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은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가>
칸트는 시계처럼 규칙적인 생활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매일 아침 5시에 일어나서 강의안을 만들고 오전엔 강의와 철학 연구에 몰두했지만, 일반적인 공부벌레들과 달리 낮에는 서너 시간에 걸친 느긋한 점심을 지인들과 즐겼다.
식사를 함께 한 사람들은 다양했다. 학자뿐만 아니라 사업가나 군인, 여성도 많았다고 한다. 그의 사교의 폭이 얼마나 넓었는지 알 수 있다. 칸트는 식사 자리나 사교모임에서는 철학적이고 심오한 주제 대신 즐겁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교양적인 주제를 택했다. 다양한 계층, 다양한 직업의 친구들과 즐겁게 대화를 하며 식사를 하고 차를 마시면서도 그들 모두를 배려했기에, 그와 식사를 했던 사람들은 모두 그 시간을 오래 기억했고, 감사의 편지를 보내왔다.
점심 후에는 긴 산책을 했다. 매일 오후 3시 반이면 어김없이 산책에 나섰기 때문에 동네 사람들은 칸트가 산책 나오는 것을 보고 시계를 맞췄다고 한다. 단 한 번, 그가 평생 딱 한 번 산책 시간에 늦은 적이 있는데, 바로 그가 존경하는 루소의 저작을 읽다가 깜빡 시간을 잊은 것이었다는 일화가 전한다. 그가 얼마나 규칙적인 생활 방식을 철저히 지켰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계획만 세워놓고 미루기가 일쑤인 일반인들에게는 참으로 감탄을 자아낼 정도로 철저히 계획적인 삶을 살았던 생활인 칸트. 그의 철학은 지독한 데가 있다.
합리적이거나 간단하거나 편한 것이 뭔가가 옳다는 증거는 아니다. 스스로 정한 것일 경우 특히 그렇다. 거기에는 작은 이기심이 숨어 있다.
_ ‘도덕 형이상학을 위한 기초 놓기’, 『칸트의 말』(삼호미디어)
그의 말처럼 그는 결코 합리적이고 편하다는 이유로 대충 타협하는 성격이 아니다. 우리가 가진 이런 사람들의 이미지는 완고하고 지루할 것만 같다. 하지만 참으로 놀랍게도, 칸트는 스스로에게는 대단히 엄격했지만 타인들에는 매우 유연한 사람이었다. 철학적 사고를 할 때와 개인적인 삶에 있어서, 상황과 장소에 따라 자신을 스스로 조절할 줄 알았다. 게다가 유머 감각도 있고 과학뿐만 아니라 예술에 관해서도 관심과 학식이 깊었다니, 정말 대단한 사람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칸트는 어떻게 해서 이런 유연성을 갖게 되었을까? 유연성은 전두엽 실행 기능 중에서 ‘사고전환 능력’이 뛰어날 때 발현된다. 이런 사람들은 공부할 때 상태와 놀 때의 상태가 달라진다. 이른바 ‘기어 변경’을 잘하는 것이다. 칸트도 여기에 해당하는 사람이었던 듯하다. 저술할 때와 강의나 사교모임에서의 칸트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고 하니 말이다.
칸트는 어떻게 사고전환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을까? 그의 사는 방식을 분석해보면 알 수 있다. 첫째, 칸트는 계획 세우기에 탁월한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자신이 몰두하고 있는 연구가 12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10년도 아니고 15년도 아닌 12년. 이것은 연구 과정에 대해서 그만큼 장기적으로 정교하게 계획을 세울 수 있어야 가능한 설정이다.
우리도 계획은 세운다. 5년 뒤에는 아파트 전세 대출을 다 갚고, 10년 뒤에는 집을 사고, 20년 뒤에는 멋지게 은퇴생활을 누린다는 식의 막연한 계획 말이다. 그러나 한 치 앞을 모르는 게 사람 사는 세상이라고, 어영부영 살다 보면 10년이 훌쩍 지나가 있다. 계획을 세우기 싫어서 안 세우는 것이 아니다. 계획을 세워도 실천하기 어려우므로 아예 계획을 세우지 않거나 두루뭉술하게 정하는 것이다.
계획을 세우고 나서도 실천이 어려운 이유는 그것을 세분화할 줄 모르기 때문이다. 칸트의 12년짜리 장기 연구도 결국 하루 단위의 계획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매일 무엇을 얼마나 할까를 결정하는 것이 핵심이다. 아무리 어려워 보이는 일도 하루 단위로 나누면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