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의 독서법>
이상적인 책은 지혜의 열쇠다.
_ 톨스토이
인간만이 우주상에서 문법이 있는 언어를 사용한다. 동물들 가운데 일부도 언어를 사용하지만 1차 언어라고 할 수 있는 단순한 언어다. 즉 감각과 관련된 언어를 주로 사용한다는 뜻이다. 인간도 물론 감각과 관련한 1차 언어를 사용한다. 그러나 인간은 2차 언어, 다시 말해 발달한 고등언어를 사용한다. 이것이 바로 짐승보다 육체적 힘이나 능력이 훨씬 뒤처지는 연약한 신체를 소유한 인간을 만물의 지배자로 떠오르게 한 주요한 이유다.
<명령하는 뇌, 착각하는 뇌>의 저자이자 캘리포니아대학교 교수 겸 뇌인지연구소 소장인 V. S. 라마찬드란은 인간의 언어가 가진 5가지 특징을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1) 어휘의 복잡성 : 인간이 구사하는 언어는 어마어마하게 종류가 많다. 아이가 8살 정도 되면 자기 맘대로 600개의 단어를 사용한다. 인간 다음으로 어휘를 많이 가졌다는 베르벳 원숭이의 언어보다 수십 배가 넘는 엄청난 수치이다.
2) 단어의 기능성 : 단어의 종류나 규모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인간만이 고유하게 사용하는 기능성 단어를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개, 밤, 또는 무례한 등과 같은 단어는 실제 사물이나 어떤 경우를 설명한다. 그러나 기능성 단어는 언어 기능과는 별도로 존재하지 않는다. 만일, 그때 등 관습적으로 사용하는 어법 때문에 그 말의 앞뒤 관계를 이해할 수 있다.
3) 시공간의 초월성 : 인간은 단어를 시공간을 초월해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우리는 현재 보이지 않거나 과거에만 존재했거나 미래와 가상현실과 같은 사물이나 사건을 언급할 수 있다. 예) 나는 어제 바닷가에서 고래를 보았다. 만약 내일도 볼 수 있다면 그 고래를 잡을 것이다. 이렇듯 복잡한 문장은 동물의 일차적 언어의 소통에서는 절대 발견되지 않는다.
4) 인간의 언어에만 존재하는 비유와 유추의 기능 : 타고르가 타지마할을 두고 “눈물이 시간의 뺨 위로 떨어진다”라고 묘사하는 시적 표현은 인간만이 할 수 있다.
5) 유연하고 반복적인 구문론은 오직 인간 언어에만 있다.
라마찬드란이 말하는 고등언어는 추상적 개념을 이해하고 미래를 기획하는 생각 능력이다. ‘개념을 이해하고, 미래를 기획하는 생각 능력’이 바로 ‘사고력’이다. 인간은 이 ‘사고력’ 덕분에 힘센 공룡과 사나운 맹수들 틈에서 살아남아 결국 지구를 지배하게 된 것이다.
사고력은 보이지 않는 것을 상상하고, 새로운 것을 디자인하는 생각하는 힘이다. 사고력의 발달은 불을 만들어 피워내고 관리하며, 도구를 생산하고 지식을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지능이 가장 발달한 원숭이도 막대기를 이용할 줄은 안다. 그러나 창과 칼, 총 같은 것을 만들어내지는 못한다. 인간이 자신보다 빠르고 힘이 센 맹수들을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사고력 덕분이었다. 사고력은 인간이 창과 칼, 총을 만들 수 있는 도구 생산능력을 갖추게 했다.
중요한 것은 사고력의 발달이 맹수들을 지배할 수 있었던 것처럼, 인간 내부의 사회적 계층 차이도 사고력 차이에 따라 나누어진다는 사실이다. 주변의 사회 시스템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우선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대부분 학교 시스템에서 배움을 갖는다. 학교에서의 테스트는 시험으로 우열을 평가하는데 시험을 잘 보고 못 보고는 언어의 이해능력 차이라고 할 수 있다. 시험문제를 잘 이해하는 것은 언어의 개념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뜻이다. 대학 입시에서 사회적으로 높게 평가되는 대학을 가려고 경쟁하는데 궁극적으로 언어의 개념을 이해하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합격한다. 사회적으로 안정되고 높은 소득을 얻는 직업군 대부분은 시험제도를 거쳐 선발한다. 의사, 판사, 변리사, 기술사, 공무원, 선생님…….
공부를 열심히 해서 합격한 사람들은 합격을 원하는 전문분야에 대한 언어의 개념을 이해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경쟁을 거쳐 승리하는 사람들은 안정된 직업과 경제적 소득을 갖게 된다. 안정된 직업과 경제적 소득은 더 나은 결혼 상대자를 만날 가능성을 키운다. 지적으로 우수한 결혼 상대자는 지적으로 우수한 DNA를 가진 후손을 낳을 가능성이 크다. 과학자들의 분석에 의하면 지식에 대한 장기 기억은 뇌에서 단백질로 변환되어 DNA에 저장되고 후손에게 전달된다. 이렇듯 언어의 개념에 대한 이해능력은 자신의 사회생활과 후손에게까지 커다란 영향을 행사한다.
우리가 사는 사회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언어의 개념을 이해하는 사고력에 대한 경쟁 시스템이다. 언어가 인간만이 사용하는 중요한 소통 수단이지만 한편으로 인간의 서열화를 측정하는 광범위한 수단이기도 하다. 사회생활하는 일이 언어를 이해하고 언어의 개념을 판매하는 활동이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가장 필요로 하는 게 새로운 사업을 기획하고 디자인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일상에서 만나는 광고, 뉴스, 마케팅, 세일즈 등을 보면 더욱 명확하고 상대방의 욕망을 자극하는 언어활동을 열심히 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디자인하는 능력도 또한 언어 능력에서 나온다. 새로운 상품을 디자인하고 멋진 빌딩을 세우고 신도시를 건설하는 것 등이 모두 뇌의 디자인 능력이다.
언어에 대한 이해는 사고력의 폭발을 가져온다. 추상적 기호로 만들어진 언어를 이해함으로써 뇌는 상상력과 미래를 기획하는 능력이 폭발적 성장을 한다. 1940년대 말에 캐나다 심리학자 허브(Donald Hebb)는 뉴런의 활동으로 뉴런끼리 연결되는 방식의 강도가 바뀌어 뉴런의 네트워크가 변하는 것이 학습이며, 그리고 그 네트워크의 변화가 지속하는 것이 기억으로 보인다는 설을 제창했다. 즉 뉴런끼리의 연결방식이 바뀌는 것이 학습과 기억과 관계하고 있다. 시냅스에 반복적으로 전기적 신호가 통함으로써 오랜 시간에 걸쳐 시냅스가 강화되고 변화되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이 끊임없이 독서하는 것도 기호로 된 언어를 이해하는 것이 상상력과 미래 기획능력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나는 맥주 대신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에 취하겠다.
_ 아인슈타인
우리가 아는 20세기 최고의 천재 에디슨은 사실 어려서는 열등생에 가까운 둔재였다. 학교에 제대로 적응을 하지 못할 정도의 지진아였고, 심지어 퇴학을 당하기도 했다. 대학 입학 시점도 당연히 떨어져 몇 차례 다시 시도하다 겨우 입학할 수 있었다. 대학 시절에도 형편없는 학점으로 별 볼 일 없는 학생이었고 졸업논문도 가까스로 쓸 정도였다.
그러나 에디슨은 열네 살에 칸트를 만나서 인문학 독서에 몰두하게 되었다. 열일곱 살에는 ‘맥주가 아니라 칸트에 취하겠다.’ 맹세까지 할 정도의 인문학 독서광이었다. 에디슨은 칸트, 아리스토텔레스의 책들을 읽고, 토론하며 인문학 독서에 빠져서 십 대와 이십 대를 보냈다. 학창시절 지진아 열등생에 불과했던 에디슨이 위대한 과학자가 된 데에는 분명히 인문학 독서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물론 에디슨의 경우만 한정되지 않는다. 우리가 통상 역사적으로 천재라고 알고 있는 대부분 인물의 생애를 파고들어 살펴보면 이와 비슷한 사례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독서를 하면 뇌가 발달하고, 뇌의 회로가 변한다. 뇌는 컴퓨터와 다르게 전체적으로 작동한다. 따라서 한 부분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뇌가 활성화되는 느낌을 누구나 가질 수 있다. 운동의 지식에 관련된 독서를 하면 운동 관련 뇌 영역에서 뉴런의 활성화가 일어난다. 운동의 기술적 실력이 비슷하다면 뇌 영역이 발전한 사람이 승자가 된다.
운동의 뇌 영역을 발전시키기 위해 이미지 트레이닝을 시키고 효과가 있다는 실험 결과가 많이 있다. 그러나 뇌는 신경세포(뉴런)의 연결망을 형성함으로써 정확한 결과를 낼 수 있다. 즉 뇌에 필요한 회로를 만들면 뇌가 정확하게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뜻이다. 우리가 처음 가보는 길은 잘 몰라서 헤매지만 여러 번 가보면 익숙해져서 그 길을 잘 찾아가게 되는 원리와 같다. 이는 뉴런이 시냅스에 의해 수차례 반복 연결되면 신경회로를 새롭게 형성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내일 축구 경기를 대비하는 팀이 있다고 가정하자. 상대 팀도 강하기 때문에 혹시 모를 무승부 후 승부차기 상황을 준비해야 한다. 이미지 트레이닝의 효과를 잘 알고 있는 코치는 내일 경기의 승부차기 상황을 설명하고 연습을 시킬 것이다. 물론 이런 준비만으로도 실제 상황에서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뇌 과학을 공부한 코치라면 조금 다를 것이다. 그는 이렇게 준비할 것이다.
1) 코치는 먼저 약 10만 명의 함성을 준비한다.
2) 실제 경기장의 상황처럼 압박과 소음을 느낄 수 있도록 익숙하게 만든다.
3) 이어서 상대 팀을 선수와 전술 등을 분석한 내용을 세밀하게 브리핑한다.
물론 여기까지는 뇌 과학을 따로 공부하지 않은 일반적인 코치라도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선수들의 뇌가 좀 더 바뀔 수 있도록 준비하려면 추가로 어떻게 해야 할까?
1) 선수들에게 자신이 키커였을 때 킥하는 이미지를 글로 쓰게 한다.
2) 뇌가 좀 더 주의할 수 있도록 실제적인 연상작용을 뇌에 집중 기억시킨다.
3) 실제 상황으로 승부차기를 연습하고, 성공했을 경우 반복해서 뇌가 잊지 않도록 한다.
4) 만약 연습상황에서 승부차기에서 실수한다면 1) 번부터 새롭게 시작한다.
5) 실수하지 않고 성공하는 것이 반복되면 그때의 킥하는 이미지와 느낌을 다시 기록한다.
6) 이미지와 느낌을 기록한 글을 반복해서 읽고 외우며 뇌에 각인시킨다.
만약 이렇게 한다면 다음날 승부차기가 이루어졌을 때 이길 가능성은 매우 클 것이다.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 사격분야에서 새로운 역사를 쓴 진종오 선수에게서도 이런 사실은 여실히 증명된다. 진종오 선수는 학창시절부터 지금까지 21년 동안 사격훈련을 하면서 매일 사격 훈련노트를 적고 있다고 한다. 노트 내용은 아직 아무에게도 공개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그 노트는 필시 위와 같은 방식으로 기록되어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하면 1) 실수했던 상황을 오류를 철저히 점검하고 2) 뇌가 가장 완벽한 사격의 명중 상태를 철저히 기억하도록 기억시켰을 것이다. 3) 그리고는 마음이나 기분, 정신 상태를 포함한 어떠한 외부요인도 기억된 뇌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훈련과 이미지 트레이닝을 반복하였을 것이다. 21년 동안을 매일같이. 진종오 선수의 3연속 금메달의 신화는 바로 21년에 걸친 사실상 뇌 회로의 변화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인간의 진화에 핵심적 역할을 하는 것은 뇌의 변화 가능성이라고 한다. 뇌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발전하기 위하여 반복된 학습과 새로운 문화를 활용한다. 뇌의 변화 가능성 다시 말해 뇌 가소성은 인간 뇌의 발전 가능성을 증명하는 것이다.
뇌의 변화는 바로 뇌 회로를 바꾸는 것이다. 위에서 밝혔듯이 뇌 회로를 바꾸는 비밀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창조적 상상력을 위한 인문학 독서다. 두 번째는 독서에 대한 기록과 메모다. 물론 인문학 독서는 한두 권의 인문학 서적 독서를 의미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다양한 분야를 망라한 독서의 기초 위에서 인문고전의 기초를 탄탄히 쌓는 것을 말한다. 아울러 독서에 대한 기록과 메모는 진종오 선수의 21년에 걸친 훈련노트가 증명한다. 뇌가 새로운 질서에 적응하여 새로운 회로가 만들어질 때까지 독서로 인한 사고력의 훈련을 훈련하는 것이다. 그래서 독서에 대한 기록(독후감, 독서메모)은 매우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