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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Jul 05. 2018

05. 바보에게 상담하라.

<화가나도 바보와는 싸우지마라>



만약 당신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반드시 아군으로 삼아야 하는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하지만 도저히 그 사람과의 거리를 좁힐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최후의 수단으로 그 상대에게 ‘그 사람에게 받고 있는 불쾌한 행동에 대한 대처방법’에 관해 상담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즉 상대의 행동을 다른 사람의 괴롭힘으로 포장해서 상대에게 그 대처법을 물어보는 것이다.



이것은 상당히 고도의 전술이다. 자신을 기분 나쁘게 무시하거나 생트집을 잡거나 따돌리는 사람이 있다면 그 바보에게 “나를 무시하고 따돌리고 생트집을 잡는 사람이 있어요” 하고 상담을 해보면 된다.

이 방법의 효과는 상당하다. 상대는 뜨끔해하면서도 당신의 상담에 친절하게 대답하려고 할 것이며 그 후에도 당신에게 해준 대답에 부합하도록 행동을 수정할 가능성이 높다. 어디까지나 ‘이건 당신 이야기야’ 하고 은근히 내비치지 말고 진지하게 고민하는 듯한 느낌으로 상담하러 가는 것이 좋다. 아무리 성격이 음침한 바보라도 ‘혹시 내 얘긴가?’ 하고 생각할 것이 틀림없다.
  
사실 이것은 내가 직접 경험을 통해 배운 기술로, 이 조언을 해준 것은 모 거물 정치인이었다. 이 사례의 상세한 내용은 자세히 밝힐 수 없지만 앞서 이야기한 전략은 당시 내가 처한 상황에서 도움이 되었다. 이쪽의 전략이 들키지 않도록 조심했지만 애초에 그렇게까지 해야 할 정도로 궁지에 몰려 있었던 것이다.

거북한 상대의 불쾌한 행동을 그만두게 하고 내 편으로 만들고 싶지만 통상적인 방법으로는 벗어날 수 없을 때, 이 방법을 써보길 바란다. 중요한 점은 험악해질 것 같을 때일수록 어떤 식으로든 소통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악의 경우는 거북하다고 느낀 나머지, 필요할 때조차 아무런 소통을 하지 않으려는 것이다.
  
오늘날 일본과 중국의 관계가 전형적인 사례다. 최악의 시기에 소통을 단절하는 것만큼 위험한 일은 없다. 분위기가 험악할 때 대화하지 않으면 서로에 대한 최악의 시나리오를 전제로 하는 억측을 낳을 뿐이다. 인간관계에서든 국가관계에서든 최악의 시나리오를 전제로 하는 상대에 대한 억측이 시작되면 사태는 걷잡을 수없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당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도 자민당의 고무라 마사히코(高村正彦) 부총재를 비롯하여 중국에 특사를 보내 중국과의 관계 재구축에 나서, 중국의 세습 간부, 이른바 태자당(太子党) 인맥을 이용하여 소통을 꾀했다는 점은 평가받아야 한다.

2014년 3월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위기에서 미국과 러시아는 대립관계이면서도 정상끼리는 직접 소통하고 있었다. 푸틴과 오바마는 서로가 서로의 정치적 입장에서 합의를 도출할 수 없다는 것이 명확하더라도 평소보다 긴밀히 대화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또 6월에 노르망디 상륙작전 70주년 기념식 참석을 위해 프랑스를 방문했던 오바마와 푸틴은 우크라이나 정세의 긴장 완화를 위해 짧은 시간이지만 개별적으로 회담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표면적인 의논 내용에 변화가 없더라도 서로 어조와 톤을 통해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었다. 상대는 얼마나 진지하며, 어느 정도라면 양보할 마음이 있는 것일까? 전혀 없는 것일까? 결과적으로 푸틴이 오바마의 나약함을 알아차리고 행동에 옮기고 말았지만 다행히도 커뮤니케이션의 부족에 의한 과도한 억측이라는 악순환에 빠지는 것은 피할 수 있었다. 그 덕분에 세계가 두려워할 만한 최악의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앞으로도 방심해서는 안 되지만, 위기 상황에서 미국뿐 아니라 서양 국가들은 다양한 채널을 통해 러시아와 커뮤니케이션을 꾸준히 취하고 있다.
  
이런 행동을 취함으로써 과도한 억측 경쟁을 피할 수 있다. 과도한 억측 경쟁의 악순환에 빠지면 상대가 악의 없이 무심코 한 행동마저 ‘악의가 있는 행위’라고 억측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악화된 관계는 부정적인 방향으로 치닫고 결국에는 충돌할 수밖에 없다.

불쾌한 사람과 험악해지고 있을 때야말로 무리해서 친근하게 이야기할 필요는 없지만 빈번하게 커뮤니케이션을 취하고 그 이상 관계를 악화시키지 말아야 한다. 최소한 만나두기라도 해야 한다. 무리해서 이야기를 하지는 않더라도 적대시하지 않는다는 표정과 몸짓은 보여두는 편이 좋다. 얼굴도 보고 싶지 않다는 기분은 이해하지만, 얼굴도 보지 않는다면 나쁜 방향으로의 억측이 시작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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