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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넉넉하게 세제를 사용하면 어떻게 될까?

<내 아이를 해치는 위험한 세제>

by 더굿북

우리가 무심코 사용하는 화학제품이 결국에는 우리 몸에 들어와 혈액 속에서 돌아다니고 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러한 ‘환경의 역습’을 통해 합성세제의 유해성을 알게 되었고, 그 위험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인식을 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주부의 관점에서 세제에 대해 좀 더 이야기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앞서 평범한 주부의 일과를 소개하기도 했지만, 우리나라 주부들은 각종 합성세제의 사용 정량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편이다. 주부들에게 깨끗함의 기준은 풍부한 거품이다. 그래야 좋은 세정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YWCA의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합성세제를 표준량이라고 생각되는 양만큼이 아니라 ‘넉넉하다고 생각되는 양만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소비자가 주방 세제는 ‘수세미에 묻혀서’ 사용하고 있으며 설거지를 할 때 ‘2번 이상 펌프질하여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탁세제의 경우 표준 사용량보다는 ‘풍부한 거품이 생길 만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합성세제를 적정량보다 4~5배, 심한 경우 20배까지도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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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의 의학자이자 화학자인 파라셀수스는 “모든 물질은 유독하다. 다만 유독한지 유효한지의 구분은 그 물질의 양에 따른다.”고 말했다. 설사 해가 없음이 입증된 화학물질이라 해도 사용 농도, 사용량, 사용빈도, 노출 정도에 따라 인체에 독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세탁기 및 합성세제 생산자와 협의해 정부에서 내놓은 해결책 중 하나가 빨래 양에 따른 세제의 적정 사용량을 표시하는 것이다. 또한, 세탁기에 주입하는 물의 양에 따른 적절한 세제 사용량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지금은 사용량이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때가 지지 않을 것이란 생각에 세제를 표준량보다 많이 사용하는 주부들이 많은 게 현실이다.

일반적으로 세제의 농도가 높을수록 세정력이 좋아진다고 생각하지만, 계면활성제와 물과의 관계를 이해하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계면활성제는 물속에서 기름때에 붙은 후 둥근 구를 형성하는데 이 구를 분자 또는 이온의 집합체인 ‘미셀(Micell)’이라고 한다. 그런데 미셀은 일정 농도가 될 때까지는 잘 만들어지다가 일정 농도 이상이 되면 더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세제를 많이 넣는다고 해서 때가 더 잘 빠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실험 자료에 의하면 세제 농도 0.15% 이하에서는 세탁 효과가 낮고 0.25% 이상에서는 세제 자체가 남는다고 한다. 그러니까 0.15~0.25%가 적정 사용량인 셈이다. 그 이상 넣게 되면 물에 녹지 않은 세제는 다시 옷에 붙거나, 물과 함께 하수구로 배출된다. 세제가 붙은 옷을 입게 되면 세제와 피부가 직접 접촉하게 되고, 하수구로 배출된 세제는 돌고 돌아 다시 우리가 먹는 물에 섞인다. 그 결과 아이들의 아토피가 심해질 뿐만 아니라 여성의 경우 몸속으로 들어온 화학성분이 여성호르몬도 아니면서 여성호르몬인 것처럼 작용해 생리통과 각종 여성 질환을 유발하기도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의하면 주방 세제 농도가 0.1%가 넘으면 세척력이 더는 좋아지지 않는다고 한다. 세제를 많이 쓰기보다는 그릇을 불리는 시간이 길수록, 온수로 씻을수록 식기가 깨끗이 닦인다. 설거지할 때는 그릇 표면이 잘 닦이도록 10분 이상 물에 불리고, 헹굴 때는 마실 수 있는 물을 사용해 15초 넘게 헹구도록 한다. 물을 받아서 닦을 경우, 물을 교환해가며 세 번 넘게 헹궈야 말끔히 헹굴 수 있다. 아울러 주방 세제를 수세미에 직접 짜기보다는 설거지할 물에 한 번 정도 펌프질하여 거품을 낸 후 설거지 그릇을 담가 씻는 것을 권장한다.


고농축 세제가 대안은 아니다.

요즘에는 다양한 고농축 세제가 출시되고 있다. 일반세제보다 적은 양으로도 강한 세정효과를 낼 수 있으므로 수질오염을 다소 줄일 수 있고 경제적이라는 것이 세제업계의 주장이다. 그러나 일본의 자료에 의하면 소비자들이 고농축 세제를 일반세제 사용량만큼 사용해 오히려 과다 소비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세제를 사용할 때보다 오히려 수질오염을 가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고농축 세제를 사용하면서부터 세제 사용량 수치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고농축 세제에 일반세제 기준 1.78배 이상의 계면활성제가 들어 있는 것을 고려하면 오히려 평균 12%가량 사용량이 늘어난 것이라고 한다. 결국, 세제의 사용량을 줄여 수질오염을 최소화시킨다는 업계의 주장은 현실과는 다른 것이다.

물론 현재 세제업계에서도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식물성 계면활성제를 이용하여 세제를 만들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1990년 이후 세제원료 수요동향을 살펴보면, 세제용 원료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원료인 석유계 계면활성제인 LAS의 사용량이 감소하고 식물성 원료를 이용한 계면활성제 사용량이 증가하는 추세다.


주부들, 세제 의존증부터 버려야 한다.

최근 환경오염에 따른 환경규제를 의식해 의미 있는 친환경제품이 개발되고 있다. 한 대기업에서는 국내 최초로 세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도 옷을 깨끗이 세탁할 수 있는 무세제 세탁기를 개발했다. 무세제 세탁기의 원리는 전기분해를 통해 물을 분해하여 세정력이 강한 알칼리수를 만드는 것이다. 합성세제를 이용하지 않고도 전기분해된 물만으로 옷을 깨끗하게 세탁할 수 있어 잔류 세제로 인한 피부질환 걱정도 없고, 물도 절약할 수 있으며, 옷감의 손상도 덜한 1석 3조의 신기술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렇게 획기적인 기술로 만들어진 무세제 세탁기에 대해 업체 측에서는 ‘시장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무세제 세탁기에 대한 소비자의 냉담한 반응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무세제 세탁기가 소비자에게 외면당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업체 측에서는 “소비자들이 이미 일반 세탁기에 너무 익숙해져 있어, 세제 없이 세탁한다는 것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는 일반 세탁기보다 세척력이 절대 뒤지지 않는데도, 이미 길든 소비자의 습성을 뛰어넘기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결국, 국가나 기업 차원에서의 개선 움직임도 중요하지만 가장 우선되어야 할 것은 합성세제를 직접 사용하는 주부들의 의식 변화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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