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앞의 월든>
영국인 모험가 험프리스는 이미 자전거를 타고 세계 일주를 했으며 도보를 통해 숱한 산맥과 사막을 탐험해본 사람이다. 그가 모험가와 트레킹 전문가를 자처하는 것도 당연하다. 흥미로운 것은 이 영국인이 대모험가에서 지역의 소모험가로, 이른바 마이크로 모험가로 변신하면서 유명해졌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험프리스는 런던 주변을 트레킹하면서 가까운 숲에서 밤을 보내거나, 잠수복을 입고 조그만 강물에 떠내려가는 경험 같은 ‘5시부터 9시까지의 모험’을 추천했다. 즉 퇴근 직후에 자전거를 타고 강변으로 나가라는 것이다. 그런 곳에 가서 하룻밤 야영할 곳을 찾아 캠핑용 매트와 침낭을 펴놓고 가스버너로 커피를 끓여 마시며 삶에 대한 시각이 어떻게 변하는지 관찰하라는 것이다. 그는 굳이 세상 끝까지 찾아가 돈을 들이지 않아도 되는, 소모험만으로도 대모험과 똑같은 메커니즘이 작용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야생’을 찾아가기 위해 도심의 집과 안전한 보호막을 떠나는 사람은 자신에게 새로운 혹은 일상적이지 않은 뭔가를 행하는 것이다. 그런 사람은 지평선이 넓어지는 것과 권태가 사라지는 것을 경험한다. 삶이 갑자기 흥미진진해지는 것이다. 험프리스는 “아름다움은 언제나 저 밖에 있다”라고 말한다. 바꿔 말해, 시작하기만 하면 된다.
무엇보다 야외에서 하는 식사에 특별한 가치를 느낄 것이다. 스스로 움직여서 피곤해지고 지치는 사람에게 식사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그것은 맛의 순수한 향유로서 감각이 활성화되고 빵은 갑자기 일용할 양식이 된다. 한 조각 치즈가 혀끝에서 녹고 맑은 물은 맛 좋은 포도주처럼 입에 착 달라붙는다. 평소에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에 저절로 감사하는 마음이 생길 것이다. 아마 당신은 비교적 긴 트레킹을 했을 때 이런 경험을 해보았을 것이다. 보통은 휴가를 갔을 때, 혹은 자연보호구역이나 아직 원시적 자취가 남아 있는 지역에서 이런 경험을 한다. 자동차의 소음이 요란하고 산책로도 없이 곳곳에 인간의 자취가 흘러넘치는 집 앞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것이다.
문제는 문턱을 넘어가 자신을 개방하고 좀 더 야생적으로 사는 것이다.
왜 오늘 당장 시작하지 않는가? 당신 집 뒤의 자연이 어떻게 생겼는지 한번 생각해보라. 2~3킬로미터 떨어진 곳의 풍경은 어떤 모습일까? 당신이 올라가 정복할 수 있는 강변이나 언덕, 숲이 있는가? 경험에서 말하건대, 보람 있을 것이다.
일을 마친 다음 무조건 배낭에 약간의 먹을 것을 넣고 집에서 들판을 가로지르거나 아니면 지하철을 타고 몇 정거장 지나 내린 다음 적당한 곳을 찾아보라. 혼자 있는 맛을 즐기고 자연을 인지하면 힘이 생길 것이고 열린 하늘 아래서 일몰을 감상하는 와중에 하루가 달라질 것이다. 일상에서 야생의 하루가 생기고 그 하루는 갑자기 24시간이 넘치는 듯한 느낌을 받을 것이다.
소모험가 험프리스는 모험가들은 목표가 있지만 길가에서도 흥미로운 것을 본다고 말한다. 문제는 이렇게 예리한 주의력이다. 집으로 돌아갈 때면 과감한 모험에 대한 자부심이나 감사와 더불어 주의력도 함께일 것이다.
‘나는 불과 몇 시간 전에 숲에서 나왔다. 집에서 멀리 가지는 않았지만 인간사회에서는 멀리 떨어진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