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을 위한 엔딩노트>
환자가 돌아가시고 난 후의 절차에 관해 가족끼리 충분한 대화를 나누는 것도 중요합니다. 때에 따라 어려움도 따르겠지만 배우자, 자식, 가까운 친척 등이 한데 모여 이야기를 나눌 필요가 있습니다.
고인을 보낸 가족끼리 다투는 사례가 뜻밖에 많습니다. 심폐 정지로 응급실에 실려 온 환자 곁에서 말싸움을 벌이는 가족도 흔합니다. “왜 좀 더 일찍 연락하지 않았어!” 하고 불같이 화를 내는 사람도 봤습니다.
제가 거듭 강조하는 ‘생전 의향’은 이런 사태를 대비하는 데도 효과적입니다. 아직 여력이 남아 있을 때 환자 본인의 의향을 샅샅이 확인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환자 본인의 의향을 확인한 후에 남겨진 가족끼리 합의해야 할 사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치료법(임종할 때까지)
•장례 방식과 장례비 분담액
•연락해야 할 친지와 친구
•상속
이 모든 사항을 일찌감치 확인해야 합니다. 떠나는 사람의 희망을 전적으로 들어줄 수 있다면 가족끼리 다투는 일도 크게 줄어들 것입니다. 제 아버지도 돌아가시기 1년 전부터 죽음의 방식과 사후 절차에 관해 미리 어머니와 상의하셨습니다. 그 덕분에 어머니는 아버지의 생사를 가르는 중요한 판단을 주저 없이 내리고 의사에게 그 뜻을 전달할 수 있었습니다.
<굿 바이(감독 다키타 요지로)>라는 영화를 보신 적이 있습니까? 일본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아카데미상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을 받는 등 호평을 받은 영화입니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은 성 동일성 장애를 가진 사람(여자의 몸이지만 자신을 남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의 입관식을 치르게 되었습니다. 주인공은 고인의 희망대로 고인을 남성으로 대하고 입관식을 치렀습니다. 최근에는 커밍아웃하는 성전환자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영화에서처럼 ‘고인이 희망하는 성’을 장례식에 도입하려는 경향도 나타날 것입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입관식은 고인의 의향과 가족의 합의를 토대로 치러졌습니다.
장례 방식뿐만 아니라 뜻밖에 다툼의 소지가 많은 것이 ‘죽음을 누구에게 알릴 것인가?’ 하는 사항입니다. 이에 관해서는 환자 본인이 미리 정해두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제 어머니는 자기 죽음을 알릴 사람들의 주소가 적힌 연하장을 미리 남겨두심으로써 저희 형제의 고민을 덜어주셨습니다.
만일 고인이 아무것도 남기지 않았을 경우 가족이 알아서 주변에 연락을 취해야 하는데, 아마도 고인의 지인을 일일이 알고 있는 가족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고인과 가족 간의 사이가 원만하지 않고 교류도 거의 없었을 때는 더욱 그렇습니다. 설령 고인과 함께 살았던 가족이라도 집에 자주 놀러 오던 친구를 제외하고는 고인의 인간관계를 알 도리가 없습니다. 그러지 않아도 장례 준비로 경황이 없는 와중에 고인의 메모나 일기를 뒤져보며 고인의 지인들을 알아내기에는 무리가 따릅니다.
장례식에 부를 지인의 연락처를 명확히 남기는 것이 ‘떠나는 사람의 법칙’이고, 그것을 충실히 실행하는 역할이 ‘보내는 사람의 법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