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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Jul 20. 2018

08. 대체 불가능하다는 생각은 착각이다.

<말기술>




회사를 망하게 하는 말, “그 사람 없으면 안 된다”

대체 불가능하다는 착각


누군가가 ‘대체 불가능한’ 사람이 되었을 때,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은 돈 낭비, 퀄리티 저하, 사업 운영 차질, 팀 결속 와해 등 한둘이 아니다. 그런데 이 모든 비용의 원인은 단 하나, 희소하다는 믿음에 있다.


뭔가가 희소하다, 부족하다, 아깝다는 느낌은 그것이 실제로 희소할 때에 못지않게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 어떤 사람이 너무도 특별한 자격을 갖추고 있기에 대체 불가능하다고 믿을 때, 우리는 그에게 가장 큰 희소가치를 부여하게 된다.


로맨스 영화에는 희소성이 멋지게 작용한다. 클라이맥스에서 주인공이 “나에겐 당신밖에 없어!”라고 외칠 때, 그는 투명함 그 자체, 약점 그 자체가 된다. 그는 사랑하는 사람의 자비에 제 운명을 내맡긴다. 그를 받아들일지 말지 결정할 권한은 오직 한 사람에게 있는 것이다. 그런 장면은 볼 때마다 감동적이다. 세상에 단 한 명인 내 짝을 찾았다니, 얼마나 아름다운 이야기인가!


그러나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그 누구도 그런 입장을 원하지 않는다. “이 일을 할 수 있는 건 그 사람뿐이야”라는 말은 상대의 희소성을 명시적으로 선언하는 것이다.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어떤 거래처나 직원이 대체 불가능하다고 믿을 때 우리는 상대의 일방적인 지배력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배경에 로맨틱한 음악이 깔리고……) “당신이 원하는 거라면 뭐든 해줄게. 뭘 요구해도 좋아. 나는 언제까지나 당신을 도울 거야”라고 말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당신은 지갑을 꺼낸다.)

이 불공평한 관계에서 연상되는 영화 장르가 또 있다. 은행털이가 나오는 서부극이다. 영어에서 은행이나 열차를 습격하는 강도를 ‘홀드업(holdup)’이라고 하는데, 흥미롭게도 경제학에서는 거래를 할 때 터무니없는 값을 부르는 상황을 ‘홀드업’이라고 한다. 어느 한쪽이 다른 쪽에게 사실상 모든 것을 요구할 수 있는 이런 권력 관계를 또 다른 관용어로 ‘인질로 잡히다(held hostage)’라고 한다. 아무리 가벼운 관계에서도 인질로 잡히면 시간과 기회가 낭비될 위험이 커진다. 필요 이상의 돈을 지불해야 할 수도 있다. 웃돈을 내는 것이 합리적일 때도 분명 있지만, 잘못 전제된 희소가치에 대해서는 아니다.


 

희소성과 퀄리티 저하         

            

나는 기업 리더들이 자기 회사와 일하는 컨설턴트의 통찰력과 능력에 대해 입이 마르도록 칭찬하는 것을 자주 본다. 그럴 때는 자제력을 발휘해야 한다. 나는 협업자나 거래처를 보기 드문 능력자로 미화하고 신뢰할 때의 위험이 얼마나 큰지 잘 알며, 30퍼센트 더 적은 돈으로 같은 일을 맡아줄 사람을 일주일 안에 얼마든지 찾아내서 소개해줄 수 있다. 그러나 그런 CEO에게 그 훌륭한 거래처를 쉽게 교체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어머니가 자식더러 못생겼다고 말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사실이든 아니든, 끝이 좋을 리 없다.

            

직접적인 접근법이 쓸모가 없으므로, 나는 그 업체에 맹점이 있을 가능성은 없는지 묻는다. 그 사람이 미처 모르는 그 분야 최신 상품이나 기술은 없을까?

            

이런 식으로 살짝 찌르기만 해도 저항이 뒤따른다. 그 일 잘하는 사람이 제 분야의 중요한 사안을 모른다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스포츠 세계에서 목격된 다음 세 가지 사실을 생각해보자. ① 세계 정상급 골퍼에게도 코치가 있다. ② 아이스하키를 실내에서 하게 된 것은 1875년의 일이다. ③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에서 골키퍼가 경기 중에 마스크를 쓰게 된 것은 1959년의 일이다.

            

이 사실에는 두 가지 중요한 교훈이 들어 있다. 첫째, (①을 보건대) 프로 선수들도 남의 도움을 받아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을 안다. 외부인은 다른 관점에서 다른 무언가를 볼 수 있고, 그 분야 최고의 선수라도 자신이 모든 것을 알고 있지는 않으며 부단히 발전해야 한다는 사실을 안다. (아마도 그것을 알기에 최고의 선수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둘째는 (②와 ③을 보건대) 당연한 사실일수록 깨닫기 어렵다는 교훈이다. 아이스하키 골키퍼는 100년이 다 되도록 시속 150킬로미터 속도로 날아드는 돌덩이처럼 딱딱한 퍽을 맨 얼굴로 받아야 했다. 얼마나 많은 선수가 눈에 멍이 들고 이가 부러진 뒤에야 해결책이 도입되었을까? 이처럼 우리는 문제를 해결할 간단한 방법이 있는데도 가만히 당하고만 있을 때가 꽤 있다.

우리는 자신이 뭘 모르는지를 모른다. 그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이 뭘 모르는지도 모른다. 그러니 누군가가 그 자신이 몸담은 분야에서 일어나는 일을 전부 파악하지는 못한다는 말은 결코 모욕이 아니다. 보편적인 진실일 뿐이다. 어떤 전문가의 지식이나 안목을 과대평가할 때, 우리는 최신 흐름을 놓치거나 다른 유익한 관점을 활용하지 못하는 위험을 자초하게 된다.

            

 

            

실무 중단에 대비하라.

            

‘대체 불가능한 사람은 다른 사람으로 대체할 수 없다.’ 동어반복 같은 말이긴 하지만, 누군가를 대체 불가능한 존재로 믿을 때 발생하는 또 하나의 문제가 여기에 있다. 그 사람이 정말로 사라진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과거에는 흔히 이런 식으로 물었다. “팀장이 버스에 치이기라도 하면 어쩌죠? 그럴 땐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좀 덜 끔찍한 상상으로 말을 바꾸어도 좋겠다. “팀장이 복권에 당첨되더니 이 일은 시시하다며 어디 좋은 섬나라로 가버리면 어떡하죠?”

            

가족이나 팀에서 키 플레이어가 사라진다고 생각해보라. 업무에 차질이 생기고, 가족의 일상이 흔들리고, 고객과의 관계가 약화되는 등 여러 실제적인 문제를 걱정할 수밖에 없다. 모든 팀이 모든 인원 변동에 대비하여 완벽한 대안을 세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럴 필요도 없다. 하지만 인원이 바뀔 때 일어날 법한 현실적인 변화를 찬찬히 생각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우발 사태를 미리 염두에 두고 계획을 세울 때의 이점 하나는 보이지 않던 대안들이 하나둘 눈에 들어온다는 것이다. 우리가 마뜩잖은 미래를 억지로라도 그려보고 가능한 선택지를 파악할 때,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것이 분명해진다. “그 사람 없으면 안 된다”를 비롯하여 모든 비싼 문장의 가장 큰 폐해는 우리 앞의 선택지를 줄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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