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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Jul 05. 2018

04. 피해자인 척 굴어라.

<화가나도 바보와는 싸우지마라>




내가 본 성공한 이들은 모두 가라테보다 합기도를 선호한다. 정면으로 맞서 힘을 겨루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힘을 이용하여 상대의 균형을 무너뜨리고 나에게 유리한 자세를 잡는다. 그리고 서로 다치는 일 없이 승부를 가른다.

호흡을 고르고 상대의 힘을 거스르지 않으면서 그것을 이용하기 때문에 근육을 지나치게 단련할 필요가 없다. 상대가 아무리 건장하고 힘이 세더라도 중심을 살짝 무너뜨리기만 해서 유리한 입장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는 것이다.
  
세상의 어떤 호신술이든 나보다 센 상대로부터 자신의 몸을 지키려면 상대의 힘을 이용해야 한다. 상대의 힘과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힘이 실려 있는 쪽에 자신의 힘을 실어 상대의 힘으로 상대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것이다. 현실 사회에서 배로 되갚아주고 싶다면 이 합기도로 승부하는 방식을 참고해야 한다.

우선 화가 나면 상대에게 공을 돌리고 기분을 좋게 만들어야 한다. 바보는 바보라서 모두에게 호감을 사지 못하며, 그 사실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을 것이다. 그들은 그런 현실에 굴하지 않을 정도로 철면피이기는 하지만 인간은 누구나 타인에게 호감을 사고 싶고 인정받고 싶다는 욕구를 갖고 있다. 나를 화나게 하는 사람일수록 웃는 얼굴로 접근하여 부탁을 해보자. 화가 나는 일이 있더라도 권력이 있는 상대일수록 일단 공을 돌려주어야 한다.

그러려면 상대에게 공격이나 괴롭힘을 당하는 척을 하면 된다. 반격을 하려는 기색은 철저히 숨기고 이기지 못해서 분하지만 ‘당했다’ ‘졌다’ 하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다. 속는 셈치고 시도해보자.



경쟁관계에 있는 상대에게 되갚아줄 때는 상대의 힘을 이용하여 내게 유리한 일을 실현하는 것이 건설적이다. 쓸데없이 싸워서 적을 더 어려운 상대로 만들고 미래를 위태롭게 만들기보다 적을 내 편으로 만들고 내게 유리하게 이용하는 쪽이 생산적이다. 그리고 상대를 최고의 아군으로 삼으면 불안이 가실 뿐만 아니라 미래도 밝아진다.

진정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초점을 맞추면 바보에게도 머리를 숙일 수 있다. 나도 정치인 시절, 용납할 수 없는 인간에게 머리를 숙이지 않으면 일을 진행할 수 없던 경우가 있었다. 젊은 혈기로 여러 번 충돌하고 욱해서 협박 비슷한 것도 한 적이 있다. 물론 그때의 결과는 최악이었다. 내가 하고 싶은 정책은 좌절되었고 자리도 얻지 못했다. 얻은 것은 한순간의 해방감뿐이었다. 그것은 장기적인 안목으로 보면 중요치 않은 느낌이며, 금세 사라지고 만다. 그리고 바보를 상대로 바보 같은 대응을 했다는 허무함과 후회만이 남았다. 지금 돌이켜보면 어떻게 해서든 이루겠다는 목적의식이 부족했던 듯하다.
  
그 후 그렇게 호되게 당하고 반성하고 나니 거리낌 없이 고개를 숙일 수 있게 되었다. 진심으로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그것이 명확하다면, 얼마든지 고개를 숙일 수 있는 법이다. 아무렇지도 않은 일이다. 그러면 바보는, 건방지고 자신에게 적의를 드러내는 인간이 머리를 숙이니 기쁠 것이다. 우쭐한 기분에 그것 보라며 의기양양해질 것이다.

그렇게 내버려두면 된다. 그러면 바보도 인간이기 때문에 경계를 풀고 정에 끌리게 된다. 또한 바보에게 머리를 숙일 때는 진심으로 성심성의껏 숙여야 한다. 그들은 조심성이 많기 때문에 건성으로 해서는 효과를 보기 어렵다. 어차피 숙여야 한다면 진심으로 철저히 숙이자. 그리고 바보에게 절대로 들키지 않을 곳에서 혀를 내밀고 스트레스를 풀면 그만이다. 험담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 결국 귀에 들어가는 법이다. SNS나 블로그에 올리는 것도 금물이다. 그 또한 결국 들키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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