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의 언어를 이해하라
어느 날 저녁, 부엌에서 요리하는 그녀가 남자 뇌를 가진 여러분에게 다음과 같은 부탁을 한다. “어쩌죠? 포도주가 떨어졌어요. 가까운 편의점에서 레드 와인 좀 사다 주세요.” 여러분은 편의점에 가서 아내가 부탁한 대로 레드 와인을 한 병 샀다. 집에 돌아와 와인을 건네자 아내는 이렇게 말한다. “와인만 사 왔어? 후식으로 아이스크림도 사 오지. 정말 센스 없어!” 부부나 연인 사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의 하나다. 사실은 저 대사 뒤에 남자 뇌를 가진 여러분의 ‘마지막 대사’가 생략되었다. “아이스크림 사 오라는 말은 안 했잖아?”
이 대화에서도 남자 뇌와 여자 뇌의 명확한 차이를 알 수 있다. ‘말해줬으면~’하는 쪽은 남자 뇌이고, ‘느낌으로 알아줬으면~’하는 쪽은 여자 뇌이다. 남자 뇌는 ‘말도 하지 않았는데 뭐가 먹고 싶은지 어떻게 알아?’지만, 여자 뇌는 ‘말하지 않아도 내 기분을 좀 알아줘야지,’이다. 이 사례의 경우 와인과 함께 사와야 하는 것이 반드시 아이스크림일 필요는 없다. 주스나 초콜릿 등 디저트가 될 만한 것은 무엇이든 좋은 것이다. 다만, 그걸 모르는 것이 문제다.
“이번에 새로 나온 젤리 하나 사 왔어. 나중에 당신 먹으라고.”
“이 주스, 전에 좋아한다고 했던 게 기억나 사 왔어.”
그녀는 이런 식으로 말해주길 원하는 것이다. 여기서 핵심은 ‘내 기분을 알아주었다.’, ‘내가 말한 것을 기억해주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남자 뇌는 모든 것을 이론적이고 체계적으로 사고한다. 그래서 자기가 들은 말 그대로 충실하게 이행하려고 한다. ‘레드 와인이 떨어졌으니까 레드 와인을 사자.’와 같이 말의 의미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더 나아가 ‘없으니까 사야지, 필요하니까 사야지.’와 같은 이론적 발상만 하게 된다.
하지만 여자 뇌는 언어의 이면에 있는 ‘감정’을 중요시한다. 여자가 사용하는 언어에는 그 전후에 ‘언어로 표현되지 않은 언어’가 있다. 위의 예에서 그녀가 말한 ‘와인 좀 사다 달라.’는 말에는 사실은 언어화되지 않은 숨은 말들이 있었다. ‘와인 좀 사와요. (그리고 디저트도 먹고 싶으니까, 와인과 함께 다른 것도 사오면 좋겠어요.)’
앞서 말한 대로 괄호 안에 있는 ‘뭔가’가 꼭 아이스크림일 필요는 없다. 사와야 할 아이템보다는 내 기분을 알아주는 일이 중요하다. 마찬가지로 외식할 때도 이런 대화를 흔히 경험할 수 있다.
“뭐 먹고 싶어?”
“뭐든 다 좋아. (너의 선택에 맡길 테니 내가 지금 뭘 먹고 싶은지 알아맞혀 봐.)”
이처럼 난처한 질문에 대해 남자 뇌가 할 수 있는 최상의 대답은 무엇일까? “그럼, 며칠 전에 새로 생긴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가고 싶다고 했으니까 거기에 가볼까?”와 같이 ‘너의 이야기를 언제나 잘 듣고 있어.’, ‘네가 좋아하는 그것’과 같이 상대의 기분을 헤아리고 있다는 점을 잘 표현한 대답이다. 그러나 남자 대부분은 괄호 안에 있는 감정까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남자 뇌의 발상은 말 그대로 언어화된 것만을 사오거나 생각하는 데 그친다.
그런데 모처럼 센스를 발휘하여 모닝 빵을 사 왔더니, 아내는 “빵은 벌써 사 왔는데.”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그 남편은 ‘두 번 다시 빵을 사 오지 않을 거야.’라고 마음속으로 다짐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내가 남편이라면 재치를 발휘해 ‘전혀 필요 없는 것’을 사 올 것이다. 예를 들어 꽃가게에 있는 작은 꽃다발이나 신제품으로 나온 편의점 디저트를 사 올 것이다. 물론 건네주면서 “지나가는 길에 꽃집을 보니 정말 예뻐서 사 왔어.”, “당신이 얼마 전에 이걸 좋아한다고 해서.”와 같이 ‘네가 좋아하는 것을 늘 기억하고 있다.’는 의미가 담긴 대사를 아무렇지 않다는 듯 곁들일 것이다.
말하지 않으면 모르는 남자,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길 바라는 여자. 시대를 불문하고 남녀 간에 생각 차이와 의견 충돌은 매일 이런 식으로 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