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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May 04. 2016

01. 환율을 알면 경제를 보는 눈이 뜨인다.

환율은 어떤 영향을 미치나

※ 경제분야 베스트셀러인 <환율의 미래>를 출판사 요약본으로 8차에 걸쳐 연재합니다. 전자책으로 활용하실 분들은 더굿북(www.thegoodbook.co.kr) "무료전자책"에서 다운받아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스마트폰, 태블릿PC, 데스크톱에서 활용하실 수 있습니다. 공유는 가능하나, 본 콘텐츠를 내려받아 게시하는 것은 불법입니다.



환율이 움직이면 어떤 영향을 받는가?

환율은 한 나라 화폐의 상대적인 가치를 의미한다. 한국은 원, 일본은 엔, 미국은 달러 등 세계에는 각 나라의 화폐가 무수히 존재하며, 이 다양한 화폐의 교환비율을 환율이라고 부른다. 신문이나 방송에서 어제 달러/원 환율이 1,100원이었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미화 1달러가 원화 1,100원으로 교환되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환율이 움직일 때 우리는 어떤 영향을 받게 될까? 어제 달러/원 환율이 1,100원이었지만, 오늘 1,300원까지 상승한 경우를 살펴보자. 미국에서 500달러에 팔리고 있는 애플의 아이폰을 어제 우리 돈 55만 원에 구입했지만, 오늘은 65만 원으로 가격이 상승해 어제보다 10만 원을 더 지불해야 한다. 같은 기간 한국 갤럭시 노트의 가격이 55만 원에 머물렀다면, 예전보다 많은 사람이 갤럭시 노트를 구매하려 할 것이다. 물론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이 줄어드는 등 손실이 발생한다고 볼 수도 있다. 특히 갤럭시 노트 같은 대체재가 없는 제품, 이를 테면 휘발유나 경유 같은 경우에는 환율 상승이 곧바로 소비자 가격의 상승으로 연결될 것이다. 

반대로 어제 1,100원이었던 달러/원 환율이 오늘 900원으로 떨어진 경우를 생각해보자. 환율 상승의 경우와 반대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미국에서 500달러에 팔리는 아이폰의 원화 환산 가격은 어제 55만 원에서 오늘 45만 원으로 10만 원 떨어질 것이며, 갤럭시 노트를 비롯한 한국의 경쟁 제품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싸 보일 것이다. 대신 소비자 입장에서는 싼 가격에 해외에서 수입된 물건을 구입할 수 있어, 환율 하락으로 구매력이 개선되는 효과를 거두게 될 것이다. 


외환시장의 구조

외환시장은 거래 당사자에 따라 은행간 시장과 대고객 시장으로 구분된다. 은행간 시장은 일종의 도매시장으로, 개별 고객의 주문을 받은 은행이 적당한 규모로 모아 은행간 시장에서 거래한다. 은행간 시장에서의 거래는 외환 브로커를 경유하는 경우와 은행끼리 직접 거래하는 경우로 나뉜다. 우리나라는 선진국 외환시장과는 달리 외환 브로커를 통해 거래하는 경우가 지배적이다.

대고객 시장은 은행과 개인 및 기업 등 고객 간에 외환 거래가 이루어지는 시장이기 때문에 일종의 소매시장이라 할 수 있다. 이런 대고객 거래의 결과, 은행은 외환 포지션에 변동이 발생하는데, 이를 은행간 시장에서 조정함으로써 대고객 시장과 은행간 시장이 밀접한 연관을 맺게 되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1억 달러를 수출로 벌어들였다고 가정해보자. 삼성전자는 노동자와 거래 기업에 원화로 이 자금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은행의 대고객 시장에서 달러/원 환율 1,200원에 원화로 환전하여 1,200억 원을 받게 될 것이다. 반면, 이 은행은 외화 자산이 1억 달러 늘어나게 되므로 외환 포지션이 증가하여 달러 매입 초과 상태가 된다.

만약 원화의 가치가 하락(달러/원 환율 상승)하면 은행은 이익을 보지만, 반대로 원화 가치가 상승(달러/원 환율 하락)하면 환율 변동에 따라 손실을 입게 되므로 보유하고 있는 외화 자산의 수준을 적절한 범위 내에서 통제할 필요를 느끼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 은행은 보유하고 있는 외화 자산을 은행간 시장에서 매각함으로써 외환 포지션의 변화를 최소화하려 들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대고객 시장과 은행간 시장이 서로 밀접하게 연계된다.


환율이 결정되는 원리

환율의 방향성을 예측할 때,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은 ‘환율이 어떤 수준일 때 가장 적정할까?’라는 의문일 것이다. 이런 고민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이 바로 ‘일물일가(一物一價)의 법칙’이다. 

일물일가의 법칙이란 같은 물건이 어떤 곳에서 같은 가격에 팔리는 현상이다. 만약 사과 하나를 1,000원에 사서 길 건너에 2,000원에 팔 수 있다면, 모든 사람이 그렇게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가격 차이는 오래 지속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이런 기회를 이용하여 이익을 얻게 되면서 길 양쪽에서 같은 품질의 사과가 같은 가격에 팔리게 될 때까지 가격이 조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길 양쪽뿐만 아니라, 세계 어느 곳이든 일물일가의 법칙은 유지된다. 물론 각각 다른 나라에서 거래되는 상품은 운송비가 들기 때문에, 이 부분으로 인한 차이는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운송비 이상 수준으로 가격 차이가 발생한다면 활발한 무역 시장에서는 오래 지속할 수 없다. 

다시 말해, 미국에서 최신형 아이폰이 500달러이고 환율이 1달러에 1,100원이라면 한국에서도 55만 원이 마땅하다. 만약 그렇지 않고 한국이 70만 원으로 훨씬 비싸다면 직구를 통해 대규모의 수입이 이뤄지는 반면, 국내에서는 아이폰이 팔리지 않을 것이다. 결국 둘 중 하나다. 국내에서 제품 가격이 조정되거나 환율이 조정되어야 한다. 

일물일가의 법칙을 이용해 각국 통화의 가치 수준을 측정하는 방법이 바로 ‘빅맥지수(Big Mac Index)’다. 빅맥지수에서 빅맥이란 세계적인 패스트푸드업체 맥도날드에서 파는 가장 대표적인 햄버거 이름이다. 이 햄버거는 한국의 서울에서도 베스트셀러며, 뉴욕에서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빅맥 햄버거의 가격을 비교해보면 세계 각국의 물가 수준을 금세 비교해볼 수 있다.

예를 들어, 1달러에 원화가 1,100원에 교환되며 미국에서 빅맥이 3달러에 팔리는 반면, 한국에서 4,000원에 팔리고 있다고 생각해보자. 환율이 1,100원이니 한국에서 빅맥이 3,300원에 팔려야 정상인데 4,000원에 팔리고 있으니, 한국 사람은 미국 사람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싼 값에 빅맥을 먹는 셈이다. 이는 일물일가의 법칙에 어긋난다. 만약 제품 가격의 조정이 없다면, 환율이 1,100원이 아니라 1,333원으로 조정되어야 할 것이다.(=원화 약세) 한발 더 나아가 빅맥 햄버거만 비싼 게 아니라, 대부분 제품 가격이 미국보다 비싸다면 제품이 싼 미국에서 물건을 구입해 한국으로 수출하는 일종의 ‘차익 거래’가 활성화될 것이다. 

여기서 차익 거래란, 한 시장에서 어떤 자산을 매입하고 다른 시장에서 같은 자산을 매도함으로써 이익을 얻는 과정을 의미한다. 앞서 이야기했던 직구가 일종의 차익 거래라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미국으로부터 더 많은 물건이 수입되고, 달러가 미국으로 유출되기 때문에 무역수지가 악화할 수밖에 없다. 무역수지가 적자로 돌아서거나 흑자 규모가 줄어들면, 해외로부터의 외화 공급이 감소하여 외환시장에 달러화 부족 사태가 발생할 것이다. 달러 공급이 수요에 비해 부족하게 되면, 달러화 가치는 상승하며 원화 가치는 하락하게 된다. 즉 1달러에 대한 원화의 교환 비율은 같은 제품의 가격이 미국과 한국에서 같아질 때까지 상승할 것이다. 

이제 반대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한국에서 팔리는 맥도날드 빅맥의 가격이 미국보다 싸다면 어떨까? 달러/원 환율이 1,100원인데, 미국에서 3달러에 팔리고 있는 빅맥 햄버거가 한국에서 2,000원에 팔리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나아가 한국에서 팔리는 제품 대부분이 미국보다 싸다면 어떨까? 앞의 사례와 정반대의 일이 벌어진다. 일물일가의 법칙에 따라 한국에서의 물건 가격이 미국에서의 물건 가격과 같아질 때까지 무역이 발생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수출은 크게 증가할 것이며, 경상수지는 대규모의 흑자를 기록하게 될 것이다. 

이게 바로 빅맥 지수를 작성하는 이유다. 미국에서 팔리는 빅맥 햄버거의 가격을 기준으로 각국에서 팔리는 빅맥 햄버거의 가격을 비교함으로써, 어느 나라의 통화 가치가 적정 수준보다 비싼지 혹은 싼지를 측정하는 것이다. 참고로 2015년 7월, 세계적인 경제지 「이코노미스트」가 측정한 바에 따르면, 한국의 빅맥 햄버거 가격은 미국에서 팔리는 것보다 20% 정도 싼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한국 원화 가치는 빅맥 햄버거로 측정된 적정 수준에 비해 저평가되어 있는 셈이다.

지은이 ㅣ 홍춘욱

연세대학교 사학과 졸업.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2011년 명지대학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3년 12월 한국금융연구원에 입사한 후 교보증권 리서치센터, 굿모닝증권 기업분석부에서 경제 분석 및 정량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정량 분석 및 경제 분석 부문에서 ‘베스트 애널리스트’에 오르기도 했다. 이후 KB국민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투자운용팀장을 거쳐, 현재는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에서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인구 변화가 부의 지도를 바꾼다>,<주식투자가 부의 지도를 바꾼다>, <원화의 미래>, <돈 좀 굴려봅시다>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리처드 번스타인의 스타일 투자 전략>, <절대로! 배당은 거짓말하지 않는다>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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