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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Jun 28. 2018

04. 남들이 다 해본 일, 나도 당연히 해야 할까요?

<잠깐 생각 좀 하고 가겠습니다>



#레고를 처음 본 학생

수업시간에 교구로 블록을 가져간 적이 있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익숙한 손놀림으로 마치 놀이처럼 수업에 집중하던 시간에 유독 산만한 학생이 눈에 띄었다. 아까부터 블록 몇 개를 만지작거리기만 할 뿐 활동에는 관심이 없는 듯 보였다.

“무슨 문제 있니?”

나는 조심스럽게 다가가서 물었다. 그제야 뭔가 맞춰보는 시늉을 하는 학생의 볼과 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 학생은 지금까지 블록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누구나 갖고 있었을 법한 흔한 장난감이었지만 그 ‘누구나’란 범주에조차 포함되지 못한 채 훌쩍 자라버린 그에게 블록은 생애 처음 만져보는 낯선 물건이면서 기억하고 싶지 않은 가난의 상징이었다. ‘누구나가 가진 것’을 갖지 못한 것에서 오는 느닷없는 낯섦은 들키고 싶지 않았던 과거였을 것이다.

그에게서 예전의 내가 언뜻 보였다. 가슴 가장자리에서부터 저릿한 아픔이 몰려왔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우리는 무언가를 갈망하고, 그리워하고, 외로워하고, 숨죽여 아파하지만 그것을 드러내서는 안 된다는 아픈 교훈을 삶에서 배운다. 묻어두고, 자신을 설득하고, 주위와 타협하면서 얻게 되는 그들의 리그에 속하기 위한 자격은 속으로 외롭고 아플수록 가까워지는 것이다. 남들과 다름없던 그의 삶 가운데 찾아온 느닷없는 낯섦에 잠시잠깐 흔들리는 그를 보면서 가슴으로 응원을 보냈다.

‘괜찮아, 괜찮아, 지금까지도 잘해왔어. 이제부터는 지나간 시간에 얽매이지 말고 당당히 너 자신의 길을 가. 괜찮아.’
그의 마음에 평화가 찾아오길 바랐다.
그래야 내 마음도 조금은 편해질 것 같았다.

“너 자신이 되라.
다른 사람은 이미 있으니까.
-오스카 와일즈

다른 사람의 모습과 나를 비교하는 순간부터 불행이 시작된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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