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더굿북 Jun 21. 2018

01. 현재의 인구를 보면 미래의 시장이 보인다.

<정해진 미래 시장의 기회>



기업에 인구학적 사고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보다 인구가 생산과 소비의 주체이기 때문이다. 인구는 사회를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단위이며, 시장의 규모도 인구에 의해 결정된다. 재화, 노동, 금융, 부동산 등 모든 산업은 시장이 있게 마련이다. 이 모든 시장은 사람에 의해 결정되고 움직인다.



물론 인구의 크기가 시장의 크기로 단순 치환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인구가 얼마나 많은지뿐 아니라 어떻게 구성되었는지를 알아야 시장의 모습을 파악할 수 있다. 재화 시장의 경우 물건을 구매하는 인구가 많아진다는 것은 시장이 커지는 것을, 반대로 구매 인구가 적어진다는 것은 시장의 크기가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 인구의 연령구조가 달라지면 노동 시장도 변화할 수밖에 없다. 젊은 인구가 많고 전반적인 경제 상황도 좋으면 노동 시장은 이들을 어떻게든 활용하기 위해 필요한 제도들을 만들어낸다. 반면 베이비부머가 은퇴를 앞두고 있는데 사회보장 시스템은 미비하다면 사회는 어떻게든 이들을 노동 시장에 더 오래 붙잡아 두기 위한 정책을 펼치게 된다. 현재 한국의 많은 기업이 도입하고 있는 임금피크제가 좋은 예다.

금융 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젊은 인구가 많으면 이 인구가 보험, 증권, 연금 등을 활발히 구매해 금융 시장이 커진다. 반면 은퇴인구가 많아지면 젊은 구매자보다 보험금을 수령할 인구가 커져 금융 시장은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렇듯 분야를 막론하고 모든 기업에서 미래 시장을 예측하는 데 가장 중요하고도 기본적인 요소가 ‘어떤 사람들이 얼마나 살게 될 것인가’다. 이를 예측하는 도구가 ‘장래인구추계’다. 한 사회의 인구가 어떻게 출생, 사망, 이동하는지를 분석해 지금의 인구가 10년 뒤 혹은 20년 뒤에 어떻게 바뀔지 예측하는 것이다. 장래인구추계를 활용하면 미래 시장의 특성 역시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도표 1〉은 인구변동이 사회구조와 시장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경로를 보여준다. 출산율과 사망률, 인구이동의 변화만으로 시장의 변화를 예측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미래 시장의 상당 부분이 오늘의 인구에 의해 정해져 있다고 말하는 이유이고, 현재 인구를 볼 수 있으면 미래의 시장을 알 수 있는 이유다.


〈도표 1〉 인구변동에 따른 사회구조 및 시장의 변화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자. 요즘은 대기업뿐 아니라 많은 중소기업에서 품질 좋은 저가 화장품을 출시해 인기를 

얻고 있다. 그렇다면 2030년의 저가 화장품 시장은 어떨까?

다른 많은 변수가 있겠지만, 인구학적 관점으로만 볼 때 국내시장의 미래는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현재 이 시장의 주요 고객은 20~30대 초반 여성이다. 구매력이 크지 않은 젊은 여성들에게 중저가라는 점은 매력적인 포인트다. 2017년 우리나라에 거주하고 있는 내국인 20~34세 여성인구는 약 462만 명으로, 이 숫자가 현재 중저가 화장품의 기본적 시장규모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서울대학교 인구학연구실의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2030년에는 이 연령대의 인구가 367만 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어떻게 이렇게 장담하느냐면, 2017년에 7~21세였던 여성들이 2030년에 그 연령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해외로 집단 이주하거나 외국인이 급작스레 들어오지 않는 한, 이 숫자는 현재 인구규모로 이미 정해져 있는 셈이다.

인구규모가 비관적이라면 인구 특성에서 희망을 찾을 수는 없을까? 10여 년 후 20~34세 여성들의 소득수준이 지금보다 월등히 높아진다면 당사자들에게는 다행이지만, 저가 화장품 회사는 오히려 고객을 고가 화장품 회사에 빼앗기게 된다. 반대로 소득이 더 줄어든다면? 소득이 줄어든다고 아예 화장을 포기하는 여성은 많지 않을 테니 대부분의 여성들은 지금처럼 저가 화장품을 사용할 것이다. 그러나 이 연령대 고가 화장품 사용자는 원래 많지 않았으므로, 그 사람들이 모두 저가 화장품으로 갈아탄다 해도 증가폭은 크지 않을 것이다. 또한 해당 연령대의 인구 자체가 줄어드니 그만큼 시장 축소는 피할 수 없다. 결론적으로 저가 화장품 시장은 10여 년 만에 20% 가까이 작아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중저가 화장품을 취급하고 있다면 간과해서는 안 될 미래의 정해진 모습이다.

이처럼 멀지 않은 시기에 도래할 시장의 미래상은 이미 오늘의 인구에 의해 정해져 있고, 읽을 수 있다. 혹자는 “당신은 전문가이니 인구통계를 분석할 수 있지만 인구학을 모르는 우리는 어쩌란 말인가?” 하고 반론을 제기할지 모른다. 걱정할 필요 없다. 우리나라 통계청이 이미 국민 모두를 위해 현재는 물론 2060년까지 우리나라 인구가 어떻게 바뀌어갈지 추계작업을 해놓았으니 말이다.

물론 통계청이 추계해놓은 미래의 인구가 100% 정확할 수는 없다. 특히 안 그래도 낮은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최근에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으로 또 떨어지면서 통계청이 2016년에 예측해놓은 2017년의 출생아 수(약 43만 명)가 실제(약 35만 7000명)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우리가 궁금해하는 미래는 10년 혹은 15년 뒤인데, 통계청의 출생아 수 예측이 틀렸더라도 이미 태어나서 자라고 있는 0~9세 혹은 0~14세 아이들의 규모가 훨씬 크므로 전반적인 시장과 산업에 주는 여파는 크지 않다. 그러므로 미래의 시장을 예측하기 위해 통계청이 만들어놓은 인구추계 결과를 활용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물론 이 책에서는 우리나라 시장을 더 정확하게 반영하기 위해 우리나라에 거주하고 있는 내국인을 추계한 서울대학교 인구학연구실의 통계치를 주로 사용하였다.

매거진의 이전글 02. 월급쟁이 마인드 vs 소액 창업자 마인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