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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Oct 18. 2016

01. 투자란, 고장 난 시계다.

<그 월급에 잠이 와?>

                                                    

“우선 지금 가지고 있는 1,000만 원을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싶어서요.”

“아, 그래요? 그 돈이 지금 어디에 있는데요?”

“예, 그냥 은행에 있어요.”

“그럼 은행에 그대로 두어도 되는데 왜, 불안하세요?”

“아니 불안하다는 것이 아니라, 은행은 이자가 없잖아요. 그래서…….”

“맞아요. 은행은 이자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느끼지 못할 만큼 적지요. 그런데 어느 정도 수익이 나면 좋겠어요?”

“큰 욕심은 없어요. 은행 이자보다만 많으면 다 괜찮아요.”

“그럼 펀드 한번 해보실래요?”

“펀드요? 그거 위험하지 않나요? 사실 예전에 한 번 했다가 손해 봤거든요.”

“그랬군요……. 그런데 조금 손해 보면 안 되나요?”

“예? 손해 보는 투자를 왜 해요? 그러면 아예 투자를 하지 말아야죠.”

“그럼 은행에 그대로 두면 되겠네요?”

“아니, 그런 뜻이 아니고요. 위험한 투자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위험하지 않으면서 은행 이자보다는 조금이라도 수익이 더 나오는 상품을 찾는다니까요?”

“그러니까 위험하지 않는 투자를 원하시군요?”

“손해 보면 안 되잖아요.”

“그럼 은행에 그대로 두어야겠는데요?”

“예?”

그와 나눈 모든 대화를 또렷이 기억하진 못하지만, 내용만 다시 정리해보면 딱 이랬다. 그는 내가 진행하는 팟캐스트 방송 청취자였으며, 어느 날 상담하고 싶다는 메일을 보내왔고 며칠 뒤 전화통화를 했다.

상담을 하다 보면 대체로 이런 사람들이 많다. 독자들 역시 위 대화를 읽으면서 어떤 야릇함을 느낄 것이다. 뭐지? 이런 기분? 분명 틀린 말은 아닌데 왠지 개운치는 않다. 그런 기분은 아마 돈을 불리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면 대체로 비슷할 것이다. 그 이유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투자가 간혹 투기와 헷갈릴 때가 많기 때문이다. 예컨대 도박장에 들어설 때의 마음은 누구나 똑같다. 아무도 자기 돈을 잃겠다는 사람은 없다. 게다가 자리에서 일어설 땐 지갑이 두둑해지길 원한다. 투자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자기가 가진 원금을 잃지 않고 더 많이 불리기를 원한다. 그런데 생각만큼 잘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모든 사람들이 같은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투자만큼 쉬운 것도 없다. 쌀 때 사서 비쌀 때 팔면 된다는데 그것만큼 쉬운 게 또 어디 있을까? 그러나 막상 해보면 투자만큼 어려운 것도 없다.

지난 10년 넘게 투자와 관련하여 한국에서 가장 많은 논쟁거리를 제공한 것은 바로 부동산이었다. 이른바 부동산거품 붕괴, 폭락이다. 그러면서 항상 일본의 경우를 빗대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보면 비록 부동산 가격이 크게 하락한 시기가 있었지만 거품 붕괴라고 표현될 만큼의 폭락은 없었다.

부동산의 인기가 사그라들자 수많은 금융상품이 팔려나갔다. 반면 제대로 이익을 거둔 사람은 없다. 특히 웬만한 가정이라면 한두 개쯤 가입했을 변액보험의 경우 가입한 지 7, 8년이 지나도 원금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기다림에 지친 수많은 사람들이 중도해약으로 손해를 떠안아야 했다. 은행이나 증권회사에서 가입한 펀드도 마찬가지다. 주변에서 제대로 이익을 보았다는 사람을 찾기 힘들다. 결국 10년 넘게 계속된 부동산거품 논쟁으로 인한 최대 수혜자는 보험사, 증권회사, 은행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이익은 고스란히 고객들의 통장에서 나왔다. 그런데도 이 글을 쓰는 오늘 아침, 일본 경제학자 몇이 한국의 부동산거품 붕괴를 우려한다는 기사가 네이버 재테크 게시판에 떴다. 그런데 한국의 부동산 폭락은 언젠가, 반드시, 온다. 즉, 반드시 온다는 것과 그것이 언제인지를 판단하는 것이 투자의 결정체, 가장 중요한 화두다.

미혼 남녀가 만나 서로 사랑하면 언젠가 결혼할 수도 있다. 그런 예측은 전혀 어려운 것이 아니다. 누가 “저 두 사람, 결혼할 수도 있겠네?”라고 말한다고 해서 그 사람이 연애전문가는 아니다. 그건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쉬운 문제니까. 반대로 그 두 사람이 언제 결혼할 것인지를 맞히는 일은 전혀 쉽지 않다. 정작 당사자인 두 사람도 잘 모르는 일이다. 그런데 언제 결혼할지는 그 두 사람의 사랑에서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사랑이 식지 않는 동안 결혼하면 현재의 사랑이 결실을 맺는 것이지만, 만약 결혼이 자꾸 미뤄지면 사랑까지 식어버릴 수 있고, 자칫 이별하거나 극단적으로는 서로에게 나쁜 감정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모름지기 우리가 인정하는 전문가란, “저 두 사람 사랑 시작했네? 그럼 결혼할 수 있겠네?” 하는 사람이 아니라 “저 두 사람, 딱 보니 1년 뒤 결혼하겠네” 하는 사람이다.

투자도 마찬가지다. 자본주의 경제는 항상 거품이 생긴다. 또한 언젠가는 그 거품이 터진다. 거품은 터지기 위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1997년 한국의 외환위기도 그랬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도 그랬으며, 2011년 유럽의 재정 위기도 그렇고 지난 20년 전 일본의 부동산거품 붕괴도 그랬다. 따라서 대출투성이인 아파트 중심의 한국의 부동산거품 역시 당연히 터지게 마련이다. 특히 급격한 고령화와 이른바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그리고 시한폭탄급에 가까운 가계부채와 맞물려 내일 당장이라도 터질 듯 부풀어 있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그 시기가 언제일지 모른다. 그러면서 계속 바람만 피워댄다.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하는 짓이다.

내가 투자가 아주 쉽다고 하는 이유는 폭락과 급등은 투자의 세계에선 반드시 일어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투자란, ‘고장 난 시계’라는 말을 한다. 고장 난 시계는 적어도 하루에 두 번은 맞는다. 반대로 투자가 아주 어렵다고 말하는 이유는 폭락과 급등의 때를 맞히기가 사실상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전문가를 자칭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고장 난 시계를 쳐다보고 있다. 그런 점에서 투자란, 인디언 기우제와도 같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처럼, 인디언들이 기우제를 지내면 반드시 비가 온다. 왜냐하면 비가 올 때까지 지내기 때문이다. 지난 10년 넘게 부동산거품을 말해왔던, 그래서 금융상품을 잔뜩 팔아왔던 사람들은 부동산거품이 터질 때까지 계속 그런 말을 할 것이다. 그러고 나서 그 사람들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거봐, 내가 그랬잖아! 내가 그랬다니까!” 그런데 그 사람들이 이건 아는지 모르겠다. 부동산이 폭락하면 주가를 비롯한 모든 금융상품도 동시에 박살난다.

중국 주식시장도 마찬가지였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최근 3주 남짓의 기간, 정확히는 2015년 6월 12일부터 7월 3일까지 중국 주식은 평균 30%나 급락했다. 30%가 느낌이 오지 않는 독자들을 위해 간단히 예를 들면, 만약 10만 원 하던 주식이 30% 떨어져 7만 원이 되었다면 3만 원이 손해난 셈이다. 그런데 7만 원인 그 주식이 본전이 되기 위해서는 30%만 올라서 될 일이 아니다. 거의 50%, 즉 3만 5,000원(7만 원×50%) 정도가 올라야 겨우 본전 이상이 된다. 그런데 중국 주식 전체가 30% 떨어졌다는 것은 ‘평균’이다. 그 가운데는 30% 이상 떨어진 것도 있고 그 이하인 경우도 있다. 그러나 대체로 파레토법칙(상위 20%의 사람들이 부의 80%를 차지하거나 상위 20%의 고객이 매출의 80%를 차지한다는 법칙)처럼 주식시장 역시 이른바 일부 주도주들이 좌우한다고 보면 대부분의 폭락은 그런 주도주들에게서 발생했다. 물론 일반 투자자들 역시 그런 종목들에 대부분 몰려 있었다.

중국 주식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중국 증권시장의 과열 논쟁은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었다. 가깝게는 지난 2014년부터 집중적으로 제기돼온 이야기다. 그래서 이른바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은 중국 주식에서 조금씩 발을 뺐다. 그런데 그때부터 오히려 상승하기 시작한다. 2014년 7월부터였다. 그 이후 1년 가까운 시간동안 중국 증시는 무려 두 배 가까이 폭등했다. 그리고 마침내 크게 떨어졌다. 수많은 전문가들이 비를 내려달라며 지냈던 기우제가 성공한 셈이며, 중국 증시 폭락에 바늘이 멈춘 채 고장 난 시계에 딱 맞춰진 셈이다. 그들은 당연히 “거봐, 내가 그랬잖아! 내가 그랬다니까!” 할 것이다. 그런데 그 1년 동안 무려 두 배 가까이(시장 주도주의 경우 사실상 그 이상) 벌 수 있었던 기회는 이미 날아갔고, 심지어 뒤늦게 전망을 수정하여 중국 주식 투자를 권유했던 금융회사들의 말을 믿고 투자했던 사람들은 큰 손해를 보았다. 물론 그 이후 중국시장이 어떻게 움직일지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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