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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Apr 15. 2016

03. 적을 친구로 만드는 법

작은 부탁을 하면 가깝게 느낀다

# 아마존 베스트셀러 <호감 레시피>의 연재입니다.

우리가 살면서 만나는 대부분 사람은 친구와 적 사이에 존재하는 거대한 회색 영역에 속한다. 이는 우리가 아는 사람 대부분이 실제로 중립적이기 때문이다. 당신은 그런 사람들을 결혼식에까지 초대하지도 않을 것이고, 그들이 직장에서 해고되더라도 별로 슬퍼하지도 않을 것이다. 대부분은 받아들일 수도 있고 버릴 수도 있는 사람들이다.

  

한마디로 오랜만에 고등학교 동창회에 나가면 만날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이다. 하지만 우리는 불가피하게 삶의 어느 부분에는 적을 두고 있다. 그게 당연하다거나 합리적이라는 얘기는 아니지만, 우리가 모든 사람의 마음에 들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어쩌면 도로에서 자기도 모르게 남의 차 앞에 끼어드는 바람에 새로운 적을 만들었을 수도 있다. 살다 보면 그런 일이 종종 벌어지는 게 인생이다.


친구(Friend)와 적(Enemy)을 합성한 신조어인 프레너미(Frenemy) 또는 적과 진짜 친구의 가장 큰 차이점은 그들이 어떤 행동을 할 때 배후에 깔린 의도에 있다. 친구는 겉으로 냉혹한 행동을 하더라도 실제로는 당신을 돕거나 당신의 삶을 개선하려는 의도가 있다. 그들은 항상 선의에서 우러나는 행동을 한다.

  

반면 프레너미나 적은 항상 당신을 해칠 궁리만 한다. 설령 당신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더라도 그런 일을 하는 진짜 이유는 당신이 실수하도록 유도하거나, 다른 방식으로 피해를 주기 위해서다. 어쩌면 실제로 당신에게 진짜 도움을 줘서 순간적으로 현혹할 수도 있다. 하지만 결국 그들이 원하는 건 당신이 실패하고 고통을 겪고 해를 입는 것이다.

  


적을 친구로 만들기

  

프레너미는 웹스터(Webster) 사전의 정의에 따르면, ‘그 관계를 통해 이익을 얻을 수 있으므로 다른 사람에게 친근하게 대하지만, 상대에게 분노 또는 경쟁의식을 품고 있는 사람이나 집단’이라고 한다. 당신에게 진짜 적은 없어도 프레너미가 한두 명이라도 있다면, 이번 장에서 소개하는 과학적인 방법을 활용해 그들의 호감을 살 수 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실제로 적을 친구로 만드는 건 생각보다 쉬우며, 그들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조차 알아차리지 못할 것이라고 한다.

  

이것은 미국 헌법 제정자 중 한 사람인 벤저민 프랭클린(Benjamin Franklin)이 처음 관찰한 현상인데, 1969년에 제커(Jecker)와 랜디(Landy)가 이것이 사실임을 증명하고 확인했다. 제커와 랜디는 간단한 행동 한 가지, 즉 사소한 부탁을 하는 것만으로도 손쉽게 적을 친구로 바꿀 수 있다는 벤저민 프랭클린의 주장이 사실인지 알아보기로 했다.

  

직관에 어긋나는 주장처럼 보이겠지만, 제커와 랜디는 실제로 실험에 참여한 이들이 자신에게 어떤 부탁도 하지 않은 연구진보다 사소한 부탁을 한 연구진을 더 좋아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것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가? 어떤 사람이 원래 당신을 좋아했건 싫어했건 상관없이 그냥 작은 부탁을 하는 것만으로도 당신의 호감도가 올라간다는 얘기다. 

  

이는 일반적인 상식에도 다소 어긋나는 얘기다. 대개 우리는 예전부터 마음에 들던 사람이나 자기를 좋아하기를 바라는 사람의 부탁만 들어주게 마련이다. 그렇게 친절을 베풂으로써 그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고 자신의 가치를 알리고 싶은 것이다. 반면 싫어하는 사람을 위해 뭔가를 하는 것을 주저하고 그들이 자기를 어떻게 생각하건 신경 쓰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렇다면 어째서 벤저민 프랭클린 효과가 효과를 발휘하는 것일까? 사람들은 자기 행동을 정당화해야 하므로, 자신이 당신의 부탁을 들어주는 것을 사실 당신을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역으로 작용해서 실제로 당신이 더 좋아지기 시작한다. 이런 모든 과정이 어떻게 유리한 작용을 하게 될까?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당신의 프레너미나 적, 당신에게 부정적인 생각을 품고 있는 지인들에게 사소한 부탁을 하는 것이다.

  

상대방의 노여움을 사지 않을 만한 사소한 부탁이 뭔지 잘 모르겠는가? 예를 들면, 선반에 있는 뭔가를 꺼내달라고 부탁하는 것처럼 아주 작은 일도 괜찮다. 아니면 식당에 갔을 때, 당신이 화장실에 간 사이에 대신 주문을 해달라고 부탁할 수도 있다. 아니면 그들이 전문적인 어떤 일에 관한 의견을 달라고 부탁하는 것도 괜찮다. 아니면 차에 있는 식료품을 집안으로 운반하는 걸 도와달라고 할 수도 있다.

  

이런 사소하고 미묘하며 심지어 무관해 보이는 일들이 두 사람 사이에 오가는 상호 작용을 증가시키고 엄청난 인지 부조화(Cognitive Dissonance) 상태를 일으키는데, 이는 곧 그들이 본질에서 자신의 행동에 모순을 느끼게 된다는 의미다. 그리고 그들은 자기가 사소한 부탁을 들어줄 정도라면 당신이 그리 나쁜 사람은 아닐 거라고 필연적으로 합리화하게 된다. 결국, 당신은 그런 정신적인 혼란 상태에서 승리자가 된다.



☆ 더굿북(www.thegoodbook.co.kr)과 동시에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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