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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Apr 20. 2016

08. 파괴자와 창조자

실패는 혁신과 성공의 지름길이다

“존재하지 않는 것을 상상할 수 없다면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낼 수 없으며,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하지 못하면 다른 사람이 묘사한 세계에 머물 수밖에 없다.”

- 폴 호건(Paul Hogan)


  아버지와 아들이 오랜만에 같이 새벽 등산을 하게 되었다. 언덕과 평지가 반복되다가 갑자기 가파른 언덕이 계속된다. 힘들어하는 아들을 보며 아버지가 질문한다.


  “얘야, 언덕을 오르기 힘들지?”

  “괜찮아요. 조금만 더 올라가면 되는 걸요.”

  “그런데 말이다. 올라가는 언덕이 많을까, 아니면 내려가는 언덕이 많을까?”

  “글쎄요. 지금 생각해보니 올라가는 언덕이 더 많은 것 같아요.”


  이에 아무런 답도 없이 아버지는 묵묵히 산을 오른다. 정상에서 한참을 쉬며 바라본 풍경은 산 밑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름다웠다. 왔던 길을 다시 내려가면서 아버지가 다시 질문한다.


  “얘야, 아까 한 질문 말인데, 정말 올라가는 언덕이 더 많을까?”

  “음…… 제가 잘못 말씀드린 것 같아요. 올라가는 언덕이 곧 내려가는 언덕이에요.”

  “모든 것이 다 그렇단다. 동전의 양면처럼 오를 때는 힘들어도 쉽게 내려갈 길이기도 하고, 무언가 새로운 것은 다시 과거의 것이 된단다.”


  세상에는 놀라운 아이디어로 무장하고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들의 아이디어는 아이디어라기보다 너무 무모해서 현실성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스페이스 엑스(Space X)는 20년 이내에 화성에 식민지를 건설해 8만 명을 이주시키는 계획을 2012년에 발표했다. 스페이스 엑스는 나사(NASA)를 지구와 지구궤도에서 손을 떼게 하여 더 먼 우주로 눈을 돌리게 한 장본인이다. 화성 이주 계획을 발표하기 전, 그들은 이미 드래건(Dragon)이라는 무인 우주선을 만들어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보냈다.


  드래건은 스페이스 엑스가 만든 아이스크림콘 모양의 화물운송용 캡슐이다. 이 캡슐은 2012년 5월 스페이스 엑스가 개발한 로켓 팰컨(Falcon)에 실려 올려가 국제우주정거장에 물, 식량, 장비 등을 공급하고 회수되었다. 드래건은 민간 우주왕복선 시대를 연 첫 번째 우주선이 되었다. 스페이스 엑스는 이를 통해 100억 달러에 이르는 우주 화물 운송 사업을 나사로부터 수주했다.

  스페이스 엑스의 최고경영자는 엘론 머스크(Elon Musk)다. 그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태어나 페이팔(PayPal)을 인수한 엑스닷컴(X.com)을 설립했다. 페이팔을 이베이에 매각한 후, 그는 더 원대한 꿈을 위해 스페이스 엑스를 설립했고, 다음 해인 2003년에는 테슬라모터스(Tesla Motors)를 설립했다. 테슬라는 슈퍼카 수준의 순수 전기자동차를 만드는 회사다. 또한, 그는 태양광 발전 패널을 미국 전역의 주택 지붕에 설치해 전기를 생산하는 회사인 솔라시티(SolarCity)의 회장이기도 하다. 이렇게 생산된 전기는 당연히 테슬라의 전기자동차 충전에 활용된다.


  그가 하는 일이 무엇일까? 그들이 하는 작업은 파괴(Disruption)다. 기존의 방식을 훨씬 뛰어넘는 방식을 생각해 경쟁자들을 압도한다. 그들은 생각지도 못한, 될 것 같지도 않은 그런 아이디어를 낸다. 따라 할 수도 없는 그런 일들이 현실이 되면서 경쟁자는 한순간에 파괴된다. 이들이 하는 일은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만들거나, 엔진의 효율을 올려 연비를 개선하며 미소를 짓는 그런 일이 아니다. 순수 전기자동차가 1회 충전으로 500km를 달리고, 자동차의 소프트웨어가 계속 업그레이드되면서 성능이 업그레이드되고, 화석연료를 사용해 생산한 전기를 사용하지 않기 위해 태양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한다. 경쟁자들이 운영하던 비즈니스가 다른 세계로 진입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이미 모든 것이 파괴된 상태다. 이들의 파괴는 새로운 창조에 의한 파괴다. 실제로 2016년 4월 발표한 모델3는 발표 일주일 만에 35만대가 예약되었다. 그로부터 다시 일주일 후, 스페이스 엑스의 팰컨9 로켓은 국제우주정거장에 화물을 보내고 바다 한가운데 바지선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진정한 로켓 재활용 시대를 연 것이다.

  미국 애리조나에는 로컬모터스(Local Motors)라는 회사가 있다. 이 회사는 자동차 디자인을 전 세계의 디자이너에게서 소싱한다. 자동차 디자이너 수는 100개국 35,000명에 달한다. 심지어 제조비용조차 크라우드 소싱을 통해 조달한다. 이 로컬모터스가 2016년 하반기부터 3D 프린팅으로 만든 자동차를 판매한다고 선언했다. 자동차를 프린트하기 위해서는 디자인된 설계도면이 있어야 하고, 프린터는 도면에 따라 강철과 알루미늄 분말을 레이저로 녹여 층을 쌓아가며 만들어낸다. 어쩌면 대량 제조를 기반으로 하는 자동차 산업은 이들에 의해 이미 거의 파괴되었는지도 모른다. 전 세계에서 단 한 대뿐인 차를 가질 날도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것이다. 이들이 하는 일은 파괴이자 놀라운 창조다.

  첨단 산업에서만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아니다. 대학도 마찬가지다. 미국, 유럽, 일본을 비롯한 수많은 대학이 자신들의 강좌를 온라인에서 무료로 공개한 지 오래다. 온라인 대중 공개강좌(MOOC, Massive Open Online Course)로 불리는 이 강좌는 하버드. 프린스턴, 스탠퍼드 등 세계 최고의 대학들이 제공한다. 스탠퍼드대학에서 제공한 첫 공개강좌인 ‘인공지능입문’에는 전 세계에서 16만 명 이상이 등록하는 진기록이 세워졌다. 세계 최고의 지식을 무료로 만들어버린 엄청난 파괴는 지식의 전 세계적 공유라는 놀라운 창조로 이어졌다.


  전자결제 시스템을 개발하고 우주개발에 나서고 전기자동차를 개발하고 태양광 발전을 주도하는 엘론 머스크는 큰 그림을 그릴 줄 안다. 그는 남들이 상상조차 하기 힘든 그런 상상을 한다. 그리고 그 일에 엄청난 열정을 쏟는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의 힘을 빌리고 그들에게 영감을 주고 아이디어를 주는 것이 그의 일이다. 이런 그에게 실패는 당연한 일이다. “실패는 하나의 옵션일 뿐이다. 만약 무언가 실패하고 있지 않다면 충분히 혁신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현실왜곡장(Reality Distortion Field)을 만들 줄 안다. 그리고 그것을 자신과 동료들에게 심는다. 애플 매킨토시 개발팀의 일원이었던 버드 티리블(Bud Tribble)이 처음 사용한 이 용어는 스티브 잡스가 팀원들에게 확신에 찬 눈빛과 어조로 불가능한 수준의 일을 맡기면서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것을 보고 붙인 용어다. 영화 「스타 트렉(Star Trek)」에서 외계인들이 등장하면 그들에게 설득당하고 실제처럼 생각하게 되는데, 그것을 현실왜곡장이라고 부른데서 착안한 용어다. 이런 근거 없는 믿음이 불가능을 현실로 만든다.


  현실왜곡장, 그러니까 ‘근거 없는 믿음’은 배움과 열정에 필요한 에너지다. 이런 믿음은 엘론 머스크도, 아마존의 CEO인 제프 베저스(Jeff Bezos)도 가졌다. 그뿐만 아니라 이들은 자신의 믿음을 동료들에게 심는 데도 탁월하다. 잡스의 동료들은 현실왜곡장이 만들어지는 것에 대해 대책회의를 할 정도로 무모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잡스가 설득하면 금세 가능한 일로 생각했다고 한다. 그리고 실제로 자신들이 그것을 현실로 만들어가는 것을 보며 어떻게 믿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공부를 잘하는 사람은 그것을 공부해 무엇을 할 것인지가 명확하다. 목표가 확실한 것이다. 그리고 그 목표를 이뤄줄 퍼즐 조각의 능력들을 누가 가졌는지 잘 안다. 또한, 그들을 이끌어 퍼즐을 맞춰내는 방법을 안다. 실패하더라도, 확신에 찬 자신처럼 열정을 불태우며 공부하고 일함으로써 성공하게 한다.


  파괴자이자 창조자인 사람들의 특성을 화가 피에트 몬드리안(Piet Mondrian)은 이렇게 정의했다. “우리가 현재의 위치에 얽매이지 않고 가능한 모든 위치에서 사물을 보려고 한다면, 즉 모든 각도에서 사물을 보기 시작하는 순간 우리는 다시는 단 하나의 관점으로 사물을 보게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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