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더굿북 Jul 23. 2018

02. 대책 없이 감행한 안식년, 그리고 달라진 것들

<우리 앞의 월든>



안식년을 갖기로 결정했을 때 우리는 많은 질문에 답해야만 했다.

“당신들 왜 이러는 거야? 아무리 캐나다의 야생을 동경한다 해도 휴가 가서 얼마든지 경험해볼 수 있지 않아? 왜 모든 걸 지도에만 의존하고 안정된 생활을 포기하려고 하는 거지” 등등. 많은 질문이 성가신 것들이었지만 도움이 되는 것도 많았다. 가장 마음에 드는 질문은 가령 “그래서, 가장 기대하는 것은 뭔데?”처럼 미래에 관한 것이었다. 그러면 우리 둘은 지금도 기억나지만, 거의 도취된 상태에서 이렇게 대답했다. 

“우리는 설레는 마음으로 시간의 바다를 기대해. 용도가 정해지지 않은 자유로운 시간, 인생을 위한 시간 말이야.”

안식년 이후 5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우리는 집이든 직업의 현장이든 일상적으로 우리가 있는 바로 그곳에서 용도가 정해지지 않은, 자유로운 시간이 허용되는 것을 크게 의식하면서 살고 있다. 우리의 삶에서는 이것이 가장 중요하다. 안식년을 갖지 않았다면 1년 365일이 언제나 똑같은 시간으로 다가올 것이 너무도 분명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매일 새로운 하루로서 24시간, 1,440분, 8만 6,400초를 선물받으며 살고 있고 이것이 우리를 시간의 여왕으로 만들어준다. 우리는 매일 아침 이런 하루의 시간단위라는 예금계좌를 기대하며 그것을 먹고살 수 있다. 이것이 시간의 바다 아니겠는가! 다만 거기서 남겨두는 것은 전혀 없다.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동원한다 해도 더 많은 시간을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우리가 영향을 줄 수 있는 유일한 것은, 우리가 이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는가, 또 초 단위로 이루어진 이 시간의 바다에 더 많은 삶의 기쁨과 삶의 질, 의미의 경험이 내포되어 있는가의 여부다.

캐나다에서 보낸 안식년은 내 인생의 시간이 두 배로 늘어난 듯한 느낌을 준다. 우리는 여전히 그동안 축적된 경험과 우리가 시간을 들이는 대화, 그리고 그것을 통해 돈독해진 가족의 유대를 먹고산다. 그동안은 내용이 풍부한 시간이었으며 길이보다는 집중의 강도가 더 중시되는 시간이었다. 시간은 금보다 고귀한 것이고 이런 인식은 그 자체로 우리에게 인생 전체를 대하는 척도가 되었다.

그런 생활을 통해 다음과 같은 글이 나왔다.
  
시간은 금보다 소중하다.
시간은 돈을 주고 살 수도 없고 늦추거나 늘릴 수도 없다.
시간은 모든 사람에게 골고루 분배된 재산이다.
하루는 누구에게나, 어디서나 24시간이다.
시간은 아무나 벌어들일 수 없는 선물이다.
당신의 시간이 소중한지 아닌지는 당신이 결정한다.
당신은 시간을 채우고 꾸미고 체험할 수 있다.
또 흘러가게 할 수 있고
죽여 없애거나 희생시킬 수도 있다.
자유롭게 사용하고 스스로 형태를 가다듬은 시간은
우리의 삶에서 최고의 부에 해당한다.
인생을 위한 시간, 여기서
뭔가 특별한 것을 만들어라.

매거진의 이전글 01. 5개월간 자전거 여행이 가져다준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