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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한없이 투명한 게라마 블루를 찾아서

<여행의 이유>

by 더굿북

‘게라마 블루를 본 적 있나요?’ 그렇게 되묻고 싶었다. 오키나와에 가보니 별거 없더라는 지인의 말에 흔쾌히 동의할 수가 없었던 탓이다. ‘동양의 하와이’로 불리는 일본 영토의 최남단 오키나와는 본 섬을 포함해 160개의 섬들이 해변에 반짝이는 조약돌처럼 흩뿌려져 있는 곳. 그 섬들은 숫자만큼이나 다채로운 풍광과 서로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다. 정말 우리가 알고 있는 오키나와가 다일까? 코끼리 코처럼 생긴 해안절벽 만좌모와 해중도로, 유네스코 문화유산인 슈리성까지 본섬의 관광명소를 다 둘러본다고 해도, 겨우 오키나와의 1/160밖에 못 본 것일 텐데도 말이다. 물론 도쿄나 교토처럼 일본 문화 특유의 볼거리를 기대했다면 못내 아쉬울 수는 있다. 그러나 나는 오키나와에서 너무 많은 것을 여행 가방에 담아왔다. 게다가 볼거리 많은 관광지가 기준이라면 아무것도 제대로 볼 수 없는 곳으로부터.



세계에서 가장 투명한 바다

오키나와 도카시키 섬.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다. 그저 ‘게라마 블루’라고 불리는 한없이 투명한 바다가 있을 뿐. 그 매혹적인 남국의 바다를 두 눈에 직접 담아오려면, 오키나와 본섬에서 남서쪽으로 40킬로미터 떨어진 게라마제도로 떠나야 한다. 먼 바다로 나아가 동중국해의 푸른 바다 위에 옹기종기 모여 사는 20여 개의 섬들을 만나면 이곳이 바로 게라마제도. 사람이 살고 있는 도카시키 섬, 자마미 섬, 아카 섬, 게루마 섬을 제외하면 모두 무인도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아서인지, 특히 이 지역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바다의 투명도를 자랑한다. 그런 이유로 생긴 단어가 바로 ‘게라마 블루’이고, ‘세계에서 가장 투명한 바다’라는 말과 동의어인 셈이다.

%BC%B6%B3%D7%C0%CF%C3%D6%C1%BE.jpg?type=w1200 ⓒ정윤주 일본 오키나와


하얀 갈매기처럼 날렵한 쾌속선은 먼 바다를 향해 경쾌하게 달려 나갔다. 도카시키 섬으로 가려면 오키나와의 관문인 나하시의 도마린항에서 쾌속선을 타고 30여 분을 가야 한다. 처음엔 깊이를 알 수 없는 검푸른 바다와 거친 파도만이 넘실거리지만, 물빛이 점점 청록색으로 옅어지고 파도가 잔잔해지면서 갑작스레 섬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쾌속선이 지나갈 때마다 크고 작은 섬들이 서로 겹쳐졌다 나타났다를 반복하며 카메라에 담으려는 사람들과 숨바꼭질을 한다. 모두 도카시키 섬이 거느리고 있는 10여 개의 섬들이다. 섬들에 대한 첫인상은 우리나라의 남해와 비슷하지만, 다도해의 섬들은 선이 아기자기하고 부드러운 반면 이곳 섬들은 선이 굵고 시원시원하다.

1.jpg?type=w1200 ⓒ정윤주 일본 오키나와


도카시키 섬은 게라마제도에서 가장 큰 섬이다. 하지만 밖으로 드러난 것보다 감춰둔 보물이 더 큰 섬이다. 첫 번째는 오키나와에서 가장 아름다운 아하렌 비치를 숨겨두었다. 세계 최대 여행사이트 트립어드바이저가 발표한 ‘세계 베스트 비치 2015’에서 일본의 베스트 비치 5위로 도카시키 섬의 아하렌 비치가 선정되었다. 2013년부터 섬을 방문한 세계 각국의 여행자들이 투표한 결과란다. 두 번째는 유리알처럼 투명한 바닷속에 더없이 화려한 ‘신들의 정원’을 감춰두었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태초의 바다가 이렇지 않았을까. 형형색색으로 피어난 산호초의 꽃밭 사이로 유유자적 헤엄치는 열대어를 따라다니다 보면, 지금 이곳이 파라다이스라고 믿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니 곳곳에 최고의 다이빙 포인트가 많고 스쿠버다이빙, 스노클링 등 도카시키 섬이 해양스포츠의 메카가된 것은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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