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부동산의 미래>
위 도표는 미 연준의 금리와 신흥국의 위기에 관한 결과를 그래프로 나타냅니다. 인구가 감소하면 부동산 가격이 내려가고 인구가 증가하면 부동산 가격이 올라간다고 가정하고, 인구 감소를 부동산의 큰 위기로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가장 큰 위기는 세계경기의 위기죠.
표를 자세히 보면 우리나라의 위기가 미 연준의 금리 인상 시기와 절묘하게 맞닿아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한편에서는 위기가 오니 FRB(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미국의 중앙은행)가 어쩔 수 없이 금리를 올렸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금리가 오르니 위기가 온다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음모론의 관점에서 보면 신흥국의 위기는 월가의 농간이며 월가는 주기적으로 신흥국의 국부(國富)를 강탈합니다. 플라자 합의 이후 일본이 그랬으며, 1980년대 후반 소련이 붕괴했고, 1989년 대만의 자산 거품이 그랬고, 1990년대 후반 아시아 외환위기가 그랬다고 말이지요.
1971년 브레턴우즈 체제에서 유지되던 금환본위제의 폐지 이후 미국의 달러는 금과의 태환에서 벗어납니다. 브레턴우즈 체제의 핵심은 달러와 금과의 연동입니다. 즉 미국의 FRB가 금을 보유한 만큼 달러를 찍어낸다는 체제입니다. 달러를 아무리 많이 찍어내려 해도 자국이 보유한 황금 이상의 달러를 찍을 수 없습니다. 그로 인해 달러의 가치가 떨어지지 않는 장점이 발생합니다. 달러를 무한정 찍어내면 독일의 바이마르 공화국 화폐처럼 초인플레이션의 위기에 봉착할 수 있습니다. 바이마르 공화국 마르크화의 초인플레이션이 얼마나 심했냐면, 벽지를 사느니 돈을 발라 벽지를 대신하는 편이 나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화폐는 교환 가치가 있어야 안정성이 확보됩니다. 만약 교환 가치를 무시하고 무한정 화폐를 찍어내면 바이마르 공화국의 마르크화처럼 됩니다.
화폐의 생명은 신용입니다. 처음 화폐의 시작은 중세 시대 전당포와 고리대금업을 하던 유대인의 금 보관증에서 비롯되었다고 합니다. 전당포에 A란 사람이 금을 맡기면 유대인은 금 보관증을 써주었고, 무거운 금을 위험하게 가지고 다닐 필요 없이 금 보관증만 가지고 다니면 되니 편리했습니다. 그러다가 금 보관증을 주고받으면서 재산의 교환이 이루어졌고 사람들은 그 편리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금을 보관하고 있던 전당포 주인도 맡긴 사람들이 일시에 금을 전부 찾아가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자, 자신이 맡고 있던 금을 빌려주면서 고리대금업을 시작합니다. 그 전에는 전당포 주인이 금을 맡으면서 보관료를 받았지만, 전당포 간의 경쟁이 심해지자 오히려 자신에게 금을 맡기는 사람에게 이자를 주는 체제로 변합니다. 은행과 대부업의 시초입니다.
그러면 금을 맡긴 손님이 자신의 금을 찾아갈 확률은 어느 정도였을까요? 당시 10% 미만이었다고 합니다. 즉 손님이 맡긴 총량의 황금에서 10% 정도만 돌려줄 준비를 하고 나머지 90%는 고리대금업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현재의 은행지급준비율이 10% 내외인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이런 연유에서 금 보관증이 화폐의 시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화폐는 종잇조각에 불과하고 화폐 뒤에 황금이라는 실물이 있어야 신용이 담보됩니다. 그래야만 비로소 화폐의 기능을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금본위제의 기본 이해입니다. 그런데 미국은 어떻게 금환본위제인 브레턴우즈 체제를 종식하고 무한정 달러를 찍어내게 되었을까요? 그 이유는 미국의 달러가 기축통화(나라 간 결제나 금융거래의 기본이 되는 통화)이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이렇게 달러를 찍어내어 무엇을 결제했을까요? 석유입니다. 1970년대 초반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는 비밀협약을 맺습니다. 미국은 사우디 왕가의 존속을 보장하고 사우디는 석유의 결제를 달러로만 할 것을 결의합니다. 사우디의 거의 모든 유전 지대는 수니파인 사우디 왕가 쪽이 아닌 시아파 장악지역입니다. 시아파는 사우디와 앙숙인 이란인들입니다. 이러한 사실을 안 미국이 바레인에 군함을 주둔시키며 군사적으로 유전 지대 보호와 그들의 소유권을 인정합니다. 물론 미국도 이를 통해 안정적인 석유 수급권을 얻습니다. 최근 이란의 경제제재가 풀리고 미국이 군사적 개입을 중단하면서 이 지역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협약으로 인해, 모든 국가가 없어서는 안 되는 연료인 석유를 사기 위해 달러를 보유해야만 합니다. 달러가 없으면 온 나라가 블랙아웃(정전)이 되는 상황에 놓인 것입니다. 그래서 미국은 달러를 아무리 많이 찍어내도 초인플레이션에 빠지지 않는 ‘신의 한 수’를 보유하게 되었습니다. 향후 달러는 석유뿐 아니라 모든 물품의 국제거래에서 통용됩니다. 이것이 달러의 기축통화화입니다. 달러 없이는 아무 물품도 살 수 없는 것이 전 세계의 달러화 블록 편입입니다.
그 당시 공산권은 소련의 루블화 블록에 속해 있었습니다. 하지만 공산권이 무너진 지금 전 세계는 달러화 블록에 속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 이때부터 달러는 미국이 보유하고 있는 금이 담보가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달러, 정확히 말하면 미국의 국채가 담보물이 됩니다.
브레턴우즈 체제 이전에는 물품을 미국에 수출한 신흥국이 달러를 미국에 주면 달러만큼의 금을 교환해 주는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신흥국이 물품을 미국에 가져다주면 미국은 윤전기를 돌려서 찍은 달러를 줍니다. 미국에 가장 많은 수출을 하는 나라가 중국이니 미국 국채를 제일 많이 들고 있는 나라도 중국이지요. 사실상 달러는 주식과 같아서 상장 폐지되면 주식이 휴짓조각이 되듯, 미국이 디폴트를 선언하면 달러는 휴짓조각이 됩니다. 물론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이제 미국이 어떻게 신흥국을 강탈했는지 예를 통해 살펴봅시다. 신흥국이 미국에 자동차를 수출합니다. 물론 돈은 달러로 받습니다. 수출로 인해 달러가 들어오니 신흥국의 무역수지가 흑자로 돌아서고 미국은 반대로 적자입니다. 계속된 수출 호조로 신흥국의 경기가 살아납니다. 몇 년간 이런 일이 지속하면 미국의 무역적자 폭이 커집니다.
미국은 무역적자여야 정상입니다. 그래야 달러가 풀리고 그 돈으로 다른 나라가 거래할 수 있습니다. 만약 미국이 계속 흑자라면 다른 나라로 돈이 나가지 못하니 달러가 순환할 수 없습니다. 달러가 없어서 결제를 못 하니 기축통화로서의 가치가 없어지고 세계는 돈이 돌지 않아 불황에 빠집니다. 그래서 미국은 무역적자를 이유로 신흥국에 금융시장개방과 신흥국의 고환율을 요구합니다.
일본은 플라자 합의 이후 금융시장 개방과 달러 대 엔화의 비율을 두 배로 올립니다. 이러면 두 가지 일이 동시에 발생합니다. 첫째는 국제투기세력인 핫머니[국제금융시장을 이동하는 단기성 자금(Hot Money)]가 들어옵니다. 둘째는 달러가 많이 들어오니 자국 돈의 가치가 오릅니다. 신흥국에는 인플레이션이 일어납니다. 그래서 일본의 부동산 거품이 발생한 것입니다. 1980년대 후반에는 도쿄의 땅을 팔아 미국 전체 땅을 살 수 있다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엔화 자금이 미국의 주요 건물과 영화사를 비롯한 회사들을 집어삼킵니다. 일본의 자산 거품이 극에 달할 때였습니다.
FRB는 기회를 보다가 때가 되면 자국의 경기호조를 근거로 금리를 급작스럽게 올리기 시작합니다. 한 번 올리면 여유를 두고 올리는 것이 아니라 분기마다 급격하게 올립니다. 금리가 오르면 핫머니가 일시에 신흥국에서 빠져나가 미국으로 돌아갑니다. 이때 신흥국이 같이 금리를 올려도 소용없습니다. 미국의 금리 인상보다는 미국 통화의 강세 때문입니다. 금리는 올려봐야 5% 남짓이지만, 신흥국 통화는 10%, 20% 급격하게 떨어집니다. 그러니 신흥국에 핫머니가 남아 있을 이유가 사라집니다.
그와 동시에 신흥국은 달러 부족으로 신용등급이 하락하고 신용등급 하락을 이유로 단기자금의 만기가 도래했을 때 일시에 상환하라는 압박을 받습니다. 결국, 신흥국은 경제위기에 빠집니다. 신흥국이 여기서 환율을 방어한답시고 핫머니가 빠져나갈 때 외환 보유액을 푼다면 사태는 더욱 심각해집니다. 1997년 우리나라가 그랬습니다. 달러당 800원을 방어해야 2만 불 시대로 간다면서 외환 보유액을 전부 바닥나도록 사용했지요.
결국, 신흥국의 외환 보유액을 손바닥 꿰뚫듯 보고 있던 헤지펀드(Hedge Fund, 단기이익을 목적으로 국제시장에 투자하는 개인모집 투자신탁)와 월가의 큰손들은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을 정도의 자금을 담갔다가 일시에 빼는 수법으로 신흥국을 디폴트[채무불이행(Non Payment) : 민간기업이 공채나 사채, 은행 융자 등을 받았는데 이자나 원리금을 계약대로 상환할 수 없는 상황, 또는 정부가 외국에서 빌려온 차관을 정해진 기간 안에 갚지 못하는 경우]에 빠뜨립니다. 그러면 이때 IMF(국제통화기금)가 구원투수처럼 개입하여 외화를 빌려주는 대신 가혹하리만큼 혹독한 조건을 내걸어 국유재산 민영화를 요구하고 국부와 민간기업의 구조조정을 요구합니다.
신흥국은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수 없습니다. 기축통화(달러)가 없으면 석유를 사 올 수 없어 온 나라가 블랙아웃(정전) 상태에 빠지며, 모든 기업과 가계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완전 정지 상태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할 수 없이 IMF가 요구하는 것을 모두 수락해야 하고, 월가의 탐욕스러운 헤지펀드들은 신흥국 국유기업(통신, 철도, 석유, 항만, 공항 등)들이 민영화된 상태에서 헐값에 사들입니다.
어차피 신흥국 내부에는 이미 달러가 없으므로 좋은 물건이 헐값에 나와도 살 수가 없습니다. 게다가 민간기업 중 알짜기업(은행, 대기업 등)과 각종 부동산(업무용 건물 등)까지 집어삼킵니다. 신흥국이 수십 년 동안 미국에 수출하면서 벌어들인 국부가 순식간에 미국으로 이동하는 순간입니다.
미국은 윤전기로 달러를 무한정 찍어내서 소비하고 이러한 양털 깎기 수법을 통해서 신흥국의 부를 빨아들여 다시 흑자로 돌아섭니다. 적자가 된 신흥국은 그 후 통화 약세로 수출경쟁력이 생기면서 수출 재개로 이어집니다. 이러한 패턴은 1971년 브레턴우즈 체제 이후 몇 년에 한 번꼴로 반복됩니다.
우리는 1997년 IMF 위기를 겪었고, 2008년에는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1987년에는 경제 기초 여건이 약한 우리나라의 아파트값이 먼저 폭락했고, 1989년은 대만의 자산 거품 폭락과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의 전조가 있었던 해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국제정세를 모른 채 국내 부동산만 쳐다본다면 10년 주기설과 같은 근거 없는 도표에 현혹될 수 있습니다. 저금리가 지속한다는 것은 자산의 거품이 만들어진다는 것이고 자산의 거품이 만들어지면 언젠가는 그 거품이 터질 수밖에 없습니다. 나라는 외환 보유액을 비축해서 핫머니에 대비해야 하며, 자산시장을 철저히 분석해서 핫머니들이 발붙일 수 없도록 그들을 감시하고 설사 그들이 활동하더라도 조기에 차단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개인은 부채를 줄이는 것이 외부충격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지만, 레버리지를 이용하지 않고는 가난한 자가 부자가 될 수 없습니다. 그러니 최대한 오르면 팔고 떨어지면 사는 패턴을 반복하여 자산을 우량화 하고 대출 비중을 줄이려고 노력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