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의 조건, 열정으로 갈아신어라>
신발은 원래 발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발명되었다. 숲 속의 험한 길이나 극 지대의 차가운 얼음 위를 걸으면서도 발을 다치지 않도록 동물의 가죽이나 튼튼한 잎을 엮어 발을 감싼 것이 신발의 기원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신분을 나타내는 도구로, 혹은 스타일이나 패션을 드러내기 위한 액세서리의 기능이 한층 강화되면서 신발이 지닌 원래의 목적은 조금씩 퇴색되었다. 지금은 충격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는 중국의 전족(纏足)도 당시에는 예쁘게 보이기 위한 스타일의 대명사였다.
요즘의 신발은 발의 편리성보다는 대부분이 디자인에 치중하고 있다. 매장에 진열된 화려한 신발들은 사람들의 눈을 유혹한다. 신발의 고유 기능을 제쳐놓고 미적인 감각에만 치중하고 있다. 나는 신발의 미적인 디자인에서 벗어나 편리성에 초점을 맞추고 싶었다. 무엇보다 신발은 발이 편해야 하지 않는가?
신발은 맨발과 같은 형상을 가졌을 때 가장 좋은 걸음걸이를 구현할 수 있다. 그러나 21세기 들어서 많은 신발이 디자인적인 부분만을 추구한 결과 잘못된 보행과 발의 기형을 초래했다. 이에 따라 걸음을 옮기거나 달리기를 할 때 허리와 무릎에 충격을 받아 관절염과 허리 디스크 질환을 유발하고 있다. 실로 신발의 개념을 잘못 인식해 초래한 결과다.
지금도 원시사회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아프리카 케냐 북부의 마사이족은 요통이나 허리 디스크 환자가 거의 없다. 그 이유는 이들이 항상 올바르고 곧은 자세로 하루 평균 18~24㎞를 빠른 속도로 걷기 때문이다.
마사이족 사람들은 신발도 신지 않고 자연 상태인 맨발로 지면을 밟으면서 몸의 균형을 유지한다. 그런데 이들에 비해 현대 문명인들은 움직이는 시간보다 앉아 있는 시간이 더 많다. 교통수단의 발달로 걷는 시간이 적어지고 육체적 노동을 많이 하지 않는다.
즉 마사이족보다 요통으로 고생하기 쉬운 생활 방식에 길든 것이다. 이 때문에 요통은 문명병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따라서 현대인들이 요통과 척추 관련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항상 바른 자세를 유지하고 편한 신발을 신어 허리의 긴장을 풀어주어야 한다. 무엇보다 맨발과 다름없는 신발이 필요한 것이다.
우리는 오로지 편한 신발을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2만여 명의 발 표본을 치밀하게 연구했다. 국내 최초로 본격적인 표준 신골 개발 작업이 시작된 것이다. 개발팀이 연구하기 전까지만 해도 한국인의 발 모양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데이터는 존재하지 않았다. 한국인의 발은 대체로 골이 넓고 발등이 높다고 알려져 있을 뿐이었다.
데이터를 토대로 실제 신골 제작에 들어갔다. 그러나 초기 제작은 수월하지 않았다. 발가락 길이와 폭 등 발 모양이 각기 달라서 평균 수치를 잡기가 매우 힘들었다. 그러나 우리는 2년간 취합한 정보를 여러모로 분석한 끝에 가장 평균적인 발 모양을 드디어 찾아냈다. 신발을 신은 상태에서도 발의 28개 뼈와 52개 관절이 자유롭게 제구실을 할 수 있도록 사람의 발 외형(등고선)에 맞게 신골을 만든 것이다. 이는 발뒤꿈치보다는 발가락 부분이 더 넓은 형태다. 발의 모양과 달리 앞쪽이 들린, 정형화된 기존 신골과 달리 실제 발 모양 그대로 만들었다.
그 결과 서양인과 동양인의 차이가 구체화되었다. 발 크기가 265㎜인 사람을 비교하면, 길이는 한국인의 신골이 짧지만 골 둘레와 발등 둘레는 서양인 신골보다 각각 8㎜, 3㎜씩 넓은 것으로 나타났다. 등산화를 처음 신었을 때 발등이나 골이 아팠던 이유는 대부분 인체를 고려하지 않은 신골에 기인한 것이었다.
그렇게 오랜 연구와 개발 과정 끝에 한국인의 신골에 대한 체계적인 데이터가 완성되었다. 당시 이 프로젝트에 투입된 금액이 무려 20억 원에 이르렀다. 중소기업으로서는 엄청난 투자를 한 결과였다. 개발팀은 이 프로젝트의 이름을 ‘네스핏(Nestfit)’이라고 명명했다
네스핏은 발과 가장 닮은 신제품으로 세계 3대 스포츠용품 박람회에서 대상을 받는 명예를 안았다. 대한민국 신발업계에서는 유일하게 세계 20대 명품 브랜드에 선정되었으며, 세계적인 아웃도어 전문 저널인 <백페커(Backpacker magazine)>로부터 2011년 에디터스 초이스(Editor’s Choice) 2011로 선정되는 영예를 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