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더굿북 Jul 03. 2018

02. 바보와 싸울 가능성이 있는 사람 ①

<화가나도 바보와는 싸우지마라>



정의감이 투철한 사람
  
정의감이 투철한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판단을 내릴 때 선악을 가장 우위에 두는 사람이다. 시대극을 너무 많이 보고 자란 내가 대표적인 사례다. 정의감의 근거는 결국에는 정의가 승리한다는 맹목적인 믿음에 있다.

하늘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어디선가 슈퍼맨이나 아이언맨 같은 슈퍼히어로가 날아와서 도와줄 것이다. 나 자신은 히어로다.

학창 시절까지는 이렇게 생각해도 괜찮을지 몰라도 현실 사회에 나와서는 생각을 고쳐먹는 것이 좋다. 아무래도 초인적인 영웅이 나타나서 정의의 철퇴를 내려주는 사례는 어디에도 없는 듯하니 말이다.
  
미국에서는 유능한 변호사를 고용할 자본력이 있다면 어떤 범죄든 유리한 판결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한다. 다시 말해, 어떻게 보면 돈으로 정의를 살 수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인도나 인도네시아, 러시아에 가면 아직도 교통법규 위반을 무마할 때나 비자 취득처럼 공무원의 일처리를 유리하게 만드는 데 뇌물이 힘을 발휘한다.

확실히 일본은 그 정도로 심각하지는 않다. 하지만 정의가 항상 통용되지는 않는다. 물론 악을 장려하지는 않지만 결국에는 언제나 정의가 승리한다는 순진한 생각도 장려하지 않는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슈퍼히어로가 허구의 세계에서 그토록 인기를 얻는 것은 현실에 그처럼 통쾌한 일이 없다는 반증이다. 또 정의는 사람 수만큼 존재한다. 각자의 정의를 완벽히 수치화하여 공평하게 판단하기란 불가능하다. 인생은 부조리하다고 생각하는 편이 낫다. 애초에 ‘조리’는 인간이 멋대로 만들어낸 환상이라고도 할 수 있다. 세상은 당신의 생각대로 이루어져 있지 않다. 신이나 부처님이 존재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런 절대적인 존재가 항상 조리에 맞는 철퇴를 내려주는 것은 아닌 듯하다.
  
세상의 부조리를 받아들이고, 정의가 통용되지 않는 것을 잘 알고도 운명을 같이 할 각오라면 그것은 그것대로 괜찮다. 하지만 그 정도의 각오가 없다면 선악을 가장 우위에 놓고 세상에 정의감을 무턱대고 요구하는 것은 삼가는 편이 좋다. 정의감에 불타 타인과 쓸데없이 싸우는 것은 당치 않은 일이다. 불의한 상대가 이기는 경우가 꽤 있기 때문이다.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
  
다양한 의미의 자신감이 있다. 자신이 옳다는 자신감, 상대를 논리로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 상대를 권력투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 상대를 성과로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 근거 없는 자신감도 있는가 하면, 실적에 기반한 근거 있는 자신감도 있을 것이다.

허세라 하더라도 매사에 자신감을 갖고 임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자신감이 넘치는 이가 상대방을 논파하려고 할 때만큼 상대가 보기에 굴욕적인 일은 없다. 
     
자신감이 넘치는 이가 거만한 태도와 논파하려는 어조로 다가올 때, 그 사람은 대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의아했다.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고 싶은 것일까? 바보 취급을 하고 통쾌함을 느끼고 싶은 것일까? 가르쳐줄 테니 잘 들으라는 식의, 자신의 부하를 대하는 듯한 기분일까?

함께 있던 선배들이 말로는 내뱉지 않았지만 ‘저 녀석들 손 좀 봐줘야겠군’ 하는 표정을 지었던 것을 잘 기억하고 있다. 자신이 더 똑똑하고 지식이 많다고 생각하는 인간이 하는 행위는 확실히 역효과를 부르는 경우가 많다. 머리는 좋을지 몰라도 어리석은 것이다.
  
게다가 자신만만한 사람은 점점 수비가 약해진다. 자신감을 갖고 성공해온 경험이 다음 대비를 소홀히 하게 만든다. 자신감이 있으니 미래 예측에도 안일해지기 쉽다. 상대를 불쾌하게 할 뿐 아니라 상대의 태도를 포함한 미래 예측을 얕잡아보고 자신의 능력을 더욱 과신하게 된다. 이렇게 악순환에 빠지는 것이다.
  
자신감에 넘칠 때일수록, 자신감을 가진 사람일수록, 겸허히 그리고 위기감을 갖고 만사에 임해야 하는 것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모든 경우에 적용되는 말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