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더굿북 Jul 02. 2018

03. 실패할 자유는 왜 중요한가?

<천재들의 생각 수업>




이번 프로젝트 초창기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한 번 알아보기 위해, 나는 비공식적으로 한 무리의 낯선 사람들에게 창의력이 과연 중요한 것인지, 그렇다면 얼마나 중요한지 알아보기 위해 조사를 했었다. 나는 잠깐 쉬고 있는 비서나 배달원들, 통근 열차에서 만난 사업가들, 빈둥대는 여급사나 호텔 종업원들, 도서관 사서들, 공원 벤치에 앉아 있는 엄마들 등 사람들을 가리지 않고 아무나 붙잡고 이야기를 했다.


이번 조사에서 다행스럽게 느끼는 두 가지 결론이 나왔다. 


첫째, 내가 사람들에게 강연이나 충고를 할 수 있을 것 같은, 또는 비밀을 털어놓고 얘기하고 싶은 그런 인상을 준다는 것이다.


둘째, 이 주제에 호의적이지 않았던 사람은 거의 없었다. 꼭 이런 순서는 아니지만 건강, 행복, 부 다음으로 창의력이 좋은 것이라고 대체로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최고의 아이디어이자 가장 창의적인 생각이라고 부풀려진 몇몇 얘기를 들은 후 더 나은 창의력을 위해서라면 친구나 소득, 안전이나 명성을 기꺼이 희생할 의향이 있냐고 묻자 사람들은 키득키득 대거나 말을 잘 못하는가 하면 심지어 양해를 구하고 자리를 피했다. 사람들은 모험을 감수해야 하는 걸 불편해한다. 이런 이유로 우리 대부분은 창의적 잠재력의 온전한 크기를 제대로 알아내는 데 어려움이 있다.


창의적 작업에서 유감스러운 점은 바로 창의력에는 위험감수라는 요소가 필수라는 점이다. 말하자면 이러한 모험은 여러분의 은밀한 인격을 드러내는 일이며 공개적으로 검증받을 준비가 아직 안 된 뭔가를 드러내는 일이고, 경험과 전문성이라는 확실한 기반을 뛰어넘어야 하는 모험이며, 친구나 스승과도 나가야 할 길이 달라질 수 있는 모험이다. 또한 실수를 하고 자신이 가진 재원을 위태롭게 하는 모험이며 큰 손해나 실패처럼 의도치 않은 결말로 고통을 받을 수도 있는 모험인 것이다. 사회는 이단자를 멀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르거나 낯선, 또는 불확실한 뭔가를 추구하기 위해 모두가 인정하는 상식 바깥으로 걸음을 내딛는 용기가 없다면 창의적 사고가 펼쳐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맥아더상은 모험을 감수할 용기를 준다. 그렇기 때문에 다소 불가능한 것을 추구하는 용기를 기꺼이 갖춘 사람들에게 상을 수여해 왔다.


한 수상자는 맥아더 프로그램 책임자에게 다음과 같은 글을 써서 보냈다. “실패할 자유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또 다른 수상자는 “제 안에 가지고 있을 거라고 생각지 못했던 뭔가를 할 수 있는 용기를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썼다. 상을 수여받고 재단으로부터 경제적 후원을 받음으로써 수상자들이 창의력을 발휘할 기회를 좀 더 쉽게 잡을 수 있겠지만, 이러한 지원이 없었어도 그들은 주류의 흐름을 거스르는 데 익숙했을 것이다. 


손으로 어루만지고 기름칠하고 사포질하면서 나무에서 나는 조용한 속삭거림, 부드러운 농담 같은 침묵의 소리. 그의 작업실에서 나오는 이런 리듬에 빠져서 샘말로프와 충분한 시간을 보낸다면 여러분은 뭔가 궁금해지기 시작할 것이다. 창의력이라는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서 결국 우리에게는 믿음이라는 커다란 발판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어떻게 사람들은 모험을 감수할까? 나는 상세히 알고 싶었다. 다른 사람을 앞서 나가기 위해서 또는 보통 사람들이라면 아무 생각 없이 웃고 즐기며 넘어갈 수 있는 어떤 것을 주의 깊게 관찰하기 위해 뒤떨어지는 것을 감수할 용기를 도대체 어디서 찾을까?





용기, 모험, 믿음, 신념, 희망, 힘. 이러한 개념들은 마침내 때가 되면 하나의 단일한 질문으로 섞여 들어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모두는 아주 열심히 이러한 개념을 깔끔하고 정확하게 밝히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이는 그리 간단하지도, 그리 명확하지도 않다. 

용기는 심각하고 어렵고 무거운 개념이다. 정직한 샘은 용기를 갖는 것이 쉽지 않은 일임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이 점에 있어서 자신이 지속적으로 뭐가 부족한지 정확히 인지하고 있었다. 


라마누잔(A.K. Ramanujan)의 경우를 보자. 나는 이 저명한 시인이자, 번역가이며 맥아더상 수상자이고 다방면으로 박학다식한 지식인인 그와 연락을 시도한지 수개월 만에 소심하고 애처로운 느낌이 드는, 멀리서 온 답장을 우편함에서 찾았다. 그는 시간상으로도, 그리고 여행 중이기도 하고 인터뷰에 대한 공포가 있어 인터뷰가 어렵다는 답장을 보내왔다. 결코 아무 생각 없이 고른 것은 아닌 듯한 그림엽서에는 시카고대학 한 구역에 좁게 나 있는 눈 덮인 길을 찍은 사진이었다. 그 길에 있는 두 사람은 마주하며 다가오고 있었지만 추위로 고개를 푹 숙인 채 서로에게 아주 흔한 눈인사도 못하고 있는 사진이었다.


이건 또 다른 방식의 대화인 것이다. 두려움은 모든 사람에게 있다. 심지어 성공한 사람이나 인기 있는 사람들조차도, 입으로 휘파람을 불며 주머니 깊숙이 손을 넣고 살아가는 사람들조차도 말이다. 모험을 감수하기 위해 우리는 적어도 일시적으로, 때때로 두려움을 극복해야 한다. 만일 여러분이 어떤 어려움도 견딜 수 있는 강한 지지대를 자신의 외부에서 찾고자 한다면 적어도 일시적으로, 때때로 모험을 감수해야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04. 직장 공동체에서 소통하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