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 태스킹>
듣기란 단순히 상대방의 말을 듣는 것이 아니다. 존경심을 표하고 관계를 쌓는 일이다. 진심으로 듣는다는 것은 에너지와 헌신이 필요하다. 내가 임원들에게 다면평가(多面評價)를 진행했을 때 스스로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인식한다는 결과가 대부분이었다. 충격적인 결과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비윤리적인 사람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임원들은 직원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우선순위에 두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상대방에게 완전히 집중하는 데 실패하는 이유는 멀티태스킹과 관련이 깊다. 단 몇 분간 상대방에게 집중하는 것은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하면서 한 시간 동안 ‘코칭’을 받는 것보다 훨씬 더 생산성이 높다. 최근에 새로운 관리자에 대해 내가 고객과 나눴던 대화를 보자.
“그분은 절 존중해줘요.”
“어떻게 아시죠?”
“제 말에 귀를 기울이시거든요. 그래서 제가 감사한다는 것도 아시죠. 저도 그분 말씀에 집중하죠.”
세미나에서 적극적 경청의 가치에 관해 설명할 때 나는 참가자들과 두 가지 역할극을 진행한다. 첫 번째 역할극에서 나는 자기중심적인 매니저이다. 역할극에서 직원 역할을 맡은 사람이 어떤 도전 거리가 생겼다며 내게 말을 하는데, 난 아랑곳하지 않고 멀티태스킹을 한다. 사무실을 정리하고, 인스턴트 메시지에 답장을 보내고, 프레젠테이션 준비를 하면서 그의 질문에 건성으로 답한다. ‘대화’가 끝나면 나는 직원에게 무슨 일 있으면 언제든지 사무실로 와서 얘기하라고 말한다. 역할극이 끝난 후, 직원 역할을 맡았던 참가자에게 두 가지를 질문한다.
■ 상대방이 듣고 있다고 느꼈는가?
■ 다음에도 문제가 생기면 찾아가서 말하겠는가?
대답은 한 번도 빼놓지 않고 모두 ‘아니오!’였다.
이번에는 상처받은 참가자들에게 다시 한 번 역할극을 하게끔 한다. 참가자는 전과 같은 문제를 들고 온다. 이번에는 앉아서 이야기를 들어준다. 그리고 의자를 끌어당겨 앉으라고 말한다. 눈을 마주치고 상대방이 말하면 맞장구를 쳐주며 완전히 집중한다. 이번 역할극에서는 처음 대화를 시작할 때 내가 중요한 회의 준비 때문에 몇 분밖에 시간이 없다고 미리 알린다. 대신에 상대방에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방법을 썼는지, 그리고 해결책으로 다음에 어떤 방법을 생각하고 있는지 묻는다.
두 번째 역할극이 끝나고 나는 참가자들에게 어떤 역할극이 시간이 더 오래 걸렸는지 묻는다. 참가자들이 직접 정한 주제라 각각 다르기도 했지만, 두 번째 역할극이 항상 시간이 더 짧게 걸렸다고 했다. 그리고 맨 마지막에 참가자들에게 미리 시간을 몇 분밖에 드릴 수 없다고 말하고 시작한 데서 흥미를 잃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는지 물었다. 대답은 모두 ‘아니오.’였다. 사람들은 우리가 무조건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고 해서 모욕적인 기분을 느끼지는 않는다. 5분 동안 그 사람에게 완벽히 집중해서 하는 대화를 정신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사무실에 인질처럼 갇혀 심지어 다른 업무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과 45분 동안 대화하는 것보다 훨씬 선호한다.
“들을 시간이 없는 것이 아니라 ‘안’ 들을 시간이 없는 것이다.”
타인의 말을 진심으로 집중해서 들을 때의 가장 좋은 점은 실제 말로 하는 것보다 더 많은 대화가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대화에 몰입하면 상대방이 정말로 걱정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상대방을 흥분시키고 두려워하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발견할 수 있다. 여러분은 상대방의 미묘한 표정과 말투, 몸짓의 변화, 말이 많아지거나 미소를 띤 모습, 두려운 눈빛 등을 읽을 수 있다.
대화에 집중하는 것은 상대방의 엑스레이 사진을 보는 것과 같다. 지나가는 말의 속뜻도 알아차릴 수 있고, 그 사람에게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훨씬 더 깊게 파고들 수 있다. 상대방이 실제로 무엇을 말하고 싶어 하는지, 표현된 말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알게 되면 타인으로부터 이런 말을 빈번하게 듣기 시작할 것이다. “정말로 절 이해해주시는군요.” 집중한 상태로 대화에 몰입하면 많은 이득이 생긴다. 직장 내 관계도 좋아지고, 수월하게 계약을 성사시킬 수도 있고, 승진도 하고, 사람들이 어떤 행동을 할 때 왜 그렇게 하는지에 대해서도 더 많이 이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