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거짓말을 한다>
‘스타이’라고 알려진, 스타이버선트(Stuyvesant)고등학교는 세계무역센터에서 몇 블록 떨어진 로어 맨해튼에 허드슨강을 굽어보는 1억 5,000만 달러 상당의 10층짜리 황갈색 벽돌 건물에 자리 잡고 있다. 스타이는 한마디로 인상적이다. 이 학교는 55개 고교 심화학습과정과 7개 국어를 가르치고, 선택강좌로 유대 역사, 공상과학소설, 아시아계 미국인 문학 등을 갖추고 있다. 졸업생의 약 4분의 1은 아이비리그나 그에 준하는 명문대학에 진학한다. 스타이는 하버드대학교 물리학 교수 리사 랜들(Lisa Randall), 오바마의 전략가 데이비드 액설로드(David Axelrod),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배우 팀 로빈스(Tim Robbins), 소설가 게리 슈테인가르트(Gary Shteyngart)를 배출했다. 그리고 빌 클린턴(Bill Clinton), 코피 아난(Kofi Annan), 코넌 오브라이언(Conana O’Brien)이 학교 졸업식에 연사로 나섰다.
스타이버선트가 제공하는 과정이나 배출한 졸업생들보다 더 눈에 띄는 것이 딱 하나 있다. 비용이 0이라는 점이다. 스타이버선트는 공립학교이며 아마도 미국 최고의 학교일 것이다. 실제로 최근 한 연구는 30만 명의 학생과 부모가 참여한 2,700만 개의 평가를 이용해서 미국의 모든 공립고등학교 순위를 정했다. 1위는 스타이였다. 뉴욕의 의욕적인 중산층 부모와 마찬가지로 의욕적인 그들의 자녀가 스타이라는 브랜드에 집착하는 것은 당연하다.
퀸즈에 사는 보험 설계사와 교사의 아들인 아메드 일마즈에게 스타이는 ‘최고의 고등학교’였다.
“근로자 계층과 이민 가정은 스타이를 탈출구로 생각합니다.” 일마즈는 설명한다. “스타이에 다닌다는 것은 상위 20대 대학에 들어갈 거라는 뜻입니다. 가족의 미래가 보장되는 셈이죠.”
그렇다면 스타이버선트 고등학교에 어떻게 입학할 수 있을까? 뉴욕시의 다섯 개 자치구 중 하나에 살아야 하고 입학시험에서 일정 점수이상을 받아야 한다. 그거면 된다. 추천서도, 에세이도, 기여 입학도, 사회적 약자 우대 조치도 필요치 않다. 하루 동안 시험 하나를 보고 점수만 얻으면 된다. 일정 점수만 넘으면 그만이다.
매년 11월, 뉴욕에 거주하는 청소년 약 2만 7,000명이 이 입학시험을 치른다. 경쟁은 치열하다. 이 중 스타이에 들어가는 학생은 5퍼센트에도 못 미친다.
일마즈는 그의 어머니가 “뼈 빠지게 일을” 했고 돈이 얼마간이라도 생기면 아들의 시험 준비에 썼다고 말했다. 몇 달 동안 주중의 오후 시간과 주말을 시험 준비에 쏟은 후 일마즈는 스타이에 입학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그는 결과가 든 봉투를 받은 날을 아직도 기억한다. 그는 2점 차이로 떨어졌다.
내가 그때의 기분을 묻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세상이 무너진 기분이 어땠냐고요?”
그가 차선으로 선택한 학교는 결코 뒤떨어지는 곳이 아니었다. 브롱크스과학고등학교 역시 상위에 있는 특수목적고등학교다. 하지만 스타이는 아니었다. 일마즈는 브롱크스과학고등학교가 기술자를 길러내는 전문학교라는 느낌을 받았다. 4년 뒤 그는 프린스턴대학교에 지원했으나 떨어졌다. 그는 터프츠대학교에 입학했고 얼마간의 경력을 쌓았다. 현재 그는 한 기술 기업에 잘 다니고 있다. 비록 그는 자신의 일이 “너무나 지루하고” 그가 원하는 만큼 보상을 받지 못하다고 말했지만 말이다.
10년이 더 흐른 지금도 일마즈는 가끔 스타이에 갔더라면 인생이 어떻게 펼쳐졌을지 궁금하다고 인정했다. “모든 것이 달라졌을 겁니다. 말 그대로 지금 내가 아는 모든 사람이 달라졌겠죠.” 그는 스타이 버선트고등학교에 갔더라면 프린스턴이나 하버드에 갈 정도로 높은 SAT 점수를 받고 (그는 이 두 대학이 터프츠보다 훨씬 좋다고 생각한다) 좀 더 보수가 좋거나 성취감을 주는 직장에 갈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인간이 만드는 가설은 즐거움을 줄 수도 스스로를 고문할 수도 있다. 저 남자 또는 저 여자에게 적극적으로 구애했더라면 내 인생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저 직업을 택했더라면? 저 학교에 갔더라면? 하지만 그랬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질문에는 답이 없다. 인생은 비디오게임이 아니다. 원하는 결과를 얻을 때까지 계속 다른 시나리오로 게임을 다시 할 수 없다.
체코 태생의 작가 밀란 쿤데라(Milan Kundera)는 그의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The Unbearable Lightness of Being)》에서 이에 관해 간결하면서도 함축적인 말을 남겼다. “인간의 삶은 단 한 번뿐이다. 우리가 내린 결정 중 어떤 것이 좋고 어떤 것이 나쁜지 결정할 수 없는 이유는 주어진 상황에서 한 가지 결정밖에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여러 가지 결정을 비교할 수 있는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삶이 없다.”
일마즈는 그 시험에서 2점을 더 맞는 삶을 결코 경험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많은 수의 스타이버선트고등학교 학생을 연구하면 그의 인생이 어떻게 달라졌을지 또는 달라지지 않았을지에 관한 얼마간의 식견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직접적이면서도 우직한 방법은 스타이버선트고등학교에 진학한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 모두를 비교하는 것이다. 그들이 AP 시험과 SAT에서 어떤 성적을 거뒀는지 그리고 그들이 어느 대학에 입학 허가를 받았는지를 분석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스타이버선트 학생들이 표준화 시험에서 훨씬 높은 성적을 받고 상당히 좋은 대학에서 입학허가를 받았다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종류의 증거는 그 자체만으로는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
스타이버선트 학생들이 훨씬 더 좋은 성적을 내는 이유가 처음부터 훨씬 더 좋은 학생을 끌어들여서일 수도 있다. 상관관계는 인과관계를 입증하지 못한다. 스타이버선트고등학교의 인과관계를 시험하려면 거의 동일한 두집단(다른 조건은 같지만 한 집단은 스타이에서 교육을 받고 다른 한집단은 그렇지 못한)을 비교해야 한다. 우리에게는 자연 실험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어디에서 그런 데이터를 찾을 수 있을까?
일마즈처럼 스타이버선트에 들어가는 데 필요한 커트라인에 아주아주 가까운 점수를 기록한 학생들이 그 해답이다. 아깝게 커트라인을 통과하지 못한 학생들이 통제집단이고 커트라인을 겨우 통과한 학생들이 실험집단이다.
커트라인 바로 위나 바로 아래 점수를 기록한 학생들이 재능이나 추진력에 있어서 큰 차이가 있으리라고 생각할 이유는 별로 없다. 시험에서 1, 2점 차이는 크지 않다. 낮은 점수를 받은 사람은 잠을 좀 못잤거나 아침식사를 제대로 못했을 것이다. 3년 전 할머니와 나눴던 대화 중에 등장한 특별히 어려운 단어를 기억해 몇 점 더 받은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정확한 커트라인 점수를 이용하는 자연 실험은 사실 매우 효과적이어서 이를 부르는 이름이 따로 있을 정도다.
경제학자들은 이를 ‘회귀불연속 설계(regression discontinuity design)’라고 칭한다. 사람들을 두 개의 다른집단으로 구분하는 정확한 수치(불연속)가 있다면 경제학자들은 커트라인에 아주아주 가까운 사람들의 결과를 비교(회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