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이렇게 하면 매진된 항공권도 살 수 있다.

<우리는 어떻게 마음을 움직이는가>

by 더굿북

라이언은 거액의 컴퓨터 컨설팅 계약 체결을 위해 볼티모어에서 오스틴으로 비행기를 타고 가야할 상황이었다. 담당자는 라이언이 금요일 아침까지 오지 않으면 계약은 없던 일로 하겠다고 말했다. 라이언은 다음 날인 목요일 아침 비행기 표를 샀지만, 볼티모어에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폭풍우가 불어치는 바람에 공항이 5시간 동안 폐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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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목요일 저녁 8시에 댈러스에 도착한 라이언이 체크인 카운터로 달려갔을 때는 당일 오스틴으로 가는 마지막 아메리칸항공편 이륙이 30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라이언은 그 비행기를 타거나 최악에는 다음 날 아침 비행기를 타야 했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체크인 카운터에 도착했을 때 라이언 앞에는 대단히 난폭한 커플이 탑승 수속 담당자에게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담당자는 앞에 놓인 컴퓨터로 조회하면서 그 커플 쪽은 거의 보지도 않았고 손님에게 맞서 소리를 지르지 않으려고 갖은 애를 쓰고 있었다. 담당자가 “제가 해드릴 수 있는 일이 없어요.”라고 5번쯤 말했을 때 그 화난 커플은 결국 포기하고 돌아섰다.

먼저 라이언이 어떻게 격렬한 언쟁을 자기에게 유리하게 이용하는지 살펴보라. 상대가 힘든 일을 겪은 직후에 그와 대면하면 협상가엔 매우 유리한 상황이 된다. 상대가 공감을 나눌 관계를 절실하게 원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미소만 지어도 이미 경계가 풀린 상태다.

“안녕하세요, 웬디. 저는 라이언입니다. 방금 저분들 무척 화난 모양이네요.”

이 문장으로 부정적인 감정을 명명하고 공감에 근거한 관계를 형성한다. 또한, 웬디가 자기 상황을 부연 설명하도록 유도해 라이언이 미러링 할 만한 말을 하도록 이끈다.

“네. 경유지 항공편을 놓쳤거든요. 날씨 때문에 항공편이 많이 지체됐어요.”
“날씨 때문에요?”

동북부 지역 기상 악화가 전체 비행 일정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웬디가 설명한 후 라이언은 다시 부정적인 감정을 명명하고 웬디가 더 깊이 파고들도록 유도하기 위해 웬디의 답변을 따라 했다.

“정신없이 바쁜 하루였겠네요.”
“화를 참지 못하는 고객들이 많았어요. 이해는 하지만 소리 지르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중요한 시합이 있어서 오스틴으로 가려는 승객들이 많아요.”
“중요한 시합이요?”
“텍사스 대학교 대 미시시피 대학교 미식축구 경기가 열려서 오스틴으로 가는 모든 항공편이 만석이에요.”
“만석이요?”

이제 말을 멈추자. 이 시점까지 라이언은 명명과 미러링을 활용해 웬디와 관계를 구축했다. 하지만 라이언이 아무런 요청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웬디는 그냥 잡담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격분한 커플과 달리 라이언은 자기가 처한 상황을 인정했다. 라이언은 “그게 무슨 말이에요?”와 “잘 듣고 있어요.” 사이를 오가는 말로 웬디가 자세한 설명을 하도록 이끌었다. 이제 공감대가 형성됐으므로 웬디는 라이언에게 유용한 정보를 흘렸다.

“네, 이번 주말 내내 경기가 있어요. 하지만 몇 명이나 비행기를 탈 수 있을지 누가 알겠어요. 날씨 때문에 많은 사람이 일정을 변경해야 할 거예요.”

마침내 라이언이 불쑥 요청한다. 여기에서 그가 어떻게 행동하는지 주목하라. 독단적이거나 냉정하게 논리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고 웬디가 처한 상황을 이해하며 공감을 표현함으로써 조용히 두 사람을 같은 처지에 놓는다. 라이언은 “힘든 하루였지만 잘 견디신 것 같네요. 사실 저도 기상 악화로 지연돼서 경유지 항공편을 놓쳤습니다. 이 비행기는 만석인 것 같지만 방금 하신 말씀을 들으니 어쩌면 날씨 때문에 이 항공편을 놓친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표를 구할 가능성이 있을까요”라고 말했다.

이 반복 기법에 주목하라. 명명하고 전술적으로 공감한 뒤 다시 명명한다. 그다음에 비로소 요청한다. 이 시점에서 웬디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끝까지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으려고 노력한 라이언은 잠시 침묵을 지켰다. 30초 뒤 웬디는 탑승권을 인쇄해서 라이언에게 건네며 탑승 예정 승객 중 몇 명이 비행기 이륙 후에야 도착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웬디가 이코노미플러스 좌석을 준비해줌으로써 라이언의 성공사례는 더욱 빛났다. 이 모든 일이 2분 안에 일어났다!

동네 마트에서, 비행기 탑승 수속 줄에 서 있을 때 앞 손님이 화를 낸다면 그 틈을 타 상대 직원에게 명명과 미러링을 연습해보라. 그들이 “날 조종하려고 하지 마세요!”라고 소리를 지르며 발끈하지는 않을 거라고 장담한다. 그리고 아마도 당신은 예상보다 더 많은 걸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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