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발상법>
나를 남과 다르게 만드는 것들이 바로 나를 만드는 것이다.
- 영국 작가 앨런 밀른(Alan Alexander Milne)
뜨거운 발상, 로고에 담겨 있다!
대부분 사람은 기업 로고(logo)에 얼마나 기막힌 상징성이 담겨 있는지 잘 알지 못한다. 응당 그래야 하겠지만, 기업 로고에는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한 심오하고 흥미로운 스토리와 메시지가 넘쳐난다.
토블론(Toblerone)이라는 브랜드를 아는가?
대형 마트나 공항 면세점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토블론은 스위스를 대표하는 초콜릿이다. 그 로고엔 간과하기 쉬운 동물 한 마리가 디자인되어 있다. 주인공은 바로 무시무시한, 아니 귀여운 곰(bear)이다. 산 모양의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속에 곰의 음영이 숨어 있다. 많고 많은 동물 가운데 왜 하필 곰일까? 이 초콜릿의 생산지인 스위스 베른이 ‘곰의 도시(city of bear)’로 불리기 때문이다.
전자 회사 바이오(VAIO)의 로고를 짚어보자.
참고로 바이오는 2014년 소니(Sony)의 PC 사업부에서 독립한 회사다.
물결치는 듯 표현된 알파벳 ‘V, A, I, O’를 보라. 앞의 두 알파벳 V와 A는 아날로그 신호를 형상화한 것이고, I와 O는 1과 0, 즉 디지털을 의미한다. 과거 아날로그 시대의 최강자라는 영예를 디지털 시대에서도 이어가겠다는 강한 야망을 내비친다.
이번엔 페덱스(FedEx)의 로고를 살펴보자.
프레드릭 스미스(Fredrick Smith)는 어린 시절부터 지구촌 어디에서든 하루 만에 소포가 배달되는 걸 꿈꾸었다. 그는 대학 기말시험 때 미국 내 인구 밀집 지역에 수하물 집결지인 허브(hub)를 만들고 모든 화물을 그곳에 집결시킨 뒤 자전거 바퀴살(spoke) 모양으로 미국 전역에 배송하겠다는 내용의 리포트를 제출했다. 그러나 담당 교수는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이유로 ‘C’라는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그는 굴하지 않고 사회인이 된 후 자신의 리포트를 현실화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물류는 두 지점을 최단 거리로 연결하는 게 최선이라는 일반인들의 고정관념을 단숨에 깨버렸다. 그 결과, 오늘날 페덱스는 물류 산업 혁신의 대명사로 불리고 있다.
페덱스의 로고를 자세히 들여다보라. 대문자 E와 X 사이에 숨겨진 화살표가 보이는가? 이는 페덱스의 업무 속성을 잘 드러낸다. 그렇다면 화살표는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 걸까? 첫 번째는 신속함(speed)을, 두 번째는 정확성(accuracy)을 뜻한다. 이른바 페덱스 로고는 고객으로부터 의뢰받은 물건을 신속하면서도 정확하게 배달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다음은 아마존(Amazon)의 로고다.
아마존은 전자상거래가 본격적으로 부상하기 시작한 1994년에 제프 베조스(Jeff Bezos)가 세계 최초로 만든 인터넷 서점이다. 현재는 세계 최대의 인터넷 서점인 동시에 종합 쇼핑몰로 변신했다.
로고 하단에 노란색 화살표가 보인다. 여기엔 두 가지 의미가 들어 있다. 첫 번째는 스마일(smile)을, 두 번째는 a에서 z, 즉 전 세계 모든 상품을 취급하겠다는 의미다. 이처럼 인터넷 서점을 넘어 종합 쇼핑몰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원대한 꿈을 로고를 통해 표출하고 있다.
이번엔 선마이크로시스템즈(Sun Microsystems) 로고를 살펴보자.
이 회사에서 어떤 제품이 출시되는지, 어떤 서비스가 제공되는지 잘 알지 못하지만 그 이름은 한번쯤 들어보았을 거다. 특히 IT 붐이 절정기였던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각종 언론에 이 회사의 이름이 회자되곤 했다.
약간의 보조 설명을 하면 컴퓨터, 소프트웨어, 정보 기술을 개발 및 제공하는 회사로, 1982년에 빌 조이(Bill Joy)에 의해 설립되었다. 이 회사는 지난 2010년에 오라클에 합병되었다.
이 회사의 로고 ‘SUN’을 보라. 왼쪽의 다이아몬드형 심벌에 네 개의 ‘u’와 ‘n’이 교차된 블록이 보인다. 유심히 보면 모두 대문자 ‘S’를 형상화하고 있다. 위에서 아래로, 아래에서 위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어떻게 읽어도 모두 SUN이 된다. 재치 넘치는 기발한 디자인이다.
이어 노스웨스트항공(Northwest Airlines)의 로고를 보자.
방향을 알리는 나침반이 하나 들어 있다. 그 나침반이 가리키는 방향이 어디인지 맞춰보라. 회사 이름을 일깨우기라도 하듯 바늘은 ‘북서쪽’을 가리킨다. 유감스럽게도 이 회사는 지난 2008년 델타항공에 합병되었다.
‘세븐일레븐’의 숨은 비밀
누군가 콕 집어주지 않으면 평생 모르고 살 수도 있는 비밀을 간직한 로고가 있다. 주인공은 바로 세븐일레븐(7-Eleven)이다.
세븐일레븐은 1927년에 미국 텍사스주 달라스시의 사우스랜드 제빙 회사(Southland Ice Co.)에서 출발했다. 처음엔 편의점이라는 현재의 모습과 사뭇 달랐다. 1946년부터는 영업 시간을 아침 7시에서 밤 11시로 늘림과 동시에 체인점 이름을 ‘세븐일레븐’으로 변경했다. 그러면서 위와 같은 로고가 만들어졌다.
그러다 1970년에 다시 로고가 바뀌었다. 이렇게 탄생한 세븐일레븐 로고가 현재까지 사용되고 있다.
세븐일레븐 로고에는 의문 하나가 존재한다. 혹시 그게 뭔지 아는가? 일단 로고를 자세히 살펴보라. 1946년부터 1970년까지 사용한 로고와 1970년부터 현재까지 사용하고 있는 로고에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
로고 외곽의 원형이 사각형으로 바뀌었다고? 그게 아니면 숫자 ‘7’의 꺾이는 부분이 둘로 나눠지면서 색이 주황과 빨강, 두 가지로 바뀌었다고? 아니다.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규칙성(?)을 깨는 뭔가가 하나 보인다. 바로 ‘7 ELEVEN’이 아니라 ‘7 ELEVEn’으로 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일레븐의 영문 마지막 글자 ‘N’이 소문자 ‘n’으로 표기돼 있다. 그렇다면 왜 마지막 알파벳 하나만 소문자로 되어 있는 걸까? 궁금하지 않은가?
그 의문점에 대한 답변이 세븐일레븐의 일본 본사 홈페이지에 나온다. (2005년에는 미국 기업이던 세븐일레븐을 일본 기업이 주식을 전량 매입하면서 일본계 기업이 됨.) 어째서 소문자 n으로 끝나는지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아 본사에서 미국 담당자에게 질문을 했다고 한다.
“왜 한 자만 소문자 n으로 표기된 것입니까?”
미국에서 보내온 답변은 이러했다.
“로고를 디자인한 담당자가 퇴사를 해서 알 수 없습니다.”
‘별다방’ 짝퉁 로고?
다음 로고를 보라. 색감이나 디자인 측면에선 매우 익숙한 로고지만, 어딘가 좀 엉뚱하고 이상하다. 별다방의 짝퉁? 대체 어떤 기업의 로고일까?
실은 스타벅스의 로고다. 다만, 사우디아라비아의 특정 지역에 한정돼 사용되는 로고란다. 무슬림이 주류인 사우디아라비아의 메카(Mecca)에선 긴 머리를 늘어뜨린 누드 모습의 사이렌 디자인은 부적절해 보여 기존 로고에서 뺐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