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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Oct 20. 2016

06. 당신도 사이보그일 수 있다.

<2035 미래기술 미래사회>

젊은 여성들이 의료기술로 얼굴을 뜯어고치거나 지방을 삽입하는 일이 일상화되고 있음에 따라 우리 사회에 사이보그(cyborg)가 많아지고 있다. 사이보그는 사이버네틱 유기체(cybernetic organism)의 합성어이다.

     
1960년 9월 미국 컴퓨터 기술자 맨프레드 클라인스와 정신과 의사 나단 클라인이 함께 발표한 논문 〈사이보그와 우주〉에서 처음 사용한 단어이다. 이들은 “사람은 장기이식과 약물을 통해 개조될 수 있으며, 그렇게 되면 우주복을 입지 않고도 우주에서 생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기술적으로 개조된 인체, 곧 기계와 유기체의 합성물을 사이보그라고 명명했다. 다시 말해 사이보그는 생물과 무생물이 결합한 자기조절 유기체이다. 따라서 유기체에 기계가 결합하면 그것이 사람이건 바퀴벌레이건 박테리아이건 모두 사이보그라 부른다. 사람만이 사이보그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이보그는 기본적으로 자기조절 기능을 가진 시스템, 곧 사이버네틱스 이론으로 규정되는 유기체이다. 사이버네틱스는 1948년 미국의 노버트 위너(1894~1964)가 펴낸 《사이버네틱스(Cybernetics)》에 제안된 이론이다. 이 책의 부제는 ‘동물과 기계에서의 제어와 통신(Control and Communication in the Animal and the Machine)’이다. 요컨대 동물과 기계, 즉 생물과 무생물에는 같은 이론에 의해 탐구될 수 있는 수준이 있으며, 그 수준은 제어 및 통신의 과정에 관련된다는 것이다. 생물과 무생물 모두에 대해 제어와 통신의 과정을 사이버네틱스 이론으로 같이 고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이보그라는 용어는 오랫동안 주로 공상과학 영화, 예컨대 <터미네이터>(1984), <로보캅>(1987), <공각기동대>(1995), <매트릭스>(1999)의 주인공을 묘사하는 데 사용되는 낱말에 불과할 따름이었다. 한편 미국 페미니즘 이론가 도나 해러웨이는 1985년 〈사이보그 선언(A Manifesto for Cyborgs)〉이란 논문을 발표하고 사이보그를 성차별 사회를 극복하는 사회정치적 상징으로 제시했다. 이를 계기로 사이보그학(cyborgology)이 출현했으며 사이보그는 공상과학 영화에서 뛰어나와 새로운 학문적 의미를 부여받게 된 것이다.
     
사이보그는 종류가 다양하기 이를 데 없다. 유기체를 기술적으로 변형시킨 것은 모두 사이보그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가령 생명공학기술과 의학기술로 심신의 기능을 개선한 사람들, 이를테면 인공장기를 갖거나 신경보철을 한 사람, 예방접종을 하거나 향정신성 약품을 복용한 사람들은 모두 사이보그이다. 특히 병원에서 인공호흡기 같은 생명연장 기술에 의존해 살아가는 사람들은 활성사이보그(enabled cyborg)라고 한다. 
     
남녀의 성행위로 아기를 잉태하는 자연 임신과 달리 생식기술과 유전공학이 개입된 인공적 임신을 통틀어 사이보그 임신(cyborg conception), 그렇게 태어난 아이를 사이보그 아기(cyborg baby)라고 한다. 사이보그 개념을 좀 더 확대하면 우리가 사이보그 사회에 살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각종 장치, 이를테면 안경ㆍ휴대전화ㆍ자동차 등이 우리의 능력을 보완해주기 때문이다. 이런 장치를 사용하는 사람은 기능적 사이보그(functional cyborg) 또는 줄여서 파이보그(fyborg)라고 부른다. 우리는 모두 이미 파이보그인 셈이다.
     
21세기에 생명공학기술과 신경공학이 발전함에 따라 사람이 사이보그로 바뀌는 현상(cyborgization)이 가속화되면서 우리 사회가 어떤 사이보그는 허용하고 어떤 사이보그는 축출해야 할지 판단할 필요가 있다는 논의가 전개됐다. 가령 미국 컴퓨터 이론가 크리스 헤이블스 그레이는 2001년 펴낸 《사이보그 시민(Cyborg Citizen)》에서 “인간의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모든 개조 과정은 정치적 성격을 띤다.”면서 “모든 사이보그 시민은 자신의 권리를 지킬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어쨌거나 쌍꺼풀 수술을 받은 순간 사이보그 시민이 됐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지하는 여성은 얼마나 될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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