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하루하루가 작은 일생 (마지막 회)

<오늘 하루가 작은 일생>

by 더굿북
%E9%87%89%EB%9A%AE%EC%9C%B4%E7%A7%BB%EF%BF%BD.jpg?type=w1200&type=w1200



관련된 일 가운데 몇 가지인가 무거운 것이 있다. 무겁다는 것은 부담을 느낀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보다는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전력을 다해 마주 볼 필요를 느끼는 일이라고 하는 편이 적절하겠다.

그중 하나가 암을 앓고 투병 중이지만 치료에 진전이 없어 죽음을 마주하게 된 분들과 함께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는 일이다.

신약이 개발되어 지금까지 치료가 막막했던 환자에게서 암세포가 극적으로 사라졌다거나 인공지능이 암 진단과 치료에 공헌한다는 보도가 나오는 한편으로, 기대를 가지고 신약을 썼지만 효과가 없어 낙담하는 분들이 있다. 그런 분들의 괴로움은 상상을 넘어선다.

사람은 지금 당장 괴로워도 앞에 한 줄기 빛이 보이면 살아갈 수 있다. 그러나 ‘그 앞’에 빛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 닥쳤을 때, 무엇을 빛으로 삼고 어떻게 빛을 찾아내면 좋을까.

인간이라면 질병, 늙음, 죽음 등 인생의 다양한 국면에서 누구나 한번은 맞닥뜨릴 상황이다. 하지만 건강할 때 우리는 그런 생각을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하루하루 일어나는 일들을 바쁘게 좇으면서 자기도 모르게 죽음과 늙음에 대해 생각하기를 미루는 것이다.

나 또한 예외가 아니다. 죽음을 마주한 분들과 함께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일은 나 자신이 그것과 마주해 생각할 기회가 될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하나 떠오르는 일이 있다. 2011년 3월 11일, 동일본대지진 때의 일이다. 원전이 멜트다운되고 여진이 계속되어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불안한 상황이었다. 나는 피난소인 사이타마 아리나를 향해 가는 길이었다.

배낭 속의 물과 약간의 식량을 점검하며 전기도 원전도 없는 나라에서라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겠지, 이런 형태로 죽음을 마주 보는 일은 없겠지, 생각했다. 그건 그 전해에 20년 이상 아마존 열대우림 보존 활동을 하던 분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었다.

“아마존의 원주민들에게 우울증 같은 건 없어요. 의존증도 없고.”

아마존의 강에는 피라냐가 있고 숲에는 독사와 맹수가 있다. 잠깐만 긴장을 늦추어도 생명을 잃고 만다. 아마존 원주민들은 우울증이나 암 대신, 매일매일 삶과 죽음을 마주하고 살아가는 것이다.

“그러니까 그들에겐 하루가 작은 일생이에요.”

아리나로 향하는 길목에서 문득 그 말이 떠올랐다.

“그래, 하루하루가 작은 일생이구나.”


white-butterfly-hand-animal-insect.jpg?type=w1200


아침에 태어나서 저녁이면 죽는다. 아침마다 새롭게 태어나므로 어제의 기분에 질질 끌려다닐 필요가 없다. 내일의 빛은 내일 발견하면 된다. 오늘 하루만으로 족하다. 그런 마음으로 지낸다면 하루하루가 빛을 띠게 되지 않을까?

오늘 해야 할 하나하나의 일에 마음을 담아서 소중하게 해내는 것이 삶의 빛이 된다. 하루하루를 작은 일생으로 생각하며 살아가고 싶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10. 완벽으로부터는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