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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Oct 14. 2016

07. 타협은 잘못된 협상이다.

<우리는 어떻게 마음을 얻는가>

우리는 언제나 쌍방에게 유익한 해결책을 찾고 요구를 수용하며 타당하게 행동하라고 배운다. 그렇다면 과연 쌍방에게 유익한 해결책은 무엇일까? 타협이란 무엇일까?

     
우리가 어릴 때부터 주입받은 타협을 칭송하는 전통적인 협상 논리라면 “그냥 절충해서 상대에게 절반을 내주자. 그러면 모두 만족할 거야.”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논리는 틀렸다. 한마디로 틀렸다. 수많은 협상 전문가가 강권하는 쌍방에게 유익한 해결책은 대개 효과가 없으며 지독한 대실패인 경우도 적지 않다. 기껏해야 쌍방이 불만을 느낄 뿐이다. 
     
게다가 승패 전략을 추구하는 상대에게 이를 적용한다면 사기당하기 좋은 처지에 놓일 뿐이다. 물론 앞에서 언급했듯이 협조적이고 신뢰관계를 형성하며 공감을 나타내는 접근법, 협상을 체결할 수 있는 역동을 형성하는 접근법을 취해야 한다. 그러나 천진난만한 태도는 버려야 한다. 타협 즉, 절충은 끔찍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타협은 보통 ‘잘못된 협상’이고 ‘잘못된 협상’보다는 ‘협상 결렬’이 낫다.
     
심지어 납치 상황에서도 그럴까? 그렇다. 납치에서 잘못된 협상은 몸값은 지급했으나 인질은 무사하지 않은 경우다. 타협에 관한 내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한 가지 예를 들고자 한다. 
     
한 여성이 남편에게 정장과 함께 검은색 구두를 신으라고 권한다. 그러나 남편은 그러기 싫다. 그가 갈색 구두를 선호한다면 두 사람은 어떻게 할까? 타협해서 서로 반씩 양보했다고 하자. 그렇다면 어떻게 될까? 남편은 검은 구두 한 짝과 갈색 구두 한 짝을 신게 된다. 이게 최선의 결과인가? 아니다! 사실 이는 최악의 결과다. 검은색 구두를 신든, 갈색 구두를 신든 간에 다른 두 결과가 타협보다 낫다. 다음번에 타협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이 짝짝이 구두를 떠올려라. 

     
우리가 타협하는 이유는 옳기 때문이 아니다. 단지 체면을 세워주기 때문이다. 적어도 절반은 건졌다고 말하기 위해 타협을 한다. 그 본질을 요약하자면 우리는 안전을 추구하기 위해 타협한다. 사람들은 대부분 협상할 때 두려움이나 고통을 피하려는 욕구에서 움직인다. 실제 자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움직이는 사람은 아주 드물다. 그러니 합의에 머무르지 말고 절충하지 말라. 창조적인 해결책에는 언제나 어느 정도의 위험과 골칫거리, 혼란, 갈등이 따른다. 합의와 절충은 그 어떤 것도 일으키지 않는다. 성공적인 협상을 하려면 힘든 부분을 감수해야 한다. 특출한 협상은 그렇게 이루어진다. 또한, 특출한 협상가는 그렇게 한다.
     
이런 협상을 하려면 상대에게 마감 기한을 알려야 한다. 어떤 협상에서든 시간은 가장 중대한 변수 중 하나다. 단순한 시간의 흐름과 그보다 좀 더 날 선 마감은 모든 협상을 마무리로 몰아붙이는 압박이다. 실제로 정말 지켜야 하는 경우이거나 그저 명목상으로 있을 뿐이든 간에, 마감이 있으면 만족할 만한 협상 결과를 얻는 것보다 협상 체결 자체가 더 중요하다고 느끼게 된다. 마감에 쫓길 때 우리는 대개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결과에 반하는 일을 억지로 하게 된다. 인간은 모두 마감이 다가오면 서두르게 되는 본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우수한 협상가는 본인이 이런 충동을 느낄 때 이에 저항하고 상대가 느끼는 충동은 이용한다. 이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자기 자신에게 물어보라. 왜 마감에서 압박과 불안을 느끼는가? 특정 시점까지 결정을 내리지 못하면 뇌리에 떠오르는 가상의 미래 시나리오에서 ‘이 협상은 끝이야!’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리면서 향후 손실을 보게 될 것이라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협상가가 주도권을 쥐기 위해 상대의 마감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알고 나면 자기 자신의 마감을 상대에게 알리지 않아야 유리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또한, 전통적인 협상 전문가 대부분이 이렇게 충고한다. 협상 전문가 허브 코헨(Herb Cohen)은 1980년에 발표한 베스트셀러 《협상의 법칙(You Can Negotiate Anything)》에서 자기가 처음으로 맡은 중대 사업 계약 건으로 공급업체와 협상하기 위해 일본에 갔던 일화를 들려준다.
     
그가 도착했을 때 상대 업체 담당자는 코헨에게 일본에 언제까지 머무를 것인지 물어봤고 그는 일주일이라고 답했다. 이후 일주일 동안 상대 업체는 협상은 하지 않고 파티, 관광, 견학 등으로 그를 끌고 다녔다. 실제로 상대 업체는 그가 떠나기 직전까지 협상은 시작하지 않았고 양측은 공항으로 가는 차 안에서 계약의 구체적인 사항에 합의했다.
     
코헨은 자신이 상대 업체에 놀아났고 마감이라는 압박에 눌려 너무 많이 양보했다는 착잡한 기분에 휩싸여 미국에 도착했다. 돌이켜 생각해봤을 때 그는 마감 기한을 얘기해야 했을까? 코헨은 “그들은 내 마감 기한을 알고 있었고 나는 그들의 마감 기한을 몰랐다.”라고 말하면서 그가 갖고 있지 않은 무기를 상대에게 쥐여줬다는 점에서 얘기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한다.
     
요즘은 이런 사고방식이 팽배하다. 간단하게 따라 할 수 있는 규칙을 발견하고 마감 기한이 전략적 약점이라고 간주한 협상가 대부분은 코헨의 조언에 따라 자기 마감일을 숨긴다. 한 가지 비밀을 알려주겠다. 코헨과 그를 따르는 협상 전문가 무리는 틀렸다. 마감은 어느 쪽에나 똑같이 적용된다. 
     
코헨은 계약을 성사시키지 못한 채 빈손으로 돌아갔을 때 상사의 반응 때문에 분명히 불안했을 것이다. 그러나 코헨의 협상 상대 역시 협상 결렬 상태로 돌아갔다면 분명히 곤란했을 것이다. 그것이 핵심이다. 한쪽이 협상을 끝내면 상대에게 있어서도 그 협상은 끝이다.
     
실제로 캘리포니아 대학교 버클리캠퍼스 하스 경영대학교 교수 돈 A. 무어(Don A. Moore)는 협상가는 마감을 감출 때 최악의 처지에 놓이게 된다고 말한다. 이는 사실이다. 첫째, 자기 마감 기한을 밝힘으로써 궁지에 빠질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둘째 상대가 당신의 마감 기한을 알고 나면 좀 더 빨리 진짜 협상에 임하고 양보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짚고 넘어가겠다. 어길 수 없는 마감이란 거의 없다. 마감에 집착하기보다는 협상하면서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감을 잡는 것이 더 중요하다. 마감 시간이 닥치기 전에 실제로 해야 할 일이 많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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