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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Oct 21. 2016

02. 나만의 수제통장 만드는 기본 레시피

<그 월급에 잠이 와?>

                              

나만의 수제통장을 위한 레시피는 크게 기본 레시피와 추가 레시피로 나눌 수 있다.

이때 기본 레시피는 모든 수제통장에 반드시 들어가는 재료들이다. 그것을 나는 ‘333원칙’이라 부르는데, 이것만 잘 사용할 줄 알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추가 레시피 없이도 썩 괜찮은 통장을 만들 수 있다. 반대로 말하자면, 대부분 사람들은 이런 기본 레시피조차 잘 모른다. 그러니 이 맛도 저 맛도 아닌 ‘병맛’이 나올 수밖에 없다.

333원칙의 첫 번째 3은 통장, 즉 상품이 가진 기본적인 성격으로 크게 안정성·수익성·환금성으로 나눌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상품은 안정성이 높은 반면 수익성은 낮고, 또 어떤 상품은 수익성은 높은 반면 환금성이 낮다. 이제부터 그 세 가지 재료를 한 가지씩 알아가보자.

안정성과 수익성은 서로 반비례한다. 안정성은 원금을 지켜내는 정도를 나타내는 반면 수익성은 얼마나 많이 불릴 수 있느냐를 뜻한다. 따라서 원금 보전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은행에 가입하는 예금이나 적금, 증권회사의 CMA 같은 것들이 안정성이 높다. 반대로 높은 수익률을 원한다면 원금 보전에 대한 기대를 접어야 한다. 주로 주식에 투자하는 상품들로, 주식에 직접 투자하거나 주식형 펀드에 가입하여 간접적으로 투자하는 상품들이다. 이런 상품들을 우리는 ‘위험’하다고 표현한다. 위험하다는 것은 곧 안정성이 떨어지는 상품이란 뜻이다.

한 가지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펀드라고 해서 모두가 안정성이 낮은 위험한 상품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 펀드가 어떤 것에 투자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예를 들어 펀드 가운데서도 은행의 예·적금이나 CMA와 비슷한 정도의 상품에 투자하는 것도 있는데, 이런 펀드들을 ‘채권형 펀드’라고 부른다. 채권형 펀드들은 당연히 안정성이 높은 상품이다.

참고로 ‘혼합형 펀드’라는 것도 있는데, 대충 눈치챘겠지만 주식에 일부, 은행의 예·적금이나 CMA와 비슷한 것들에 일부를 섞어 투자하는 펀드다. 그러니 안정성은 중립이다.

다음으로는 환금성이다. 이것은 한마디로 내가 돈이 필요할 때 ① 원금 손해가 없거나 설령 있더라도 최소화하면서, ② 얼마나 쉽고, ③ 빨리 찾을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이것을 은행의 예금이나 적금에 적용해보자. 환금성은 뛰어나다. 이 세 가지 조건을 완벽하게 충족한다. 그렇다면 증권회사의 주식형 펀드는 어떨까? ①의 조건이 애매하다. 머피의 법칙처럼 내가 돈이 필요해서 찾고 싶을 땐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②와 ③은 비교적 괜찮다. 국내형 펀드는 전화 한 통화로 팔 수 있고, 영업일 기준으로 이틀 뒤에 돈이 들어온다. 물론 채권형 펀드는 사실상 은행 예·적금과 비슷하게 생각하면 된다.

그런데 만약 내가 투자한 상품이 부동산이면 어떨까? 우선 쉽고 빨리 팔기가 어렵다. 그러니 ②, ③은 적합하지 않다. 그리고 ①의 조건을 맞추기에도 요즘 같아서는 불안하기 짝이 없다. 그래서 부동산은 환금성이 낮은 대표적인 상품이다.

나를 위한 수제통장의 기본적인 레시피를 333원칙에 따라 다음과 같이 투자 기간에 따른 3가지 상품 카테고리로 정리해보았다. 여기서 중요하게 기억해야 할 결론은 안정성, 수익성, 환금성을 모두 갖춘 상품은 없다는 사실이다. 이것만 알아도 최소한 금융사기는 피할 수 있다. 예를 들어 34살 그녀의 사례처럼 누군가 당신에게 돈을 까먹을 위험이 전혀 없고(안정성), 수익률은 아주 높으며(수익성), 돈이 필요할 때 언제든 돌려주겠다(환금성)고 한다면, 그건 100% 사기다. 그럼에도 금융사기를 당해 알토란 같은 돈을 날리는 사람들이 갈수록 많아진다. 그 사람의 탐욕도 문제거니와 수제통장의 기본 레시피를 모르기 때문이다. 대체로 안정성과 수익성은 반대로 움직이고, 환금성은 투자 및 회수 시기에 따라 다르다.

333원칙의 두 번째 3은 기간이다. 기간은 그 상품에 얼마나 오랫동안 돈을 넣어둘 수 있느냐에 따라 단기・중기・장기로 나뉜다. 뒤집어 말하면, 언제 쓸 돈을 만들기 위해 그 상품에 투자하느냐가 기준이다. 예를 들면 현재 30세인 사람이 2년 뒤에 필요한 결혼자금을 모으기 위해 적당한 상품을 찾을 수도 있고, 지금은 까마득하게 생각되는 은퇴 이후를 준비하기 위해 적당한 상품을 찾아볼 수도 있다. 그렇다면 그에겐 최소한 단기상품(2년 뒤 결혼자금)과 장기상품(수십 년 뒤 은퇴자금)이 필요한 셈이다.

이때 조심해야 할 것은 단기, 중기, 장기를 어떻게 구분하느냐다. 대체로 은행에서는 1년 이내를 단기, 1년 이상을 장기로 분류한다. 중기라는 개념은 없다. 이것은 아마 대부분의 정기적금이 1년 단위인 것과 관련될 것이다. 이 같은 정서는 주로 주식 단기 매매를 통한 거래수수료가 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증권회사도 비슷하다. 그나마 증권회사에서는 3년이 중기라는 정도의 개념은 있다. 그 이유는 대부분의 적립식 펀드 만기 설정이 36개월, 즉 3년인 것과 관련이 있다. 반면 보험회사에서는 단기와 중기라는 개념이 없다. 모든 상품이 장기이기 때문이다. 당신이 가입하는 보험들 역시 온통 10년, 20년짜리들일 것이다.

따라서 투자 기간은 은행, 증권, 보험의 상품적 관점이 아닌 내 인생 전체를 폭넓게 바라보고 상상하면서 구분할 필요가 있다. 이것을 전문용어로 ‘생애재무설계’라고 표현하는데, 이 같은 관점에서는 단기가 주로 3년 이내, 중기는 3년 이상 10년 이내, 장기는 10년 이상으로 구분하고 있다.

333원칙의 마지막 세 번째 3은 아주 간단하다. 구체적인 상품, 재테크와 관련된 상품을 기간에 따라 3가지 유형으로 나누는 것이다. 나는 이것을 크게 은행의 예·적금, 증권의 주식이나 펀드, 보험의 보장성보험이나 저축성보험으로 나눈다. 그리고 곁가지로 아파트와 같은 부동산은 참고만 하자.

최대 3년 이내에 꼭 필요한 돈은 수익성보다는 안정성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고, 최대 10년 이내까지 여유 있게 굴릴 수 있는 돈은 안정성보다는 수익성이 우선순위가 되어야 하며, 특히 10년 이상 20년, 30년을 굴려야 하는 돈은 수익성을 원칙으로 하되 중간에 쉽게 그만둘 수 없도록 강제장치가 있는 상품이 필요하다. 상품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보험상품이 중간에 그만두면 원금을 손해 보도록 만들어져 있는 이유다. 그러나 강제장치가 너무 약하면 쉽게 그만둘 수 있어 장기자금을 준비할 수 없는 반면, 너무 강하면 손해 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적당한 수준이어야 한다.

그러나 앞의 그림에서 주의할 것은 투자 기간이 길수록 하위기간에 해당하는 상품들도 포함될 수 있다는 점이다. 즉, 10년 이후에 쓸 돈은 변액연금, 변액유니버셜보험으로 구성할 수 있지만 꼭 그래야만 하는 것은 아니고 중기에 해당하는 주식형 펀드도 편입 가능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채권형 펀드와 같이 단기 상품들로 채울 수도 있다.

지금부터는 이들 재료를 가지고 나만의 수제통장을 만들어보는 일만 남았다. 예컨대, 앞으로 3년(단기) 안에 결혼을 계획하고 있다면 그때 필요한 돈은 은행의 예·적금이나 CMA가 좋다. 수익성은 떨어지지만 꼭 써야 할 돈의 원금이 손해나면 안 되기 때문이다. 반면 지금은 전세를 살고 있지만 5년(중기) 뒤에 내 집을 장만하겠다는 목표를 가진 사람이라면 수익성에 대한 기대를 높게 가져볼 수 있다. 따라서 이때는 은행의 예·적금보다는 주식형 펀드를 선택할 수 있다. 그런데 주식형 펀드는 위험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해 한 가지 참고할 만한 레시피를 추가하겠다. 시간과 수익률 함수인데, 주식이나 주식형 펀드처럼 위험한 상품이라도 투자 기간이 길어질수록 위험은 낮아지고 수익은 높아진다는 그림이다.

5년 이상 투자 시 주식형 펀드의 변동성은 많이 줄어든다

위의 그림에서처럼 시간이 길어질수록 손해 볼 확률은 줄어든다. 그만큼 결과적 안정성, 즉 상품 자체의 절대적 안정성은 떨어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손해 볼 확률이 줄어들면서 결과적으로 안정성이 높아지는 현상을 경험하게 된다. 수익성은 물론 안정성까지 높일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시간이 길어지면서 이자에 이자가 붙는 복리까지 더해지면 어느 순간 수익률은 다음 그림과 같이 기하급수적으로 치솟기 시작한다.

복리효과

그만큼 ‘시간’은 내가 만드는 수제통장이라는 이름의 샐러드에 맛은 물론 빛깔을 좌우하는 드레싱이라 할 수 있는데 이것을 이용하여 크게 성공한 대표적인 인물을 꼽으라면 외국에는 단연 워런 버핏이요, 한국에는 가치투자의 전도사로 불리는 이채원 씨다. 물론 당연히 지금부터 당신도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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