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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Jul 10. 2018

05. 몸이 편해지면 요통이 온다.

<나는 당신이 오래오래 걸었으면 좋겠습니다>




정형외과를 찾는 환자 중 가장 많은 수가 요통 환자다. 특히 중년과 노년층 중에는 허리가 자주 아프고 몇 년에 한 번씩 돌발성 요통이 반복해서 일어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요통을 경험한 적이 있다면 그 순간을 한번 떠올려보기 바란다. 요통은 안정을 취하면 저절로 사라지는 것에서부터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하는 것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통증의 정도가 어떻든, 당사자로서는 허리가 아프다는 사실만으로도 불안감을 느낀다.

신체의 어느 부위든 통증이 있으면 불안해진다. 특히 요통은 시간이 지날수록 통증이 심해지는 경향이 있어서 “허리가 아프니 점점 우울해져요”라고 호소하는 환자들도 적지 않다. 허리가 아플 때는 통증이 허리에서만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허리에서 시작해 목 부위까지 무지근한 아픔이 퍼지고, 걷거나 앉을 때마다 다리가 아프며, 급기야는 팔을 움직이기도 힘든 상태가 된다. 허리는 우리 몸에서 가장 중요한 부위다. 허리가 아프면 몸 전체의 기능에 장애가 올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고, 이대로 영영 못 움직이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에 휩싸이게 된다.

요통이 정신 작용과도 관련된 자율신경을 불안정하게 만들어서 허리가 아프면 심한 불안감을 느낄 수 있다는 설도 있다. 허리 부위로 자율신경 다발이 지나기 때문이다.

이처럼 정신적인 불안감까지 일으키는 요통은 평소의 운동 부족과 큰 관련이 있다. 사실 생활 속 사소한 변화로 운동량이 줄었을 때 요통이 생기는 예가 많다. 여기서 말하는 운동량은 조깅이나 국민체조 같은 운동이 아니라 좀 더 사소한 것을 가리킨다. 즉 깨닫지도 못할 정도의 생활 속 운동량 감소가 요통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는 뜻이다.



나도 서른 살 때 이사를 한 후에 ‘돌발성 요통’이라는 급성 통증을 앓은 적이 있다. 돌발성 요통은 어떤 순간에 허리에 무리하게 힘을 가했다가 추간판(척추원반)이나 인대, 근육에 문제가 생겨 심한 통증을 느끼는 증상이다. 하지만 이 증상이 이삿짐을 운반하다가 생긴 것은 아니었다.

이사를 하기 전에는 지하철을 갈아타고 직장에 다녔지만, 직장인 병원 근처로 이사하면서 출퇴근 수단이 버스로 바뀌었다. 돌발성 요통은 이사를 끝내고 버스로 출퇴근한 지 한 달 만에 발생했다.

그 전에는 집에서 역까지 걷고, 지하철을 갈아타기 위해 역 구내를 걸었으며, 역에서 병원까지 또 걸었다. 또 지하철역에서는 에스컬레이터를 타지 않고 계단을 이용했다. 그런데 이사 후 출근 경로가 바뀌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근력이 떨어져 요통이 온 것이다. 허리의 이상을 눈치채고부터 요통이 가져오는 불안감을 느꼈는데, 아니나 다를까 일주일 후에 돌발성 요통이 일어나고 말았다.

알다시피 돌발성 요통이 발생한 직후에는 조바심 내지 않고 안정을 취하는 것이 가장 좋다. 그래서 나도 당시 이틀 정도 집에서 휴식을 취했고, 얼마 후 그럭저럭 회복되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해야 할 것은 요통이라고 해서 모두 안정을 취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안정을 취할 때는 통증이 가라앉고 움직일 때는 아프다면, 돌발성 요통 같은 운동관련 통증이므로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안정을 취하든 움직이든 통증이 가시지 않는다면, 허리 외에 등뼈나 내장기관과 관련된 질환을 의심해봐야 한다. 이럴 때 무턱대고 계속 안정만 취했다가는 오히려 병을 키울 수 있으므로 빨리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아야 한다.

내가 일으킨 돌발성 요통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 보겠다. 안정을 취해 돌발성 요통이 가라앉은 후에는 재발 방지를 위해 매일 요통을 위한 근력 트레이닝을 했다. 그리고 휴일에는 배근이나 복근의 힘을 키우려고 애를 썼다. 그 덕에 반년 정도 지나서는 ‘요통이 발생하기 어려운 허리’가 됐다.

사람들은 흔히 요통이 무리를 했기 때문에 생긴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이처럼 환경의 변화로 그때까지 사용하던 근육을 쓰지 않게 되면서 근력이 저하되어 요통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사실 깨닫지 못할 뿐, 요통은 맨 처음 이와 같은 환경의 변화로 운동량이 감소하기 때문에 시작된다. 바꿔 말하면 몸이 이전보다 편해진 탓에 근력이 약해지면서 시작된다. 그리고 힘이 줄어든 근육에 계속 무리를 가하면 점차 요통이 만성화된다. 이것이 현대의 요통, 특히 중년 이후에 발생하는 요통의 전형적인 유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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