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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Jul 17. 2018

05. 다르다고 말할 때가 위험한 순간이다.

<말기술>




회사를 망하게 하는 말, “우리는 다르다”



다르다고 말할 때가 위험한 순간이다.

당신의 어머니는 늘 당신이 특별하다고 말씀하셨을 것이다. 그 말은 사실일 것이다. 실제로 사람은 저마다 다르니까. 세상에 당신과 똑같은 사람은 없다. 

우리 모두가 특별하다는 전제를 확인했다면, 이제 또 다른 진실을 말해보자. 

우리는 다른 모든 사람과 똑같이 규칙을 지켜야 하며, 다른 사람에게 적용되는 원칙은 나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그 점에서 우리는 그리 특별하지 않다. 

특별한 것과 평범한 것 사이에는 균형이 존재한다. 어떤 사람이 이 균형을 잃고 자신이 그 누구와도 다르고 특별하다고 생각할 때, 문제가 발생한다. 가벼운 자기도취와 현실부정부터 도를 넘어서는 권리 의식, 나르시시즘까지 여러 가지로 말이다. 

특별함의 이중성은 각종 팀에도 그대로 나타난다. 모든 팀은 개인의 집합이고, 개인은 누구나 유일한 존재다. 그 팀만의 특별한 강점과 자산은 바로 그 팀 구성원과 그들이 힘을 합치는 방식에서 나온다. 같은 이유로, 한 가지 목표를 추구하더라도 팀에 따라 특별한 상황과 위기를 경험할 수 있다. 

그러나 팀의 독자성을 지나치게 강조해서는 문제가 생긴다. 흔히 “우리는 다르다”라고 믿는 팀은 외부가 아니라 내부를 살펴야 할 때 그러지 못하고, 그로 인해 기본적인 규칙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그런 믿음이 저조한 활동에 대한 면죄부가 되기도 한다. 투자 분야에서 “이번엔 다르다”라는 말이 너무도 위험하듯이, “우리 팀은 다르다”라는 말은 조직에 큰 비용과 위험이 될 수 있다. 

우리 대부분은 다음과 같이 어떤 사람이나 팀이 특별함을 내세울 때의 어려움을 경험한 바 있다. 회사의 한 부서가 “우리에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새로운 사내용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한다. 어떤 직원 또는 팀이 자기만의 방식이 있다며 상부의 방침을 따르지 않는다. 큰 지출 건을 담당한 한 부서장이 특정 업체에 특별한 자격이 있다며 세 군데 입찰을 통해 거래처를 선정해야 하는 규정을 따르지 않는다. 어떤 부서의 책임자가 외부 컨설팅 내용을 무시한다. “그들은 우리 분야를 모른다”는 이유에서다. 

이처럼 누군가가 스스로를 특별 취급하면 경제적 비용이 발생하고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대체 왜 그래? 당신이 그렇게 특별하다고 생각해”라는 말을 애써 참아야 하기 때문이다. 
  

다름과 특별함 사이

어머니들은 알고 계셨다. 모든 사람이 특별한 것은 맞지만, 그 사실 자체가 중요하진 않다는 것을. 사람이 제 자신의 특별함을 알고 인정해야만 세상에서 자기가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역할을 찾을 수 있음을 어머니들은 알고 계셨다. 

차별화는 비즈니스 세계의 가장 중요한 화두 가운데 하나이다. 남과 다르지 않으면 새로움을 제시할 수 없고, 눈에 띌 수 없으며, 경쟁에서 앞설 수 없다. 그러나 비즈니스 세계에는 표준을 따르는 것이 더 좋은 영역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혹시 퀴즈노스의 샌드위치를 먹어본 적 있는가? 참 맛있는 체인인 데, 지금은 예전만큼 상점이 많지 않다. 
퀴즈노스는 1981년 콜로라도 주에서 시작되었다. 셰프 출신인 창립자는 구운 샌드위치 레시피로 사업을 시작했다. 퀴즈노스는 1990년대 들어 공격적인 프랜차이즈 확장 계획을 실시하여 2007년도까지 5,000개가 넘는 가맹점을 개점했다. 이 대단한 성장세 덕분에 퀴즈노스는 세계에서 가장 잘 나가는 요식업 체인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불과 몇 년 후, 3,000개가 넘는 가맹점이 문을 닫았고 2014년 퀴즈노스는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이 기업의 역사는 ‘다름’이 성공과 실패 모두를 끌어낼 수 있음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퀴즈노스의 성공비결은 색다른 맛의 샌드위치에 있었다. 그 어떤 브랜드에서도 맛보지 못한, 오븐에 구운 샌드위치의 풍미가 소비자를 사로잡았다. 퀴즈노스의 독특한 이름과 산뜻한 스타일링은 패스트푸드의 새로운 대안을 찾던 고객들을 매혹했다. 성공의 핵심에는 ‘다름’이 있었다. 

그러나 다름은 퀴즈노스의 운영방식에까지 파고들었다. 회사 운영진은 자신들이 유사 기업과 다르다고 믿었다. 패스트푸드 체인 업계에는 50년 역사가 증명해온 성공적인 경영 원칙들이 있건만, 퀴즈노스 경영진은 프랜차이즈 사업의 가장 좋은 관습들을 거부했다. 그들은 가맹점에게 시장가격보다 비싼 값에 재료와 물품을 구입하기를 요구했다. 한 마케팅 캠페인에서는 가맹점의 승인을 받지 않고 무료 샌드위치 쿠폰 100만 장을 발행했다가 여러 지점에서 쿠폰을 거부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본사가 가맹점에 재정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왔다. 결국 퀴즈노스 가맹점은 서브웨이 가맹점보다 네 배나 빠른 속도로 문을 닫았다. 
  

퀴즈노스는 왜 위기에 빠졌나?

가맹점 입장에서 또 하나의 문제는 가격이었다. 퀴즈노스는 ‘프리미엄 샌드위치’로 포지션을 잡고 라이벌 체인보다 가격을 높게 책정했다. 회사 중역들은 자신들의 샌드위치는 특별하니까 손님들도 더 많은 돈을 내리라고 믿었다. 이 가격 전략이 특히 2008~09년의 불황기에는 큰 타격이 되었다. 다른 기업들은 상황에 적절하게 대응했다. 서브웨이는 한 가맹점의 제안에 따라 5달러짜리 30센티미터 샌드위치를 판매하기 시작했고, 가격에 민감한 고객을 대거 끌어들이는 수확을 거두었다. 

그러는 한편, 경쟁자들은 적응하고 있었다. 퀴즈노스의 특별한 점이 구운 샌드위치였을 때는 마케팅 캠페인에서 그 점을 강조하는 것이 100퍼센트 타당했다. 그러나 그들은 다른 샌드위치 체인도 빵 굽는 기계를 도입할 수 있다는 사실을 예상하지 못한 듯했다. 서브웨이, 팟벨리즈, 파이어하우스 서브즈 등 유사 기업들이 구운 샌드위치를 팔기 시작했을 때, 퀴즈노스만의 핵심 차별점은 사라지기 시작했다. 

퀴즈노스의 성쇠는 다름이 어떤 면에서는 도움이 되고 어떤 면에서는 해가 된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퀴즈노스가 차별화 전략으로 경쟁에서 앞서고자 하는 동시에 다른 성공한 프랜차이즈 요식업체의 방법을 좀 더 면밀하게 살피고 채택했더라면 더 큰 성공을 누렸을 것이다. 

다름은 불길과도 같다. 불을 잘 통제하고 있을 때는 요리와 난방에 필요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지만, 통제를 벗어난 불길은 집 전체를 태워버릴 수 있다. 불을 다룰 때는 그것을 안전하게 통제할 수 있는, 즉 다름이 이익이 되는 범위를 확실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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