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고인의 놀라운 비밀을 마주할 지도 모른다.

<이별을 위한 엔딩노트>

by 더굿북

영화 <굿 바이(Good & Bye)>에 등장하는 납관 회사의 캐치프레이즈는 ‘편안한 여행을 도와드립니다’입니다. 인생과 마찬가지로 죽음 역시 여행입니다. 육체의 죽음은 우리가 원래 있었던 내세로 돌아가는 영혼의 여행이기도 한 것입니다.


장례식은 인생이라는 기나긴 여행의 마지막 이벤트이므로 그 장례식에 참석한 분에게 마땅히 감사 인사를 드려야 합니다. 그런데 장례식은 떠나는 사람의 인연과 인간관계를 새롭게 확인하는 장이기도 합니다.

고인의 인간관계를 확인하다 보면 생전에 몰랐던 고인의 이면을 알게 될 때가 있습니다. 인간이기 때문에 그것이 좋은 일일 수도 있고 나쁜 일일 수도 있습니다. 때로는 미처 정리하지 못한 복잡한 인간관계를 확인할 수도 있습니다. 나는 고인의 아내와 불륜 상대가 집중치료실 앞에서 맞닥뜨리는 경우도 목격했습니다. 이런 일은 장례식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전혀 모르는 여성이 남편의 장례식에 찾아와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일이 발생할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그 여성의 옆에 어린아이까지 있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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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굴곡도 인생 일부입니다. 어쩌면 돌아가신 분의 감춰진 면을 너무 많이 알게 되어서 생전의 믿음이 무너질 수도 있겠지만, 이는 가족으로서 각오해야 할 일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저세상으로 떠나는 사람을 사회적인 지위만으로 바라보지 않고, 한 사람의 인간으로 대하는 일입니다. 용서할 수 없는 일이 드러나더라도 어차피 그 사람은 이 세상에서 저세상으로 기나긴 여행을 떠난 뒤입니다. 그렇다면 생전의 고인을 좀 더 알게 되었다는 데 만족하고 이해해보기 위해 노력하는 편이 좋지 않을까요?

제가 일하는 곳에서는 가끔 가족과 연락이 닿지 않아서 마지막까지 철저하게 홀로 숨을 거두는 분이 계십니다. 설령 가족과 연락이 닿는다 하더라도 그 가족은 유골의 인수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슬픈 일이지만 이것도 엄연한 현실입니다. 집안의 사정은 그 집안사람들밖에 알 수 없으므로 제삼자인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습니다. 이것도 고인의 감춰진 이면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여담이지만, 저는 열네 살 이후 어머니에게 꾸중을 들은 일이 없습니다. 그 전에는 매우 엄격하게 저를 교육했지만, 열네 살을 기점으로 어머니의 태도가 싹 바뀌었습니다. 왜 그러셨는지 생전에는 어머니께 여쭤본 적이 있었지만, 어머니는 “스스로 생각해봐.”라고 말씀하실 뿐이었습니다. 이는 아마도 어머니의 교육 방침이었을 것입니다. 열네 살이 되면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모두 저에게 필요한 경험이자 배움이라고 생각하셨던 것 같습니다. 어쩌면 어머니는 이 세상의 섭리를 알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고인의 이면을 알게 되는 일은 지금까지 고인에 대해 품었던 이미지와는 또 다른 새로운 인상을 품을 기회이기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남은 자의 받아들이는 자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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