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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 ‘죄송한 말씀’과 ‘죄송하다는 말씀’은 다른 뜻

<국어에 답 있다>

by 더굿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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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께 죄송한 말씀 드립니다.

이 말은 무슨 뜻일까? 지금부터 미안한 말을 할 거라는 예고의 뜻일까, 아니면 ‘죄송합니다’라는 사과의 인사말일까? 말할 것도 없이 이는 지금부터 죄송한 내용의 말을 하겠다는 뜻이다. 즉 “죄송한 말씀 드립니다”라고 한 다음에는, 왜 죄송한지 구체적인 내용이 이어지고, 그런 다음 마지막에 사과의 인사말을 하게 된다.

이를테면 “죄송한 말씀을 드립니다. 내일 약속을 취소합니다. 죄송합니다”와 같은 식이다. 따라서 ‘죄송한 말씀 드립니다’는 ‘죄송한 말씀이지만’, ‘죄송합니다만’ 등과 비슷한 뜻을 지닌 표현이다. 아래는 그와 같이 쓴 예이다.

• 오늘은 죄송한 말씀 좀 올릴게요.
• 죄송한 말씀을 드립니다. 다름이 아니오라…….
• 어쩌죠, 제가 오늘 죄송한 말씀을 올려요. 오늘부터 먼저 주문 주신 분들 배송 나가는 날인데…….

그런데, 이 ‘죄송한 말씀 드립니다’를 ‘죄송합니다’와 같은 사과의 인사말로 쓰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아래 예들이 그런 경우이다.

• 배송이 지연되어 죄송한 말씀을 올립니다. (×)
• 이번 사건으로 죄송한 말씀을 드립니다. (×)

이런 경우에는 ‘죄송한’이 아니라 ‘죄송하다는’이 올바른 표현이다. 즉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라고 하거나, 아니면 간단히 ‘죄송합니다’라고 해야 한다. 비슷한 상황에서 둘 다 쓰이다 보니 혼란스러워진 것이겠지만, ‘죄송한 말씀’과 ‘죄송하다는 말씀’은 분명히 구분해야 할 말이다. 대부분 화자들은 잘 구별하고 있는 걸 보면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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