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그림책을 읽자, 아이들을 읽자

<삼삼한 책수다>

by 더굿북


북큐레이션 : KBS 오수진 캐스터


한 아이가 있다.
집도 가난하고 아이를 살뜰하게 보살펴줄 어머니도 없다.
아이 옷은 늘 꾀죄죄하고 냄새도 난다.
몇 아이들은 그 아이 곁에 가려고도 하지 않고 심지어는 그 아이가 앉았던 자리에 앉기조차 꺼린다.
그런 아이를 선생은 그저 측은해 하며 바라만 볼 뿐, 아무것도 제대로 해주지 못했다.

그런데 그 아이 반에 있는 한 계집애는 달랐다.
어느 날인가 아이는 예산에 있는 외가에 가서 수박 모종 옮겨 심는 일을 시작했다.
시내버스를 몇 번 갈아타면서 며칠 동안 일을 다녔다.
뙤약볕에서 일하다 보니 어지러워 속이 메슥거리고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저녁이면 온몸에 감자즙을 발라 붙여야 했지만, 계집애는 힘들단 말 한마디 하지 않았다.
그렇게 며칠을 다녀 삼만 원을 벌었다.
부모는 제가 필요한 걸 사기 위해 힘든 일을 마다치 않고 하는 줄 알고 내심 대견하게 여겼다.

어느 날 계집애는 삼만 원을 들고 나가더니 빈손으로 돌아왔다.
돈을 어디에다 썼느냐고 부모가 물어도 묵묵부답이었다.
화가 난 엄마가 매를 들고 묻자 계집애는 어렵게 입을 뗐다.

“영은이 줬어. 걔가 눈이 나쁜데 안경을 살 돈이 없대. 그래서 내가 안경 살 때 보태라고 줬어.”
엄마는 놀라 그저 입만 벌렸다.

기특하다는 생각보다 바보 같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고 한다.
‘세상에, 어떻게 모은 돈인데, 그 돈을 그렇게 툭 털어 주다니.’
자신의 딸이 한심스럽고 바보 같다는 엄마의 하소연을 들으며 나는 불화로를 뒤집어쓴 듯 화끈거렸다.


제 살점을 떼어낸 무지개 물고기.
조건 없이, 망설임 없이 제 것을 나누어 준 계집애는
거산초등학교 6학년 최수연이다.
그리고 나는 그 학교 선생이다.
그렇지만 수연이는 내 스승이다.


수연이의 예쁘고도 어른보다 어른스런 마음에 들어가 보니 어떠세요? 사실 우리도 수연이와 하나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수연이의 마음과 생각과 행동에 공감한다면 변해버린 것이 누구인지 한번 곰곰이 생각해봐야 합니다. <그림책을 읽자, 아이들을 읽자>를 쓴 최은희 선생님은 “무릎이 닿게 마주 앉아 그림책을 보면, 나는 아이들 속으로 아이들은 내 속으로 들어온다.”고 합니다. 그림책은 아이들과 어른들을 잇는 마음의 다리입니다. 동심으로 돌아간 <삼삼한 책수다>, 오수진이었습니다.



북큐레이션 ㅣ 오수진
성균관대학교 영문학과(중문학 복수전공)를 졸업한 후, 현재 KBS에서 기상 캐스터로 근무하고 있다. 더굿북의 북 큐레이션을 담당하고 있으며, 시각장애인을 위한 독서봉사 활동에도 참여하고 있다. 환경부에서 홍보대사로도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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