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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Oct 18. 2016

06. 율곡이 말하는 '공부의 태도'

<현대인들은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가>

율곡의 「자경문」은 아무리 시대가 바뀌고 세월이 흘렀어도 변함없이 우리 삶의 훌륭한 지침이 될 수 있는 내용이다. 간단히 정리해보면 아래와 같다. 

     
1. 입지(立地): 성인을 본보기로 삼고, 그만큼 큰 뜻을 가질 것. 
2. 과언(寡言): 말을 줄여서 마음을 안정시킬 것. 
3. 정심(定心): 잡념과 망상을 없애고, 계속 공부해서 마음을 고요하게 할 것. 
4. 근독(謹獨): 모든 악은 혼자 있을 때 마음에서 생겨나므로, 항상 경계하고 삼가는 마음을 가질 것. 
5. 독서(讀書): 옳고 그름을 분별해서 일을 합당하게 처리하기 위해 글을 읽을 것. 
6. 소제욕심(掃除慾心): 재물과 영화에 대한 욕심을 없애고, 일을 편리하게 해치워버리려는 마음을 없앨 것. 
7. 진성(盡誠): 할 일은 정성을 다해서 하고, 해서는 안 될 일은 딱 끊어버릴 것. 
8. 정의지심(正義之心): 단 한 가지의 불의나 단 한 사람의 희생이라도 있다면, 천하를 얻는 것도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질 것. 
9. 감화(感化): 다른 사람을 선하게 변화시키지 못하는 것은 나의 성의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여길 것. 
10. 수면(睡眠): 밤에 잠을 자거나 몸에 질병이 있는 경우가 아니면 누워서는 안 될 것. 
11. 용공지효(用功之效): 공부는 늦추어도 안 되고 성급하게 해서도 안 되고, 평생 꾸준히 해나갈 것.
   

  
이 글을 청소년들에게 보여주면 정말 고리타분한 잔소리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부모의 관점에서 보면, 이것은 삶과 공부에 대한 ‘태도’를 강조하는 것이다. 첫 번째 항목인 ‘입지’를 보자. 무릇 공부를 하는 사람은 성인을 본받고 그 큰 뜻을 마음에 담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다음에 이어지는 항목들도 공부할 때 어떤 태도를 보여야 하는지 강조하고 있다. 5항 ‘독서’부터 8항 ‘정의지심’까지는 성공을 추구할 때의 태도에 대해, 9항 ‘감화’부터 11항 ‘용공지효’는 평생 어떤 태도로 살아가야 하는지를 말하고 있다. 
     
이 태도는 ‘마인드세트(mindset)’와도 일맥상통한다. 마인드세트는 사물을 보는 방식, 마음가짐을 뜻한다. 우리말로 바꾼다면 ‘습관이 된 태도’ 정도가 될 것이다. 특히 공부와 관련한 태도가 ‘마인드세트’와 깊은 연관이 있다. 
     
스탠퍼드대학의 유명한 심리학자인 캐럴 드웩(Carol Dweck)은 초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을 통해 마인드세트의 중요성을 구체적으로 보여주었다. 드웩 교수는 노력 자체를 칭찬받은 아이는 ‘성장형 마인드세트(growth mindset)’를 갖춰서 차츰 여러 가지 능력을 개발하지만, 똑똑하다는 칭찬을 받은 아이는 현재에 안주하는 ‘고착형 마인드세트(fixed mindset)’를 갖게 되어 더는 노력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고 했다. 
     
즉, 중단 없이 꾸준히 성장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마음속에 은연중에 자리 잡은 고정적이고 한계를 규정짓는 ‘고착형 마인드세트’를 버리고, 자신을 꾸준히 성장시킬 수 있는 ‘성장형 마인드세트’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율곡의 「자경문」 중 11항 ‘용공지효’와 그 맥락을 같이한다. 다른 항목들도 마인드세트에 관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구절 하나하나가 결국 철저하게 자신을 관리하고 나쁜 습관을 경계해서 자신을 지켜내라는 내용으로, 결국 태도에 관한 가르침이다. 율곡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평생 엄청난 양의 독서를 하고, 글을 쓰고, 일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런 삶의 태도를 보이고 늘 경계를 늦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똑같은 능력을 갖추고 있어도, 똑같은 시간 책상 앞에 앉아 있어도, 사람에 따라 성적도 다르고 일의 성과도 다르다. 이것은 공부에 대한, 일에 대한 마인드세트가 다르기 때문이다. 부모가 억지로 시켜서 책상 앞에 앉아 있으면 공부가 재미있을 리 없고, 성적을 올리기도 어렵다. 마감이 임박해서 어쩔 수 없이 야근하면서 어쨌든 해치워버리자고 생각하면 일이 재미있을 리 없고, 좋은 성과를 얻기도 어렵다. 
     
나와 똑같이 공부하고 똑같이 일하는데도 성적이 더 좋고 일에 대한 평가가 더 높다면, 대개는 그 사람이 나보다 머리가 좋거나 능력이 출중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연구에 따르면, 지능이 성적에 주는 영향은 15~20% 정도라고 한다. 그렇다면 나머지 요인은 무엇일까? 성공에 관련된 심리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그것을 바로 마인드세트, 즉 태도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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