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나도 바보와는 싸우지마라>
우선 상대의 동기를 파악한다.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분노를 품고 있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분노를 조절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우선 상대의 동기를 살핀다. 앞서 이야기했듯, 반사적인 행동 즉 빠른 반응은 어떤 경우에도 좋지 않다. 우선 상대가 ‘왜 나를 화나게 하는 행동을 하는 것일까?’ 하고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한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이에 냉정을 되찾는다. 그리고 이유를 알면 대책이 보이기 시작한다.
상대에게 불쾌한 일을 당했을 경우, 그 동기를 찾는 것이 가장 우선인데 이 사고 훈련은 다양한 경우에 도움이 된다. 나중에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상대의 기분을 파악하는 것이 인생을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비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머리를 써서 무엇인가에 몰두하는 행위는 자신을 진정시켜준다. 반사적으로 유치한 행동을 취하는 것을 막아준다.
곧장 반응해서는 안 된다.
그래도 분노를 삭일 수 없다면 나는 참다가 분노를 폭발시키는 것이 아니라 아무도 모르는 안전한 곳에서 폭발시키고 있다.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봤지만 그것이 가장 적은 스트레스로 분노를 해소해준다.
예컨대, 글을 쓰는 것이다. 불쾌한 일을 당한 뒤, 분노의 메일처럼 감정을 실은 글을 써도 좋다. 하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전송해서는 안 된다. 나도 너무나 화가 나는 대응이나 메일을 받았을 때는 곧바로 분노의 메일을 쓴다. 하지만 보내지 않고 저장해둔다. 나는 지금까지 메일이나 트위터로 분노에 찬 상태에서 곧장 반격을 하다가 후회스러운 실패를 수없이 맛봤기 때문에 간단히 전송하지 않도록 거듭 단련하여 그럴 수 있게 되었다.
나의 단점이자 장점이 될 수도 있는 특징은 반응이 느리다는 것이다. 실제로는 심한 대우를 받고 있었지만 시간이 상당히 지난 뒤에야 깨닫는 편이다. 이 느린 반응이 부족한 인내력을 보충해주는데, 어차피 인내력과는 다르다. 시간차를 두고 맹렬한 분노에 휩싸이기도 한다.
그때 자주 쓰던 방법은 욕조에 방수 텔레비전을 가지고 들어가 커다란 음량으로 틀어놓는 것이었다. 그 후 상대방을 때려눕히는 상상을 하며 생각했던 말을 철저히 내뱉는다. 완전히 예의에 어긋나고 방송 금지 용어투성이기는 하나, 그것만으로도 속이 후련해진다.
내가 말하는 인내력이란 곧장 반응하지 말라는 것일 뿐, 언제까지나 마음속에 담아두라는 말은 아니다. 그것은 정신건강에 좋지 않다. 상대 앞에서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참은 뒤, 어디선가 마음껏 폭발시켜 처리하는 것이 좋다. 폭발시킬 때는 관계자가 절대로 알 수 없는 방식으로 처리해야 한다. 동료나 선배와의 술자리에서 그들을 앞에 두고 입 밖에 내는 것은 위험하다.
이런 일이 있었다. 정계에 있을 때, 한 선배에게 집요하게 냉대를 받은 적이 있다. 게다가 가는 곳마다 내 험담을 하고 다녔다. 이 또한 뒤늦게 알게 되었는데, 그때는 엄청나게 분노했다. 선배들이 나를 달래려고 고급 음식점에 데리고 가주었지만 술이 들어가자 선배들이 유도 신문을 하듯 “그 녀석 너무하네” 하며 운을 띄우는 통에 그 후로는 나도 실컷 욕을 했다.
그 자리에서는 속이 후련했지만 나중에 그 선배들이 어떤 의도에서였는지 나의 그런 모습을 곧장 일러바쳤다고 한다. 정계에서는 ‘험담에는 날개가 달려 당사자에게 날아간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절대 공언해서는 안 되지만, 아직 그 가르침을 몰랐던 나는 그때 비로소 알게 되었다.
분노를 조절하기 위해 말을 하거나 글로 써서 후련해지는 경우가 많으니 그렇게 하면 된다. 다만, 절대로 상대에게 전해지지 않도록 발언과 메일을 조심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행위는 살생부에 적고 있다”라는 지인도 있다. 용서할 수 없는 행동과 욕설을 노트에 적어 언젠가 복수를 하겠노라고 다짐한다는 것이다. 복수는 권하지 않지만 노트에 적어서 기분이 풀린다면 그 또한 좋은 방법일지 모른다. 절대 아무도 볼 수 없는 아날로그 정보로서 확실히 보관해야 한다는 전제가 붙기는 하지만.
아무튼 발끈하는 분노는 순식간에 액체 질소로 얼리듯 가둬 두고 여유를 갖고 미소를 지어 보인 뒤, 어딘가로 멀리 가져가 폭발시키자. 그 후 홀가분한 머리로 냉정히 해야 할 일을 설계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