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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Jun 21. 2018

03. 절박함으로 자신을 내려놓아라.

<대한민국 장사 천재들>



1998년 숙대 앞에 한 호떡 노점이 문을 열었다. 주인은 여느 노점 주인과 달리 넥타이를 하고 손님을 맞이했다. 노점 내부도 여대생들의 감각에 맞게 예쁘게 치장했다. 주인은 장사 수완을 발휘해, 더 크고 맛있는 호떡을 만들었다. 그러자 손님이 줄을 이었다.


수년 후 그는 2천억대 매출을 올리는 프랜차이즈의 대표가 되었다. 그가 바로 ‘본죽’의 김철호 대표이다. 그는 원래 잘 나가는 무역업체 대표였지만 IMF 때 회사가 문을 닫으면서 길바닥에 나앉았다. 당시 그는 수중에 돈도 없었고, 변변한 요리 기술도 없었다. 그래서 처음 시작한 게 호떡 노점이었다.


더는 물러설 곳이 없다는 절박한 심정의 그는 체면과 위신을 모두 던져버리고 맨땅에 헤딩을 하듯 호떡 노점상을 시작했다. 이것마저 망한다면 미래는 없었기 때문이다. 기어코 호떡 장사로 성공을 거두었고, 이를 발판 삼아 죽 메뉴를 내건 식당을 열었다. 본죽을 할 때도 그의 마음은 변함이 없었다.


“음식 장사를 하겠다고 마음먹었을 무렵, 내 삶은 벼랑 끝에 놓여 있었습니다. 더는 물러날 곳이 없다는 절박함이 매 순간 나를 짓눌렀고, 그것은 성공에 대한 간절함으로 이어졌습니다.”


이렇듯 김철호 대표가 죽 메뉴의 외식업 창업을 해서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절박함’이다. 탁월한 요리 기술도, 영업 수완도, 홍보 역량도 아니다. 오로지 절박함을 가지고 있었기에 대형 프랜차이즈를 키울 수 있었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죽 메뉴로 가게를 차릴 때도, 절박함을 갖고 있었기에 새로운 시장에 도전할 수 있었다. 만약 그가 차선책을 선택할 여유가 있었다면, 환자들이나 먹는 죽을 파는 가게를 차릴 생각을 할 이유가 없었다. 그는 자신의 성공 비결에 대해 말했다.


“쫄딱 망해 봐야 재기도 제대로 할 수 있다!”


이 말은 더 물러설 수 없을 정도로 망했을 때 비로소 절박함이 생겨나는데, 이를 통해 재기할 수 있다는 뜻 아닐까? 이는 곧 ‘절박함이 없으면 재기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말이다.


2017년 벼룩시장 구인구직에서 직장인 1104명을 대상으로 창업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다. 그 결과 응답자 74.9%가 ‘한 번쯤 창업에 도전해 볼 가치가 있다’고 답했다. 이렇듯 대다수 직장인은 창업을 꿈꾼다. 언제 퇴직할지 모르는 불안함과 창업해서 대박을 낼 수 있다는 기대감,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고 싶은 욕망 등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까지는 충분히 수긍하고도 남는다. 문제는 직장인들이 창업 시 도전하고 싶은 사업 분야 1위가 커피숍, 식당 같은 외식업(29.3%)이라는 점이다. 이를 보면 정말 남의 일 같지 않게 마음이 무겁다. 커피숍, 식당은 흔한 아이템에다 겉만 번지르르하기 때문이다. 커피숍을 하고, 웬만한 규모의 식당을 차리면 번듯해 보인다. 아는 사람들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다. 하지만 실속이 없다. 망하기 쉬워도 너무 쉽다.


이를 통해서 알 수 있는 건 창업을 희망하는 직장인들이 체면과 위신에 매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절박감을 갖고 성공 확률이 높은 아이템을 선택해도 성공할까 말까이다. 그런데 겉만 번지르르한 아이템으로 창업을 하면 실패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모름지기 절박감을 가질 때 겉모습에 가려진 창업 아이템의 핵심이 눈에 들어온다. 그 핵심은 곧 최선을 다하는 만큼 안정적으로 보장되는 수익을 의미한다. 이러한 아이템의 핵심을 마주해야 창업의 순탄대로가 열린다.


2014년 출장 세차의 ‘MD오토’를 창업한 서준형(40세) 대표가 그런 케이스다. 그는 직업의 겉모습을 보지 않고 고수익이 보장되는 점에서 출장 세차 아이템을 선택, 프랜차이즈 창업에 성공했다. 현재 연간 13억 매출에 순수익 5억을 내고 있다. 사실 그도 ‘남의 차를 닦는 일을 왜 해야 하나’라는 자괴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처가댁 큰형의 권유로 세차업을 할 때만 해도 스트레스를 받으며 건성으로 일했다. 그러다 보니 변변한 수입도 없어 어느새 집에 쌀이 떨어지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정말 죽고 싶었습니다. 처와 남동생, 다른 식구들과 지인들한테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그러던 중 하루는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 하나 바라보고 사는 식구를 위해서라도 이렇게 생을 마감할 수는 없다. 이렇게 죽을 바에는 죽을 용기로 나 자신을 바꾸어 한 번만 제대로 살아보자’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쳐 지나갔습니다.”


이렇듯 절체절명의 순간이 닥치자 제대로 살아보자는 절박감이 들었다. 이를 계기로 그는 180도 달라졌다. 사람들이 경시하는 세차업에 피땀을 쏟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모르는 것을 하나하나 배워 나가고, 매일 밤늦도록 기술 연마를 거듭했다. 그러자 월수입이 1000만 원을 넘어섰고, 세차를 잘한다는 입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이렇게 해서 세차업 규모가 커지자 정식으로 프랜차이즈 ‘MD오토’를 세웠다. 성장 속도가 매우 빨랐다. 창업한 2014년에만 가맹점 15호점을 돌파한 데 이어 2017년에 전국 가맹점이 66개로 늘어났다.


“저에게는 누구보다 이 창업에 대한 확신과 꿈이 있었습니다. 현재는 그렇게 반대하시던 지인 사람들도 저에게 프랜차이즈를 받아서 수입을 많이 올리고 계십니다. 앞으로 MD오토의 목표는 2020년까지 고객 보유수 1,000만 명 돌파입니다.”


누군가는 창업을 하는 데에서 절박함은 부차적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창업자금 두둑하고, 영업 능력 뛰어나면 만사 오케이 아니냐고 항변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미소금융중앙재단의 조사에 따르면, 2010년에서 2011년 동안 자금을 대출받아 창업한 저소득, 저 신용자들 2만 8,389명 가운데 3년 이상 2014년까지 생존한 비율이 71.2%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발표한 창업자 창업 후 3년 이상 생존 비율 38%의 두 배나 많은 수치다. 이는 곧 절박함으로 무장해 자신을 내려놓은 저소득, 저 신용자들의 창업 성공률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절박함이 창업이나 사업에 있어서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는 단적인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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