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욕설의 어원을 알고도 쓸까?

<국어에 답 있다>

by 더굿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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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인근 지역의 해군 병사들을 대상으로 고운 말 쓰기 강연을 해 달라는 의뢰를 받은 적이 있다. 사실 필자로서는 딱히 이야깃거리도 없어 난감해 하고 있었는데, 전화한 정훈 장교가 병사들에게 욕설의 어원적 의미를 말해 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면 효과가 있을 거라고.

아니나 다를까, 재미없고 따분한 강연을 조용히 듣고 있던 사병들이 욕설의 어원적 의미에 이르러서는 “아!” 하고 적극적인 반응을 보였다. 단순히 ‘그렇구나’, ‘재미있네’가 아니라 ‘쓰면 안 되는 말이구나’ 하는 느낌의 반응이었다. 욕설에는 ‘씨×, 제기랄, 니미럴’ 등 성적인 비하, 근친상간적 의미가 어우러져 있는 것이 많은데, 그 뜻을 생각한다면 입에 담기 어렵다. 그 교육의 묘안을 정훈 장교는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 어원처럼 욕설과 비속어에는 독성이 강한 마음이 들어 있다. 독이 든 음식을 모르고 먹는다고 몸이 상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길거리에서, 버스 안에서 재잘거리는 청소년들의 대화의 태반이 욕설이라는 보도를 보면, 그들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서도 고운 말 교육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과학적인 근거는 잘 모르겠지만 날마다 욕을 들은 화초는 시들어 죽고, ‘사랑해’라는 칭찬의 말을 들은 화초는 싱싱하게 자랐다는 실험도 있다.

물론 욕이 꼭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다. 욕을 통해 억눌린 감정을 풀 수 있고 카타르시스도 느낄 수 있다. 화를 참으면 오히려 병이 된다고 하니 때로는 욕도 필요하다. 우리 탈춤극의 대사만 보더라도 욕으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그 욕들은 해학과 웃음을 느끼는 욕이요, 모나지 않은 욕설이다.

이와 달리 오늘날 넘쳐나는 수많은 욕설은 남을 해치는 욕설이다. 센터나 백화점의 직원 등 이른바 감정 노동자의 상당수는 고객의 욕설로 인해 우울증과 불안 장애에 시달리고, 심지어 자살 충동까지 느낀다고 한다. 오죽하면 이를 금지하는 법까지 만들었을까 싶다. 남을 해치는 욕설은 결국은 나까지 병들게 만들고 만다. 언어의 건강, 나의 건강, 나아가 우리 사회의 건강을 되찾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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