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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Jun 22. 2018

08. 이 세상이 아름다운 건 다양한 존재 때문이다.

<당신의 재능이 꿈을 받쳐주지 못할 때>



우리는 대게 자신에게 없는 것에 대해서 일종의 자기 위안과 설득을 하곤 한다. 가령 이런 것이다.

결혼 안 한 사람은 결혼이 사랑의 무덤이며, 고부 관계는 사람을 피곤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한다. 자식이 없는 사람은 아이가 여자의 일생을 옭아매는 굴레라고 말한다. 집이 없는 사람은 수십 년 동안 집에 매여 있는 것만큼 어리석은 인생은 없다는 식으로 말한다. 직장에서 힘들게 일하는 사람은 젊었을 때 고생해야 훗날 인생이 헛되지 않다고 말한다.

나도 예전에는 그랬다. 내가 가진 것이 없었을 때 다른 생활 무시했고, 늘 지금 내가 하는 선택이 정확하고 훌륭하다고 생각했다. 세상 물정도 잘 모르고 인생 경험도 별로 없으면서 스스로가 옳다고 생각한 것이다.

아이를 낳기 전 가장 큰 고민은 아이를 어떻게 키우느냐가 아니라 집이 엉망이 되면 어떡하냐는 거였다. 다른 집들을 보니, 아이가 생기자 온 집안이 장난감 천지였고 아기 옷들이 가득했다. 임신 중일 때부터 이미 젖병과 기저귀가 집안에 가득했다. 온 가족이 임산부가 먹는 음식을 챙겼다. 깔끔하게 정돈된 우리 집이 아기의 탄생으로 정신이 없어질 걸 생각하니 고민이 되었다.

한 번은 G에게 이 일에 관해서 이야기했다. 심각하게 고민하는 나에게 수납하고 설계하는 것을 좋아하는 G는 이렇게 말했다.

“아이가 생기면 반드시 그럴 거라고 누가 그래? 우리 집에선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야. 나도 그렇고 우리 부모님도 다 깔끔하고 정리 정돈 좋아하시는 분들인데, 그렇게 될 리 없어.”

출산이 한 달도 안 남았을 때, 집에 미리 사둔 아기용품들이 잔뜩 있었지만 하나같이 정리정돈이 잘 되어 있었다. 방향제를 뿌려서 방에 놓아둔 작은 침대 말고는 모든 물건이 보이지 않는 곳에 수납되어 있었다. 어떤 물건은 G가 수납해서 나도 잘 못 찾을 때가 있었다.

그렇게 우리 집은 예전처럼 깨끗하고 잘 정돈되어 있었다. 물건이 많아지면서 G는 더 부지런히 정리했고, 불필요한 건 버리고 끊임없이 수납했다. 나는 그런 그의 생활습관을 보며 출산 이후의 생활에 대해서도 서서히 기대하게 되었다. 그리고 모든 일은 사람하기에 달려 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대학을 갓 졸업했을 때 선배들이 자주 이런 말을 했었다.
“나중에 그때 가면 다 알게 돼!”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직장을 다니게 되면 사장이 얼마나 비인간적인지 알게 된다, 결혼하면 남편이 결혼 전과 다른 사람이 된다, 임신하면 임신선과 황갈반이 생기고 가슴이 처진다, 아이를 낳으면 남편은 중요하지 않고 자식이 최고다, 나이 서른을 넘기면 다이어트는 불가능하며 사랑은 믿을 게 못 된다 등이다.

이런 말들은 세상 물정도 잘 모르고 아직 인생의 변화를 자주 경험해보지 못한 자신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불안하고 두렵게 만든다. 그런 불안감을 안고 달라진 생활이 자신에게 가져올 충격과 두려운 변화를 상상해본다. 그러고는 확신에 차서 그 생활이 다가오는 걸 저항하게 되는 것이다.

나이가 들면서 나도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해서 시댁이 생기고 아이가 생겼다. 나는 나를 두렵게 만들던 사람들의 그 수많은 말들이, 대부분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인생에 대한 불평불만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사람마다 인생은 다 다르다. 모든 사람의 인생은 다 세상에 하나뿐인 극본이다. 당신은 다른 사람의 것을 따라 하거나 표절할 수도 있고 당신만의 모습으로 그려갈 수도 있다. 해피엔딩이든 새드엔딩이든 모두 자신이 어떻게 경영하느냐에 달린 것이다. 모두 자신이 노력한 만큼의 결과를 얻는다.

동료가 한 말을 빌자면 이렇게 말할 수 있다. “당신의 모습은 당신이 만드는 것이다.” 동시에 당신의 극본도 나이를 먹고 경험이 많아짐에 따라 능력과 믿음이 변하면서 끊임없이 고쳐지고 다시 쓰일 것이다. 이런 변화가 과거의 자신에 대한 타협과 배신인지, 성숙과 성장인지를 보려면 당신 마음이 행복하고 만족스러운지만 보면 된다.

사람들은 저마다 주변의 것들과 소통, 교류, 상호교환, 양보하며 생활을 꾸려나간다. 남들이 어떻게 했다고 해서 당신도 반드시 그럴 거라는 보장은 없다. 똑같이 출근해도 누군가는 끊임없이 원망하고 한탄만 하지만, 누군가는 물 만난 고기처럼 날아다니고 승승장구하는 것처럼 말이다.

사실 이 세상에는 감동적이고 동경할 만한 결혼과 사랑이 존재한다. 대부분의 여성은 아이의 탄생으로 달콤한 부담을 짊어진다. 집을 안 사고 꿈에 올인한다고 해서 그 꿈을 꼭 이루는 건 아니다. 세계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직장을 그만둔 이유는, 단순히 출근하기 싫어서인 경우도 많다.

따라서 다른 삶을 살아보지도 않고 상대방을 일률적으로 적대시하거나 자신의 입장과 관점을 확신에 차서 전달하면 안 된다. 아직 나이가 어려서, 경력이 부족해서, 학력이 낮아서, 경제적 능력이 아직 부족해서, 정신적으로 덜 성숙해서 그럴 수도 있다. 이 세상은 본래 다양성이 존재하기에 아름다운 것이다. 그러니 자신도 그 다양성을 받아들이려고 노력해야 한다.



풍요로운 인생을 살고 싶다면, 풍요로운 마음을 갖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책도 더 많이 읽고, 더 많은 곳을 가봐야 한다. 이 모든 것은 시야를 넓히고 자기 내면을 풍족하게 하는 데 쓰일 뿐이다. 구체적으로 자신이 어떻게 살 수 있을지는 자신만이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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