내겐 아직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눈도 보이고 걸을 수도 있고 먹을 수도 있다. 가능한 것을 하기로 결심했다.”라는 내용이었다. 강한 분이구나, 하고 감탄했다.

병에 걸리면 자신의 운명을 저주하거나 왜 나만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느냐고 분노하며 주위 사람과 부딪치고 타인을 질시하게 되기 쉽다. 그러나 개중에는 이분처럼 의연하게 앞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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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하다 보면, 격무로 인해 심신이 지칠 대로 지칠 때가 종종 있다. 그럴 때 이분처럼 병에 걸리거나 신체 기능을 상실하고서도 여전히 앞을 향해 전진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들의 용기와 기운을 나눠 받은 기분이 든다. 응원하고 싶어진다. 그건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분에게도 페이스북을 통해 전국으로부터 수많은 응원의 메시지가 답지했다. 그중에는 호흡기내과의 실력자였던 전 대학교수로부터 온 사연도 있었다. 그 선생님도 한쪽 청력을 잃은 가운데 글을 쓰고 강연을 계속해왔다고 한다.

건강할 때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의 고마움을 깨닫기 어렵다. 당연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고마워하기는커녕 자기도 모르게 지금 자신이 갖지 못한 것을 추구하며 불만 속에 살아가기 쉽다. 어려움 속에서도 앞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는 것과 자신이 가진 것의 고마움을 깨닫는 것은 어쩌면 인간에게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일지도 모르겠다.

하나 더.
귀가 들리지 않는다는 사실은 겉으로만 봐서는 알 수 없다. 마찬가지로, 겉으로는 행복해 보이지만 사실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사람은 모두 나름대로 무거운 짐을 끌어안고 살아간다.

누군가가 행복해 보일 때 부러워하거나 시기할 게 아니라, 서로 지지하는 마음을 보낼 수 있다면 우리 사회는 훨씬 더 살기 좋아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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