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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Sep 06. 2016

01. 벼랑에 선 사람들, 관심에 굶주린 아이들

<미술, 세상을 바꾸다>

짐 허버드는 UPI 사진기자로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었는데, 특히 전쟁지역을 찍은 사진들로 유명하다. 1980년대 초부터 그는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 근처의 노숙자들을 주제로 사진을 찍었다. 자본주의 사회의 극빈층인 노숙자들의 삶과 그 리얼리티를 드러내기 위해서였다.


캐피톨 시티 인도 그가 촬영을 위해 주기적으로 방문하는 노숙자 시설 중 하나였다. 폐업한 호텔을 정부가 인수해 노숙자 수용시설로 사용하면서, 폐업 전 호텔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캐피톨 시티 인은 방마다 다른 세대가 살고 있었는데 대체로 어수선하고 누추했다.

별다른 희망 없이 하루를 살아가는 이들의 방에서 그림이나 사진을 보기는 힘든 일이지만 어느 날 그는 벽에 그림들이 붙어있는 방을 지나게 됐다. 아이들이 그린 그림과 그들이 찍은 사진들이 작은 갤러리처럼 붙어있었다. 그 방에는 바네사라는 여성과 그녀의 네 아이가 살고 있었다. 바네사가 벽에 붙어있는 사진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내 아들 디온이 찍은 사진이에요.”

그녀의 표정에서 자랑스러움이 묻어났다. 평소 그림 그리기와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열 살 먹은 큰아들이 일회용 사진기로 찍었다는 얘기를 들으며 허버드는 문득 중요한 결심을 하게 된다. 사람들의 관심에 굶주려 있는, 그러나 호기심과 창조적 에너지가 넘치는 이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기로.

그가 가장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일은 사진을 가르치는 일이다. 사진기와 필름만 있다면 누구든 사진을 찍을 수 있고 그것이 현상되어 나오면 누구나 인지하고 해석할 수 있다. 혼자 찍고, 혼자 즐기고, 혼자 이름을 떨치는 수단으로서의 사진이 아니라, 함께 만들고 함께 느끼는 그 무엇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 찍기는 누구나 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대도시의 노숙자 수용소에 사는 사람들의 대다수는 인생의 벼랑 끝에 있는 이들이다. 아이들은 폭력과 마약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어 있고, 가족의 무관심과 학대, 빈곤과 혼란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1987년부터 1989년까지 2년 사이에 그곳에선 다섯 명의 아이가 죽었다. 두 아이는 아버지의 칼에 찔려 죽었고, 한 아이는 수용소 뒤 철로에서 낙서를 하다 기차에 부딪혀 죽었으며, 두 아이는 어머니가 음식을 구하러 간 사이에 난 화재로 희생되었다. 허버드는 이런 환경에 사는 아이들을 사진의 소재로 삼을 것이 아니라, 이들과 함께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카메라를 든 허버드가 수용소 시설에 들어오면 호기심이 많은 아이들은 그의 뒤를 따르며 이것저것을 물었다. 카메라를 만져보고 싶어 하는 아이들에게는 안전하게 카메라를 쥐는 법부터 가르치기 시작했다.

디온 존슨(11세), <신발들>, 1989. ⓒ Jim Hubbard



그는 디온에게 자신의 카메라를 들고 수용소 안을 오가며 흥미 있는 것들을 찍게 하고 디온에게 초점과 심도, 셔터속도 등을 조금씩 설명하기 시작했다. 디온의 관심과 재능을 보면서, 허버드는 더 많은 아이들에게 기회를 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이 절망적인 상태에 있는 아이들에게 사진으로 흥미와 참여를 유도하고 삶에 대한 성취감을 느끼게 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카메라와 소도구들을 들고 매주 수용소에 가서 카메라 다루는 법과 사진에 대해 가르치기 시작했다. 배우고 싶어 하는 아이는 많은데 모두를 수용할 만한 여건은 마련되어있지 않았다. 그래서 여러 아이들을 동시에 효과적으로 가르칠 만한 시설을 갖추고 사진교육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허버드는 이렇게 쓰고 있다.

디온 존슨(12세), <훌라후프>, 1990. “저에게 가르쳐주신 것처럼 저도 애들에게 사진 찍는 걸 가르쳐주고 싶어요.” ⓒ Jim Hubbard


수용소 아이들의 삶에서 비극과 폭력은 일상이 되어있다. 이 아이들을 만났을 때, 나는 이들에게서 정상적인 삶의 과정이 박탈되어 있음을 깨달았다. 타이-캄보디아의 국경 지대, 북아일랜드와 레바논의 전쟁터에서 본 기아와 질병으로 허덕이는 아이들의 눈빛을 내 나라 미국에서 보았다. 이 같은 고통으로부터 아이들을 구출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 아직도 나는 아이들을 그 환경에서 해방하는 꿈을 꾸고 있다.

허버드는 UPI 사진기자로 전 세계를 돌아다녔고 귀국해선 워싱턴 D.C. 주변의 빈민들을 주제로 사진을 찍었다. 그의 사진은 1986년에 퓰리처상 후보에 올랐고, 사진집 『미국의 난민들American Refugees』도 1991년에 후보에 올랐다. 레이건 정부시절 UPI의 백악관 출입 사진기자였던 그는 UPI를 떠나 수용소 아이들에게 사진을 가르치는 일에 헌신하기로 작정한다.

워싱턴 포스트의 사진기자 더글러스 슈발리에가 은퇴 후 슈팅 백 프로젝트(학교를 그만두고 마약과 폭력에 빠져드는 수용소의 아이들에게 사진을 가르치는 일종의 방과 후 학교)에 합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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