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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Jul 03. 2018

08. 사회적 지위를 제외하고 자신을 정의해보세요.

<잠깐 생각 좀 하고 가겠습니다>




#회사를 지우면 무엇이 남습니까?

지금부터 하는 질문에 직관적으로 답해보길 바란다.
‘당신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아마 답변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럼 다음 질문은 어떤가.
‘당신 삶의 목적은 무엇입니까?’

아마도 다수의 사람들은 대답을 하지 못했거나 적어도 대답에 머뭇거렸을 것이다. 왜 그럴까? 자신을 향한 위와 같은 질문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취업 후 신입사원 오리엔테이션에서 있었던 일이었다.
“사물을 예로 들어 자기 자신을 소개해보세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강사가 던진 질문에 일순간 장내가 술렁거렸다. 서로 얼굴을 쳐다볼 뿐 다들 말하기를 주저하는 눈치다. 면접때 자기소개를 준비한 이래 고민한 적이 없던 주제였다.


‘나는 누구인가?’

이 질문에 명확히 답을 할 수 있어야, 나를 투영할 매개체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오리엔테이션을 끝으로 나는 정신없는 신입시절을 보냈다. 물론 내가 누구인지 다시 고민해볼 여유가 있을 리 없었다.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던 신입은 빠르게 지나갔다. 입사 3년 차, 회사생활에 익숙해지면서 선배들이 그랬던 것처럼 나도 그들의 삶과 닮아가고 있었다. 외근을 핑계로 사우나를 찾았고, 돌아와서는 능숙히 업무일지를 창작하는 얄팍한 기술만 늘어갔다. 30인치 바지는 어느덧 34인치를 넘어섰다.

출근을 준비하던 아침, 멍하니 컴퓨터 앞에 앉은 아버지의 뒷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35년 동안 은행에서 근무하신 아버지는 정년퇴직을 앞두고 인생 2막을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은퇴를 앞두게 되니 뭘 해야 할지 혼란스러워하시는 듯했다. 모니터 속에 깜박이는 커서를 보면서 은퇴 후 자신이 어떤 존재로 남게 될지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버지는 한참이나 그렇게 앉아 있었다.

“나이가 60이 다 됐는데, ‘나’를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어. 아무리 생각해봐도 은행 지점장으로서 아니면 니들 아빠로만 살아왔는데, 그걸 빼고 나니 내가 없어. 참 웃긴데, 명함을 내려놓으니 내가 할 줄 아는 게 없구나. 내가 니들을 위해 열심히 일했으니 이젠 네가 아빠 용돈 챙겨야 한다.”

장난 섞인 말투였지만 눈빛에는 서글픈 아쉬움이 언뜻 비쳤다.

아버지는 내가 걸어갈 길이었다. 안정된 직장에 괜찮은 보수. 그러나 아버지는 걸어온 길의 끝에서 방황하고 계신다.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순간 혼란스럽기도 했다.

출근길 아버지의 뒷모습이 내게 질문을 던진다.
‘그래, 넌 어떻게 살 거니?’
‘글쎄요…’라고밖에 달리 할 말이 없었다.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세요.
내가 누구인지를 스스로 묻는 것이야말로 나를 혁신하는 첫걸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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