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위대한 해체'의 시대가 온다.

<2035 미래기술 미래사회>

by 더굿북

전 세계 휴대전화 가입자 수(46억 대)가 전 세계 칫솔 사용량(42억 개)보다 더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화가 제대로 되지 않은 개발도상국 사람마저 모바일 기술을 활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통계이다. 이는 전 세계 사람들이 정보통신 기술(ICT) 혁명의 혜택을 누리게 될 날이 임박했음을 예고하는 사례의 하나일 따름이다.


누구나 인터넷에 접속하면 디지털 공간에서 지식과 정보는 물론 갖가지 오락거리를 상당 부분 공짜로 이용할 수 있다. 따라서 산업시대처럼 필요한 재화와 서비스를 구매해서 소유하던 관행이 차츰 사라지고, 디지털 공간에서 필요할 때마다 비용을 거의 내지 않고 필요한 것에 접근해 사용하는 소비 행태가 자리 잡게 됐다. 이를테면 산업시대의 소유에서 디지털 시대의 접근으로 바뀌고 있다.

미국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이런 변화를 일찌감치 간파하고 인터넷에 바탕을 둔 네트워크 경제의 특성을 분석했다. 2000년 펴낸 《접근의 시대(The Age of Access)》에서 리프킨은 정보통신 기술 혁명으로 인간의 사회활동이 가상공간(사이버스페이스)에서 이루어짐에 따라 “시장이 네트워크에 자리를 내주면서 소유는 접근으로 이동하고, 판매자와 구매자는 공급자와 사용자로 바뀌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미국 벤처기업가 출신 저술가 스티브 사마티노 역시 모든 사람이 정보통신 기술에 접근하게 됨에 따라 산업사회의 소유체제가 디지털 사회의 접근체제로 바뀌면서 “제품의 생산과 소비, 금융, 미디어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영역에서 경제와 산업의 지형이 해체 또는 파편화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위대한 해체(The Great Fragmentation》에서 사마티노는 “경제의 대세는 한마디로 ‘해체’이다. 산업의 모든 것이 훨씬 작은 규모로 파편화된다. 접근성이 확장되면 더 많은 경쟁자가 유입돼 우리가 하는 것과 만드는 모든 것에서 선택의 틈새가 넓어진다. 생산자와 구매자 사이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비즈니스는 사람 중심적인 단계로 이동한다. 요컨대 경제가 점차 분산화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런 맥락에서 사마티노는 제조업, 금융, 미디어 산업의 위기를 진단하고 생존 비법을 처방한다. 제조업의 경우 우리가 모두 같은 기술에 접근할 수 있으므로 누구나 생산 과정에 직접 참여하게 된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인터넷 클릭 몇 번이면 필요한 물건을 척척 만들어주는 공장을 쉽게 찾아내서 직거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시대에 돈이 가장 많이 소요된 부분인 공장 시설에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사마티노는 “이제 공장을 소유할 필요가 없다. 이는 산업혁명 이래 제조업에서 발생한 가장 큰 변화”라면서 중국 인터넷 소매업체 알리바바의 성공 요인으로 꼽았다. 알리바바는 제조업자와 구매자를 연결해주는 인터넷 사업으로 출발해 전 세계 420만 제조업체의 물건을 구매자가 지정하는 곳까지 배달한다.

KakaoTalk_20161005_141221502.jpg?type=w1200 "전 세계 미디어는 60억 개 이상이다." <위대한 해체> 중에서


금융과 미디어도 해체의 물결에 휩쓸릴 수밖에 없다. 은행 같은 금융기관은 덩치가 커서 정보통신 기술 혁명의 영향권 밖에 있을 것 같지만 크라우드펀딩(crowdfunding)처럼 사용자 사이에 직접 이루어지는 금융 때문에 해체될 가능성이 크다. 사마티노는 크라우드펀딩을 ‘우리가 모두 은행이라는 사실을 각성한 위대한 결과’라고 강조한다. 해체의 시대에 가장 크게 분열되는 산업으로 미디어 분야가 손꼽힌다. 인터넷에 접속하는 순간 우리가 모두 그럴듯한 미디어로 변신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모든 개인이 미디어 기업인 셈이다.

《위대한 해체》는 금융과 미디어 같은 거대산업의 종말을 예고하면서 “산업혁명 이후 처음으로 사업 규모가 작은 것이 큰 것보다 유리한 시대가 됐다.”고 강조하고 “기업은 새 제품이나 점진적 혁신만으로는 해체의 물결을 헤쳐 나갈 수 없다.”면서 “기업은 제 손으로 자기를 파괴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충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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