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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Aug 01. 2016

08. 경제 읽는 힘을 키워라.

<내 아이를 위한 인문학 교육법>

                                                   

아무리 인문학 교육을 통해 자존감을 세웠다고 해도 사람은 경제적 능력이 없으면 자꾸 위축되기 마련이다. ‘인문학 한다는 사람이 돈 이야길 한다.’고 이상하게 생각할 수 있지만, 겪어보니 돈이 없다는 것은 참 힘든 일이다.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경제가 돌아가는 시스템을 알고 적은 돈일지라도 모으고 불릴 수 있는 기본적인 능력이 있을 때 자존감이 커진다.

나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달동네에서 10년 가까이 살면서 가난이 사람의 영혼을 얼마나 병들게 하고, 또 가정을 얼마나 무참하게 파괴하는지 경험하였다. 그렇다 보니 인문학 이야기를 할 때 경제 이야기를 빼놓지 않는다. 인문학을 공부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능력이 필요하고 경제적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먼저 경제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지식을 쌓아야 한다. 그리고 이 지식은 인문학을 바탕으로 한 것이어야 한다. 인문학으로 ‘경제 읽는 힘’을 키워야 한다.
     
차이에듀케이션 황희철 대표는 경제활동 측면에서 파란만장한 삶을 산 사람이다. 비정규직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후 아홉 번이나 사업을 벌였다가 모두 실패했지만, 다시 직장에 들어가 3년 만에 억대 연봉자가 되었다. 지금은 두 개의 회사를 운영하며 다양한 기부・봉사・교육 활동을 하고 있다. 황 대표의 활동 중 ‘경제 교육’을 소개하고자 한다. 황 대표는 열심히 일하는데도 빚쟁이가 되는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금융기관에 속지 않을 경제지식을 쌓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금융기관은 ‘돈이 돈을 버는 원리’를 이용하여 사업을 하는 회사다. 금융전문가들은 돈이 돈을 버는 원리에 관해 많은 공부를 한 집단이고, 그 공부를 토대로 다양한 금융상품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우리는 그들이 ‘내 돈을 불려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그 상품에 가입한다. 그런데 부자가 되는 것은 우리가 아니라 금융기관이다. 우리는 금융상품에 많이 가입할수록, 가입 기간이 오래될수록 생활이 힘들어지고 금융기관은 시간이 지날수록 부자가 된다. 그런데도 우리는 경제 공부를 하지 않는다. 기초적인 경제 공부만 했어도 금융기관에 속지 않을 수 있는데 그것조차 귀찮아해서 피땀 흘려 번 돈을 재테크라는 명목으로 금융기관에 갖다 바치고 있다.
     
많은 사람이 가입하고 있는 연금을 예로 들어 생각해보자. 금융기관에서는 평균수명이 늘기 때문에 노후대비 차원에서 연금을 꼭 들어야 한다고 광고한다. 그 광고에 혹해 많은 사람이 연금에 가입하기도 했다. 30~40년 이후를 대비해 믿을 만하다고 생각되는 금융기관에 매달 꼬박꼬박 현금을 내는 것이다. 지금은 큰돈이지만 30~40년 후에 그 돈의 가치가 얼마가 될지 모른다. 그리고 30~40년 후부터 연금을 받는데, 목돈으로 주는 것이 아니라 매달 나누어서 준다. 그러다 일찍 사망하면 연금도 사라진다. 눈뜨고 코 베이는 상황이다.


이 상황을 금융기관으로서 살펴보자. 금융기관은 30~40년 동안 갚지 않아도 될 돈을 수많은 사람으로부터 매달 꼬박꼬박 받는다. 이 돈은 당장 회사의 수익이 될 뿐 아니라 이 돈으로 건물을 사면 월세라는 새로운 수입이 창출된다. 30~40년 후, 돈 줄 때가 되어도 매달 쪼개어주면 된다. 목돈으로 주는 것이 아니므로 큰 부담이 되지 않고 가입자가 죽으면 더는 주지 않아도 된다. 이보다 더 좋은 장사가 어디 있겠는가.
     
올바른 경제 교육은 금융상품을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금융상품의 원리, 즉 돈이 돈을 버는 원리를 공부하는 것이다. 가장 먼저 내 상황을 봐야 한다. 내 상황을 보고 내 상황에 맞는 금융상품을 선택해야 한다. 우리는 병원 가서 의사한테 “좋은 약 주세요.”라고 말하지 않는다. 의사에게 자신의 증세를 자세히 이야기하고 의사의 지시에 따라 검사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치료하고 약을 처방받는다. 
     
금융상품 선택도 이렇게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 우리의 모습은 “저 사람이 먹는 약 저도 주세요.”라는 식이다. 그래서 아는 사람이 주식으로 돈을 벌었다 하면 덩달아 주식 투자를 하고, 또 누가 연금에 가입했다고 하면 따라서 가입한다. 이런 ‘묻지 마’ 식 투자 심리를 당장 버려야 한다. 또한, 금융상품으로 인한 수혜자가 누구인지 살펴봐야 한다. 우리는 상품의 장단점만 볼 뿐 그 상품을 둘러싸고 있는 상황을 보지 못한다. 상품의 약관도 모르고 어떻게 수익이 발생하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장점만 나열하는 금융기관의 설명만 듣고 가입한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내 몫이 된다. 
     
부모가 올바른 경제지식과 투자 원칙을 갖고 있어야 아이에게도 제대로 된 경제 교육을 할 수 있다. 현재 우리가 아이들에게 하는 경제 교육은 무엇인가? “용돈 아껴 써라.” “저축해라.” 정도가 아닐까 싶다. 용돈을 아껴 저축하면 뭐할 것인가? 그 돈을 고스란히 금융기관에 갖다 바치게 된다면 내 아이들 역시 빚에 쪼들려 살지 모른다. 금융기관들은 오늘도 끊임없이 내 주머니에 있는 돈을 가져가기 위해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여기에는 수십 가지의 답변이 있을 수 있지만 나는 인문학이 답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인문학이 무슨 만병통치약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꼭 인문학을 해야만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다는 의미도 아니다. 인문학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키케로도 사실은 권력욕과 명예욕에 사로잡힌 인물이었고 오늘날로 치면 부동산 투기꾼이었다. 하지만 키케로의 인문학은 유럽 문화의 뿌리 중 하나가 되었다. 인문학에는 강력한 힘이 있다. 그것은 바로 사람이 스스로 ‘생각’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생각이 돈의 흐름을 꿰뚫게 되면 세계 경제를 지배하는 힘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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